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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일인데, 걱정할 거 뭐 있어
“오늘 잔치 한다고?”
금천선원 보살님들은 준비해온 음식 꾸러미들을 차 트렁크에서 계속해서 꺼냈다. 선원 앞에 당도하신 큰스님이 이 모습을 보고 물으셨다.
“잔치는요.” 금천선원 스님이 쑥스러워 하셨는데
“말이 그렇지 뭐. 그래도 인생은 항상 잔치여야 해. 매일매일 축제고.”
하면서 큰스님은 가볍게 계단을 오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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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딴 은행이예요. 하루 세알씩만 드세요.”
“산에서 주운 산밤이예요. 알이 작으니 밥에 넣어드셔요.”
부산날씨는 여름처럼 더웠는데, 스님들이 가져오신 선물에는 가을 정취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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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이 강의하실 조계종 부산연합회 서장특강을 홍보하러 스님들이 오셨다. 함께 오신 스님에게
“목종스님은 웬일이야? 자주 좀 보자”
하시면서 큰스님은 “공양하고 가요. 오늘 나 잔치있어. 잔치 참석하고 가야지.” 하셨다.
큰스님이 대담프로 잘 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늘 틀면 어떻게 스님이 나와’ 하신 목종스님은 불교티비에서 선우용녀씨와 함께 ‘가피’라고 하는 대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님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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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승스님이 내년 초에 스님들이 베트남에 성지순례를 간다고 11월까지 신청을 해달라는 홍보를 하셨다. 큰스님도 베트남에는 가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내가 아픈지 벌써 10년이 되었어. 스님들 여행은 그 후로 활발해졌지.”
큰스님은 건강하고 젊으셨을 때 어디를 제일 많이 가보고 싶으셨을지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가보고 싶은 데 별로 없었어. 공부에만 관심이 있었어.”
라고 경쾌하게 대답하셨다. 요즘은 여행전문 채널이 있어서 직접 간 것의 100분의 1정도는 맛을 본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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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실지 표지를 보시면서 53선지식이니까 앞으로 마흔 네 번은 쓸 표지그림이 남았다고 흐뭇해 하셨다.
“전엔 표지를 뭐로 쓸까 걱정도 했잖아. 요즘은 물자도 풍부하고 책 편집하기도 편하고 하니까 얼마나 편리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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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반야사에서 비구니스님들이 지송화엄경과 사경집을 법공양 하셨다.
“틈을 보다가 4년만에 일 벌려 봤습니다.” 하시는 비구니 스님은 큰스님이 번역하신 화엄경이 방대해서 다른 분의 번역으로 책을 편집했다고 말씀하셨다. 큰스님은 상관이 없다고 하시면서 법공양 운동에 동참해 주어서 고맙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우리 겁 없이 불사합시다. 부처님 일인데 겁날 게 뭐 있어.” 가까이 있다고 해서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래서 신심의 세계는 쉽지 않다고 하셨다.
“스님같은 분들에게 내가 용기를 많이 받아.” 하셨다.
이윽고 상강례
법회의 시작
大方廣佛華嚴經 卷第十六
十住品 弟十五
一, 三昧와 加被
화엄경 공부 제15 십주품 공부할 차례다.
평소에 내가 인생의 최대 과제라고 마음에 두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화엄경을 공부하는 일이고 하나는 법공양을 하는 일이다.
늘 해오던 화엄경 공부는 스님들 덕분에 요즘 더 알뜰히 잘 하고 있다.
또 오늘 서울 목동 반야사에 계시는 스님이 지송 한글화엄경을 출판을 하고 사경집까지 출판해서 스님들에게까지 법공양을 올렸다.
법공양은 나의 주력 사업인데, 화엄경을 출판해서 신도들에게 가르치고 조금이라도 우리 스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렇게 법공양을 올려주어서 고맙다. ‘내 뜻이 어느 정도 전해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나는 매달 나오는 책과 사경집과 소책자들을 합쳐서 일년에 3, 4만 권씩은 법공양을 한다.
요즘은 반야심경 법성게 등을 한꺼번에 삼천부 사천부 오천부씩 찍어서 쌓아두기 때문에 그 보다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스님들이 이것을 잘 가져가셔서 신도들을 잘 가르치리라고 생각한다. 가져가셔서 신도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부처님 덕에 살고 있고 세세생생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살기를 바란다. 대승 경전을 공부하면서 공부한 것을 조금씩이라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 난다는 것이 곧 초발심이다. 본문에 들어가면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십주품의 제1주가 초발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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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함께 나눠드린 ‘대방광불화엄경 經一’ 이라고 하는 교재는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교재로서 가장 준수하고 빼어나게 잘 만든 교재다.
지금 스님들이 공부하는 화엄경 교재도 상당히 좋은 교재다. 과목을 치고, 글자도 예쁘게 해서 네 권으로 만들었더니 목판본 책만 보던 어느 강주스님이 ‘어떻게 이렇게 과목을 제대로 쳐서 일목요연하게 공부하기 좋도록 했느냐’고 탄복을 하고 찬사를 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나눠드린 교재는 신도들을 위한 교재여서 거기다 한문 본문에 한글음을 다 달고 글자 크기도 크게 했다.
앞에는 『청량국사 서문』을 싣고, 뒤에는 『약찬게』와 『법성게』와 『화엄경전체 구성표』까지 다 실었다.
내가 연구에 연구를 해서 만든 교재다. 글자도 아름다워서 이것을 보고 사경하기에 좋게 되어 있다. 여기 신도들은 이것을 벌써 한 권 떼고 제2권에 들어갔다.
1권이 여유가 있어서 ‘이 정도 교재라면 스님들이 그 동안 공부하신 것으로써 충분히 신도님들에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늘 법공양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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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때도 공부가 되지만 가르칠 때는 더욱 알뜰히 자기 공부가 된다. 강사가 새겨 보라고 하고 지적하지 않으니까 배울 때는 모르는 것도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가르칠 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자 한 자 내가 알았던 글자도 옥편을 보고 확인하고, 불교사전을 찾아서 용어도 확인하면서 세 번 네 번 공부해야 비로소 남 앞에서 가르칠 수가 있다.
여러 스님들은 이만큼이나 공부하셨으니까 이제 1권부터 신도들에게 가르치려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 교재 제1권에는 화엄경 80권중에 세 권이 들어가 있다. 편집해 보니 그렇게 실으면 딱 좋은 분량이 나온다. 교재 제일 뒤에 보면 ‘이 책을 복사하기를 환영합니다. 널리 법공양 하면 공덕이 무량합니다.’ 라고 했다.
부처님 경전을 판권 소유니 지적 소유권이니 해서 함부로 찍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도저히 내 마음에 용납되지 않는 일이어서 내가 만든 책에는 언제나 이런 문구를 싣는다.
많은 중생에게 법공양하는 일은 자신에게도 큰 공덕이 된다.
나에게 만약 뜻하지 않게 변고가 생긴다면 제일 아쉬운 것이 화엄경 공부를 덜 한 것이고 다음으로는 지금까지도 하고 있지만 법공양을 덜 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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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온 김에 더 이야기 한다면 근래에 제자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스님들이 오랜 세월동안 인연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내가 범어사에서 강사를 하던 1977년, 78년도에 졸업한 스님들이 십 오육명 정도 지금까지 37년간 모임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가 그냥 적당히 살 일이 아니고, 많은 중생에게 보탬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어떠냐, 복지단체를 하나 만들어서 좋은 일을 하자. 첫째는 법공양, 두 번째는 간병, 세 번째는 장학사업을 하는 재단을 만들자.’고 내가 제안하였다.
간병은 몸이 불편해서 고통을 겪고 병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탬을 주는 일이고 장학사업은 불교를 빛낸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일이다. 벌써 수상할 사람도 세 분 선정해 놓았다.법륜스님과 혜문스님과 해민스님이다. 처사든 어느 종파든 관계없이 자기의 능력으로 불교를 빛낸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이 하는 사업이 좀 더 잘되도록 하자는 뜻에서 상을 주려는 것이다. 혜문스님은 조선왕실 의궤 반환운동을 하는 스님이다.
그렇게 좋은 일을 하는 복지단체를 하나 만들자는 이야기를 운을 떼었더니 그 자리에서 모두 동참해서 일단은 벌써 상당한 힘이 이루어졌다.
그런 일들이 지금 연구중에 있고 추진중에 있다.
발설했으므로 이 일은 거둬들일 수가 없다.
스님들도 그런 것을 염두에 담아 뒀다가 어느 기회에 동참하고 싶으면 동참하시기를 바란다.
몇 년 전에 어느 종파에서 ‘유언장을 써라. 유언장을 안 쓰면 주지 임명장 안 준다.’고 해서 생야단법석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스님들이 울고불고 하면서 나에게도 하소연을 한 분도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단체는 유언장이 됐든, 서약서가 됐든, 자기 개인 토굴이나 자기 개인 재산이 됐든 간에, 마지막 남은 유산이 다만 만 원짜리라도 있으면 그 복지재단에 모두 희사하고 싶은 마음이 나는 복지단체다.
그동안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어도 개인의 힘으로는 못하는 일인데 ‘이렇게 의미있고 아름답고 좋은 일이면 당장 동참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얼른 서약서를 써서 보내고 싶은 복지단체를 꿈꾸고 있다.
그 단체에서는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좋은 일은 다 집합시켜서 해보고 싶다. 이 사람이 좋다고 하는 일도 하고, 저 사람이 좋다고 하는 일도 하고, 불교에서 좋다고 하는 일, 복 되는 일, 공덕 되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한다.
그런 재단을 내 머릿속에 설계한지는 벌써 오래 되었다. 대중 앞에서 발설한 것은 2, 3일전에 처음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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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면 아쉬움도 많고 미련도 많다. 살아 있을 때 자기 뜻과 의사로써 그 아쉬움과 미련을 속시원하게 연소시키고 간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대개 그렇지가 못해서 시간에 떠밀려서 가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그만 끝나버린다.
스님이 돌아가시면 상좌도 소용없고 법제자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그래서 후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들도 벌어진다. 사돈에 8촌이라도 세속 촌수가 우선이어서 스님들이 아까운 시줏돈으로 만들어 놓은 절이라든지, 땅이라든지 기타 재산들이 전부 속가로 가버리는 일들이 생긴다.
유언장을 쓰라고 한 것이 그런 염려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잘못 전달된 부분들이 많았다. 또 재단이 잘 해야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종단이나 개인이 했든간에 마음에 드는 복지재단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나 혼자도 오랫동안 해봤었다.
우리가 만들려는 복지재단은 법공양을 중심으로 하고, 간병과 장학을 부대사업으로 하며 기타 출판사업까지 하는 복지단체다.
(잘 되기를 박수로 후원하겠습니다. 박수)
박수는 고맙지만 구체적으로 동참이 있어야 된다. 나중에 언제 입회원서 돌리거든 토굴 이름을 갖다 넣든지, 현금 액수를 적든지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십주품 서두에 그런 말씀을 드려서 좀 그렇다. 내가 공부 중간에 하려고 메모를 해놨는데, 성질이 급해서 먼저 이야기해 버렸다.
1, 法慧菩薩入定
爾時에 法慧菩薩이 承佛威力하사 入菩薩無量方便三昧하시니라
그때 법혜보살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보살의 무량방편삼매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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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주품(十住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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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三昧)와 가피(加被) :삼매와 가피를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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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수행 계위를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 등각, 묘각 이렇게 52위라고 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제대로 위수(位數)를 꼽으면 십신을 빼고 십주부터 42위를 이야기한다.
42위의 첫 십주가 발심이다. 십신이 정식 보살계위에 들지 않는 이유는 발심을 하려면 먼저 신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심은 땅과 같다’는 표현도 있었듯이 신심은 밑바탕인 것이다.
그 밑바탕에 비로소 발심을 하는 단계를 생각하면 42위가 맞고, 굳이 보살계위를 10신부터 이야기 하면 52위가 맞다.
그런데 십신법문에서는 법문은 풍성했지만 십신품이 따로 없었다. 화엄경은 열 개의 믿음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안했다. 그래서 십주품이나 십회향품이나 십행품은 있는데 십신품이 없다. 그런 것도 염두에 두고 공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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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혜보살입정(法慧菩薩入定): 법혜보살이 삼매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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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爾時)에 : 그 때에
법혜보살(法慧菩薩)이
승불위력(承佛威力)하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입보살무량방편삼매(入菩薩無量方便三昧)하시니라: 보살 무량방편삼매에 들어가시니라.
법혜보살이 일단 삼매에 든다. 우리도 법회가 있기 전에 잠깐 입정을 했다. 이것이 법식이다. 앞으로 큰 법을 설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정에 든다. 사찰에서 법문할 때도 그렇고, 강의를 할 때도 이 법식을 따른다.
2, 加被
以三昧力으로 十方各千佛刹微塵數世界之外에 有千佛刹微塵數諸佛하사대 皆同一號하야 名曰法慧라 普現其前하사 告法慧菩薩言하사대
삼매의 힘으로 시방으로 각각 일천 부처님 세계의 미진수 같은 세계 밖에 일천 부처님 세계의 미진수 같은 많은 부처님이 계시는데 다 같이 이름이 법혜불이라. 법혜보살이 앞에 널리 나타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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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加被): 가피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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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매력(以三昧力)으로: 삼매력으로써
시방각천불찰미진수세계지외(十方各千佛刹微塵數世界之外)에: 시방에 각각 천불찰미진수 밖에
유천불찰미진수제불(有千佛刹微塵數諸佛)하사대: 또 천불찰미진수 부처님이 있다.
천불찰미진수 하면 천 개의 지구를 가루로 만들어서 미진을 만들었을 때, 그 미진의 숫자와 같이 많고 많은 세계라는 뜻이다. 그 숫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온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한꺼번에 다 일컫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보이지 않는 세포에서부터 원자가 됐든 분자가 됐든 중성자 양성자가 됐든 눈에 보이지 않고 감지 할 수 없는 작은 것에서부터 저 드넓은 우주 공간에 펼쳐져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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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동일호(皆同一號)하야: 다 같은 하나의 이름인데
명왈법혜(名曰法慧)라: 이름이 법혜불이다.
보현기전(普現其前)하사: 모두 그 앞에 널리 나타나서
고법혜보살언(告法慧菩薩言)하사대 : 법혜 보살에게 이야기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다음에 나온다.
3, 加被와 三昧의 因緣
善哉善哉라 善男子야 汝能入是菩薩無量方便三昧하니 善男子야 十方各千佛刹微塵數諸佛이 悉以神力으로 共加於汝하시며 又是毘盧遮那如來의 往昔願力威神之力과 及汝所修善根力故로 入此三昧하야 令汝說法이니라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이 보살의 무량방편삼매에 들었으니 선남자여, 시방에서 각각 일천 부처님 세계의 미진수 같은 많은 부처님이 모두 위신력으로 그대에게 가피하시며, 또한 비로자나 여래의 지난 옛적 원력과 위신력과 그리고 그대가 닦은 선근의 힘으로 이 삼매에 들어서 그대로 하여금 법을 설하게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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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加被)와 삼매(三昧)의 인연(因緣) : 가피와 삼매의 인연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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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선재(善哉善哉)라
선남자(善男子)야
여능입시보살무량방편삼매(汝能入是菩薩無量方便三昧)하니: 그대가 능히 보살무량방편 삼매에 들어갔으니
선남자(善男子)야
시방각천불찰미진수제불(十方各千佛刹微塵數諸佛)이 : 시방에 각각 천불찰 미진수 부처님이
실이신력(悉以神力)으로 : 모두 신력으로써
공가어여(共加於汝)하시며 : 함께 그대에게 가피를 내린다.
삼라만상 모두가 화엄성중이다. 그 모든 화엄성중이 전부 가호력을 내린다. 화엄경에서는 주풍신 주공신 주수신 주화신 등등 삼라만상을 모두 신격화 한다.
산신기도에서부터 별별 여러가지 기도를 불교에서 일년간 많이 하는데 근래에 나는 ‘화엄성중 기도가 최고의 기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 삼라만상 작은 세포에서부터 머리카락에 이르기 까지 전부가 화엄성중의 가호력으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우주가 돌아가는 일이 순조롭게 유통이 되고 소통이 되도록 하는 기도가 화엄성중 기도다.
옛 스님들이 여러 가지 기도 중에 정초에는 화엄성중 기도부터 하게 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화엄성중 기도가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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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비로자나여래(又是毘盧遮那如來)의: 또 비로자나에게
왕석원력위신지력(往昔願力威神之力)과 : 옛날에 비로자나 부처님이 원력을 세우고 그 위신력과
급여소수선근력고(及汝所修善根力故)로 : 그리고 그대가 닦은 선근의 힘, 선행을 얼마나 닦았고 공덕을 얼마나 쌓았는가 하는 것으로써
입차삼매(入此三昧)하야 :이 삼매에 들어가서
영여설법(令汝說法)이니라: 그대로 하여금 설법하게 했다.
그냥 설법한 것이 아니다. 온 우주 삼라만상이 다 동원 되어서 법혜보살이 설법한다.
심지어 우리가 남을 음해하는 말을 한다든지 욕을 하든지 칭찬하는 말과 같이 아주 하찮은 개인적인 말을 한마디 해도 이 역시 온 우주가 다 동원된 것이다.
옛날에 어떤 문인이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전 우주가 흔들림을 보았노라.’ 하는 글을 썼다. 그 표현이 근사하다. 내가 그 글을 읽고는 ‘이 사람 화엄경보고 컨닝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하찮은 어떤 작은 말을 하든지 행동을 하든지 손가락을 꼬물거리거나 글씨를 한 자 쓰든간에 전우주가 동원이 된 것이다.
법계연기적인 우주가 동원 되지 않고는 그렇게 될 리가 없다.
물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동원이 된 것이고 멀리 있는 것은 좀 적게 동원이 될 수는 있겠다. 지구 반대편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한 번 하면 반대편에서는 태풍이 일어난다는 표현들을 요즘 많이 하는데 그 역시 화엄경에 이미 다 나온 이야기다.
4, 加被十種由
爲增長佛智故며 深入法界故며 善了衆生界故며 所入無碍故며 所行無障故며 得無等方便故며 入一切智性故며 覺一切法故며 知一切根故며 能持說一切法故니 所謂發起諸菩薩十種住라
"부처님이 지혜를 자라게 하기 위한 연고며, 법계에 깊이 들어가게 하기 위한 연고며, 중생의 세계를 잘 알기 위한 연고며, 들어가는 바가 걸림이 없게 하려는 연고며, 행하는 바가 걸림이 없게 하려는 연고며, 같을 이 없는 방편을 얻게 하는 연고며, 일체 지혜의 성품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모든 법을 깨닫게 하는 연고며, 모든 근기를 알게 하는 연고며, 모든 법을 능히 설하게 하는 연고이니 이른바 모든 보살의 열 가지 주처(住處)을 일으키려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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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십종유(加被十種由): 열 가지의 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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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를 내리는데 열 가지 이유가 있다. 그 많고 많은 부처님, 전우주가 동원이 되어서, 법혜보살에게, 그대에게 왜 가피를 내리는가.
*
위증장불지고(爲增長佛智故)며 : 부처의 지혜, 깨달음의 지혜를 증장시키기 위해서다. 위(爲)자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새긴다.
심입법계고(深入法界故)며 : 법계에 깊이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세계를 그냥 세계라고 하지 않고 법계라고 한다. 법계는 진리의 세계다. 수억만 광년 밖에 있는 별들의 세계까지도 그 나름대로 진리가 있고 법이 있고 질서가 있고 이치가 있다. 그래서 법계라고 한다.
선요중생계고(善了衆生界故)며 : 중생세계를 잘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소입무애고(所入無碍故)며 : 들어간 바가 걸림이 없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소행무장고(所行無障故)며 : 우리가 행하는 바가 장애가 없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득무등방편고(得無等方便故)며 : 같은 것이 없는 방편, 최고의 방편을 얻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입일체지성고(入一切智性故)며: 일체 지성에 들어가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일체 지혜의 성품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까닭이다.
각일체법고(覺一切法故)며 : 일체 법을 깨닫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지일체근고(知一切根故)며: 모든 사람들의 근기, 상근기 중근기 하근기 모든 근기를 다 알도록 하기 위한 까닭이다.
능지설일체법고(能持說一切法故)니 : 능히 일체 법을 가져서 설하도록 하기 위한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피를 내린다.
소위발기제보살십종주(所謂發起諸菩薩十種住)라: 그래서 모든 보살들의 열 가지 머묾을 일으키게 한다. 어디에 사느냐. 어디에 머물러 있느냐. 주소를 어디에다 두고 있느냐 바로 그 열 가지 머무는 곳을 일으키게 한다. 십주를 이야기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5, 口加
善男子야 汝當承佛威神之力하야 而演此法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이 법을 연설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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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口加): 입의 가피
*
신구의 삼업으로 나누어서 구가, 의가, 신가의 가피를 내린다.
첫번째 나오는 구가는 입으로 가피하는 것이다.
*
선남자(善男子)야
여당승불위신지력(汝當承佛威神之力)하야 :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의 힘을 받들어서
이연차법(而演此法)이니라: 이 법을 연설할 지니라.
말로 하는 것이 입으로 가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오늘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 ‘좋은 화엄경 교재를 본보기로 만들었으니 여러분 화엄경을 가르쳐 보세요’ 하고 말한 것이 가피다. 이것은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든 것이다.
여러분이 그런 말을 들으면 ‘ 한 번 해볼만하겠는데’ 하고 힘을 얻는다. 가피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6, 意加
是時에 諸佛이 卽與法慧菩薩에 無礙智와 無着智와 無斷智와 無碍智와 無異智와 無失智와 無量智와 無勝智와 無懈智와 無奪智하시니 何以故오 此三昧力이 法如是故니라
"이때 모든 부처님이 법혜보살에게 걸림 없는 지혜와, 집착 없는 지혜와, 끊어짐이 없는 지혜와, 어리석음이 없는 지혜와, 다름이 없는 지혜와, 잃어버림이 없는 지혜와, 한량없는 지혜와, 이길 수 없는 지혜와, 게으름이 없는 지혜와, 빼앗을 수 없는 지혜를 주셨으니 이 무슨 까닭인가. 이 삼매의 힘이 법이 이와 같은 연고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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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가(意加): 뜻의 가피
마음을 가피하는 것이다.
*
이시(是時)에
제불(諸佛)이 : 모든 부처님이
즉여법혜보사설(卽與法慧菩薩)에 : 법혜보살에게 곧 주었다. 여(與)자는 ‘주었다’고 해석된다. 무엇을 주었는고 하면
무애지(無碍智)와: 걸림없는 지혜를 주었고
무착지(無着智)와 : 집착없는 지혜를 주었고
무단지(無斷智)와 :끊어지지 않는 무단지를 주었고
무치지(無癡智)와: 어리석음이 없는 무치지를 주었고
무이지(無異智)와 : 다름이 없는 차별이 없는 무이지를 주었고
무실지(無失智)와 : 잃어버림이 없는 무실지를 주었고
무량지(無量智)와 : 한량없는 지혜를 주었고
무승지(無勝智)와 :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무승지를 주었고
무해지(無懈智)와 : 게으름이 없는 지혜를 주었고
무탈지(無奪智)하시니 :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지혜를 주었다.
*
하이고(何以故)오 : 무슨 까닭인가
차삼매력(此三昧力)이 : 법혜보살이 삼매에 들어갔기 때문에
법여시고(法如是故)니라: 법이 으레 이와 같은 까닭이다.
삼매에 들어간 그 힘이 으레 그렇다. 삼매, 선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
그런 삼매에 법혜보살이 들어갔다.
*
어떤 일을 할 때는 먼저 명제를 만들어 놓는다. 예를 들어서 ‘산신각을 하나 지어야겠다’고 하는 명제가 만들어진 다음에는 따르는 일이 많다. 집은 몇 평으로 지을까, 목재는 어느 정도로 할까, 방향은 어디로 하고, 위치는 어디에 할까, 목수는 어떻게 구할까 등등 구체적이고 복잡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내가 복지단체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옛날부터 생각한 일이다. 생각은 일찍이 했어도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서약서를 얼른 해서 던져주고 싶은 아름다운 복지단체'라는 수식을 만든 것도 근래의 생각이다.
그런 일들을 구체적으로 하기까지는 계속해서 항상 생각해야 된다. 삼매력이 그렇게 중요하다.
옛날에 해인사에 살림을 살던 영암스님은 염불도 잘하셨지만 우리 당대에 사판으로서 최고가는 스님이었다. 그 스님은 뭘 궁리하다가 그 궁리가 안나면 꼭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그 스님 삼매는 화장실 삼매다.
화장실에 가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 있으면 궁리가 다 풀려서 머리에 착 떠오른다는 것이다. ‘나는 뭐가 안풀리면 꼭 화장실에 가.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으면 그렇게 잘 풀려 잘 풀려 머리에 잘 떠오른다’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거침없이 하셨다. 그 역시 삼매다.
7, 身加
是時에 諸佛이 各伸右手하사 摩法慧菩薩頂하신대 法慧菩薩이 卽從定起하야 告諸菩薩言하사대
이때 모든 부처님이 오른손을 펴시어 법혜보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니 법혜보살이 선정으로부터 일어나서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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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身加) : 몸의 가피
몸으로 가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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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是時)에 : 그 때에
제불(諸佛)이 : 모든 부처님이
각신우수(各伸右手)하사 : 각각 오른 손을 펴서 천불찰 미진수 세계의 숫자와 같이 많고 많은 부처님이 오른 손을 펴서
마법혜보살정(摩法慧菩薩頂)하신대 :법혜보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자
법혜보살(法慧菩薩)이 : 법혜보살이
즉종정기(卽從定起)하야 : 선정으로부터 일어나서, 삼매에서 일어나서
고제보살언(告諸菩薩言)하사대: 보살에게 이야기 했다.
여기서부터 십주(十住) 법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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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환하신 모습...고맙습니다 _()()()_
복지단체 설립에 박수를 보냅니다~ ()()() 혜명화님 고맙습니다
인생은 항상 잔치이여야 하고 매일매일이 축제다.고맙습니다._()()()
加被와 三昧.....혜명화 님!! 수고 하셨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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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명화님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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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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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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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실 월간지를 늘 읽어왔지만 이곳에서 다시 복습하니 훨씬 명료해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