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 내가 패션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던졌던 질문은 “우리나라 패션의 위치는 아시아에서 몇 번째나 되는가?”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어느 사람은 일본 다음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일본 다음이 홍콩이고 그 다음쯤 이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홍콩 다음에 싱가폴이 있고 그 다음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대만이 우리보다도 앞서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 2006년을 보내면서 한국 패션의 국제적인 위상은 어떻게 변했는가.
올림픽을 치르면서 독일에서는 ‘아디다스’를, 일본에서는 ‘아식스’라는 브랜드를 남겼지만 우리는 아무런 내셔널 브랜드 하나 남기지 못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너무도 준비 없이 올림픽을 맞이한 결과였다.
그것이 1988년의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신인을 발굴하고자 시작했던 패션경진대회도 20년이 되었고,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시작되었던 정기적인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도 20여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패션 시장은 국제적인 안테나샵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패션의 정립이 하루아침에 쉽게 달성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처럼 국내 패션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패션의 3대 축의 하나라는 유통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편견일까.
수출은 3천억달러를 넘었고,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영화, 미술, 음악등 한국의 문화 위상이 급신장하고 있는데 우리 패션의 산업적, 문화적인 위치는 어디쯤에 있는 것인가.
패션의 실상을 높여보자고 어렵게 마련하였던 국가적인 월드 디자이너 프로젝트도 이기적인 옹졸함과 단견으로 초기에 쪽박을 깨트려 버린 결과가 되어 통한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렇다고 돗대도 삿대도 없이 그냥 흘려 보내야 만 할 것인가.
얼마전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제15회 아시안 게임에서 카타르 스포츠클럽 운동장에 걸려있던 ‘빈폴’의 선전광고판이 그나마 눈길을 끌었지만 언제쯤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강국이 될 것인가.
/한국패션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