중국 동포시인 특집 |김창영
현풍 할매곰탕집에서 외 1편
-서탑 150
현풍 할매곰탕집에서 곰탕 한 그릇 먹을 때마다
뽀얀 국물이 뽀얗게 되기까지의
인내의,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바다 건너, 대구의 현풍玄風에서
마디도 모자라 뼛속까지 녹아내린
누구나의 할매 이야기가
여기 서탑거리에 전해지기까지의
필연의,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대구의 현풍 할매곰탕집이나
서탑의 현풍 할매곰탕집이나
마시면 속이 개운한 마시는 국거리를 넘어
한 점 변함없는,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뼈가 녹아내리듯, 한곳에 녹아드는
절절한,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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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서탑 171
서탑거리가 이곳에 발붙인 사람들의 "삶의 둥지"라면
서탑소학교는 그 사람들의 "정신의 둥지"다
소설 "혼불"에 나오는 이 "둥지"설이
나는 내가 한 줄기 바람으로 사라지는 날까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내 가슴을 울렁이게 할 것임을
감히 부인하지 못한다
"수토가 달라서 물똥 싸구 피똥 싸구"
"살아남기 끔찍해서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세월에도
쪽박에다 한 푼 두 푼 성금 모아 세운 서탑소학교
"꼭 꿈만 같아서 자식들을 학교에 갖다 넣"고는
"하도 벅차고 기꺼워" 자연스레 운동장 한 번 더 밟아보던
자력으로 봉천 서탑거리에 세운 서탑소학교
두 반세기 동안 이름 십수 차 변하여도
"서탑" 두 글자만은 악착스레 고집한 서탑소학교
나는 내가 한 줌의 재로 바람 속에 흩날리어도
서탑거리가 우리의 삶의 둥지이듯이
서탑소학교가 우리 정신의 둥지임을
감히 부인하지 못한다.
*주: 인용한 시구는 최명희 장편소설 <혼불>에서 나오는 구절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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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1967년 집안 출생. 료녕신문 기자. 연변작가협회 이사. 료녕성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중국시가학회 회원. 시집 『산처럼 물처럼』, 『서탑』 출간. <연변문학문학상>, <장백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