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구두’와 ‘운동화’로 나누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신발을 ‘과학’이냐 ‘패션’이냐로 나눠야 할 것 같다.
최근 첨단소재를 사용하거나 각종 기능을 보강한 기능성 신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가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스포츠화 모양을 본뜬 신발들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제 신발은 겉만 봐선 용도도 기능도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 젊은 감각의 기능화=발이 편해야 몸과 마음이 편하다.
여기에 맞춰 나온 것이 기능성 신발이다.
최근 기능성 신발의 대표주자는 컴포템프(COMFORTEMP) 슈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복 용으로 개발한 소재를 써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있다.
마이크로 캡슐에 담긴 특수 물질이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온도를 낮춰주고, 온도가 낮아지면 거꾸로 온도를 높여준다.
겨울에는 신발을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항균소재로 각광받는 은나노를 사용한 기능성 신발도 눈길을 끈다.
신발 안에 서식하는 세균을 억제하고, 외부 세균의 침입을 차단해줘 발냄새와 무좀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다는 것이다.
'바이오소프'의 맹태수씨는 "한때 기능성 신발은 노.장년층 상품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기능성 신발을 찾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제화는 최근 당뇨화를 내놓았다.
발의 혈액 순환을 돕고, 충격흡수 기능을 강화해 발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랜드로바에서 출시한 임부화는 운동화를 만드는 공법으로 볼 넓이를 두 배로 늘려 편안하게 한 것이 특징. 최근에는 기능성은 물론 꽃무늬 프린트 등 디자인까지 가미한 임부화도 많이 나왔다.
과체중.과도한 운동 등으로 관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충격흡수 기능을 강화한 신발도 적지 않다.
수제화 공법으로 만드는 락포트(Rockport)는 가벼운데다 기능성 깔창으로 쿠션감을 살렸다.
금강제화의 초경량화도 운동화용 합성고무를 사용해 구두 무게를 2분의 1 정도로 줄이고, 충격흡수 기능을 강화했다.
엘칸토 역시 유산소운동효과가 있다는 삼박자 구두를 내놨다.
발의 아치부분을 높여줘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15도 경사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무늬만 스포츠화=스포츠화는 패션용품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의류에서 시작된 스포츠 열풍이 신발에도 번진 것이다.
남성 정장에 낮은 창의 운동화인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요즘 패션 코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의 옷입기 방식이다.
푸마-질샌더, 아디다스-스텔라 밸카트니, 르꼬끄 스포르티브-까스텔바작 등 유명 디자이너와 스포츠 브랜드가 잇따라 손잡으면서 스포츠화 패션붐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신발 중의 하나가 축구화 모양의 스니커즈. 디자이너 질샌더가 푸마의 대표적 축구화인 푸마 킹을 스니커즈로 바꾼 '아반티'가 그 시작이다.
밑창에 스터드(징)이 없다는 점을 빼놓고는 축구화를 쏙 빼닮았다.
'델문도'나 '모션 트레이너' 등의 모델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축구화에 재미를 본 푸마는 복싱화.태권도화.테니스화.핸드볼화 등을 본뜬 신발을 잇따라 내놓았다.
b4에서는 승마에서 모티브를 따온 슈즈를 선보였다.
둥글고 짧은 앞 코에 끈 장식이 달려 승마화를 닮게 만들었다.
랄프로렌 풋웨어의 '트럼블로 하이'는 복싱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여성용인데 발목이 높아 꼭 복싱화 모양이다.
최근 태보(태권도+복싱)나 복싱을 즐기는 여성이 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ABC마트의 스케이트보드.스노보드화 브랜드 '반스'는 최근 화려한 색상의 제품이 나오면서 패션 신발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만 다양한 디자인의 60여종이 추가로 출시했다.
스케이트보드나 스노보드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신는다는 느낌을 주는 게 판매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