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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다
‘케케묵다’는 ‘켜켜이 묵다’에서 비롯되었다. ‘켜’는 포개어진 층을 이르는 우리말이다. 가령 시루떡을 찌면서 ‘켜’를 두껍게 안친다고 할 때 등에 쓰인다. 먼지 따위가 켜켜이 앉게 되면 자연히 ‘켜켜 묵은 것’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의 시작은 가시적(可視的)이었다. 그러나 케케묵은 것이 반드시 가시적인 데 그칠 수만은 없다. 사람의 생각도 새로운 물결이나 지식 같은 것으로 씻어내지 않으면 거기 켜켜이 먼지가 앉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켜켜이 묵은 생각’이 된다. 이 때는 추상적(抽象的) 의미가 되는 것이다.
코리아
고려가 통일국가를 이루고 문물이 발달하여 세계로 알려지면서 서방 세계에서 고려를 ‘코리아’로 부르게 되었다. 원래 스펠링이 Corea였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자기네 서방 이름인 Japan의 이니셜인 J가 C보다 뒤에 있는 것을 꺼려 J보다 뒤에 있는 K로 고쳐 Korea라 한 것이다. 광복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의 외국어 국호를 Corea로 고치는 것은 시급하고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큰손
`사채놀이나 주식 투자를 크게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같은 뜻을 지닌 일본말 `오오데(大手)`를 직역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따라서 말 전체는 순우리말이지만 그 뿌리는 일본말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깡패를 흔히 `어깨`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어깨’란 뜻의 일본말 `가다`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태질을 하다
이삭을 떨 수 있게 만든 농기구인 개상에 곡식 단을 메어쳐서 터는 것을 태질이라 한다. ‘메어꽂다’는 뜻을 가진 `태질을 하다`란 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농기구가 발달한 지금은 이 말을 농사용어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에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세차게 메어치거나 집어던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고 있다.
터무니없다
`이치나 도리에 맞지 않다`의 뜻이다.
터무니는 원래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하는 말이다. ‘무니’는 지금의 ‘무늬’라는 말이다. 터를 잡았던 흔적이 없다는 말이니 전혀 근거가 없거나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토끼다
`도망가다`의 뜻으로. ‘토끼(兎)+다’로 결합된 말이다. 토끼가 잘 달리는 특성에 빗대어 `도망가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를 만들게 되었다. 비슷한 조어(造語) 방식으로 생긴 말로, `신(靴)+다`, `띠(帶)+다`, `자(尺)+ㅣ+다(재다)`, ‘안 +다’, ‘품+다’ 등이 있다.
토를 달다
`토`라 함은 한문을 읽을 때 그 뜻을 쉽게 알기 위하여 한문 구절 끝에 붙여 읽는 우리말로서 우리말의 조사에 해당한다. `토씨`라고 쓰기도 한다. -하야, -하고, -더니, -하사, -로, -면, -에 등이 토에 해당한다. 예: 有朋이 自遠訪來하니 不亦樂好아
오늘날에 얘기 중에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우에 뒤에 덧붙여 하는 얘기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퇴고推敲
퇴고란 문장을 다듬고 어휘도 적절한가를 살피어 고쳐 쓰는 일을 말한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당(唐)나라의 시인 가도(賈島)가 나귀를 타고 가다 시 한 수가 떠올랐다. 그것은 ‘조숙지변수 승퇴월하문(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 새는 연못 가 나무에 잠들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라는 것이었는데, ‘달 아래 문을 민다’보다는 ‘두드린다[敲]’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 그만 경조윤(京兆尹:首都의 市長) 한유(韓愈)의 행차 길을 침범하였다. 한유 앞으로 끌려간 그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한유는 노여운 기색도 없이 한참 생각하더니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는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군.’ 하며 가도와 행차를 나란히 하였다(《唐詩紀事》)는 고사(故事)에서 생겨난 말로 이로부터 퇴고란 말이 쓰이게 되었다.
투기
'투기 성향', '투기 심리', '인생 투기', '정치 투기', '아파트 투기', '땅 투기' 등에서 보듯, '투기(投機)'라는 말은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확신도 없이 요행만 바라고 큰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 또는 '요행히 큰 이익을 얻으려고 행하는 매매 거래'가 '투기'인 것이다.
그러나 '투기'라는 말은 본래부터 그렇게 나쁜 의미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로 쓰이던 단어이다.
'투기'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 불가에서는 '수행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크게 깨닫는 일' 또는 '조사(祖師)'의 '기(機)'와 '학인(學人)'의 '기(機)'가 일치하는 일'을 '투기'라고 한다. 따라서 '투기'는 아주 심오한 수행의 경지를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의 단어였다.
튀기
'혼혈아'를 업신여기거나 낮추어 말하는 단어이다. '혼혈아'보다 '혼혈인'이 더 인격을 존중하여 말하는 단어입니다
'튀기'는 우리 옛 문헌 속에 등장하는 '특이'라는 말의 변형이다.
18세기 문헌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수말과 암소, 수소와 암말 사이에 태어난 것을 특이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특이'은 수말과 암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버새',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 등을 지칭하는 명사가 된 셈이다.
이것이 20세기 초 <조선어 사전>으로 이어져 '트기'로 표기되었고, 현대에는 '튀기'로까지 변모된 것입니다.
사전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 의미 또한 혼혈 동물만을 뜻하는 말에서 혼혈 인간까지 포함하는 말로 변했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 조선 정조 때 실학자, 문장가.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 1741-93)의 시문(詩文)·예론(禮論)·사론(史論) 등을 망라하여 엮은 전집. 71권 33책. 필사본. 1795년(정조 19) 저자의 아들 광규(光葵)가 편집, 간행하였다.
트집 잡다
`공연히 조그마한 흠집을 잡아 말썽이나 불평을 하다`의 뜻이다.
원래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한데 뭉쳐야 할 일이 벌어진 틈을 일컫던 트집이라는 말이 점차 그 뜻이 전이되어 쓰인 것이다.
파
파김치
파김치란 파로 담근 김치로, 파는 원래 잎이 빳빳하고 기운이 세어 만지면 톡톡 부러지지만, 소금기와 함께 여러 양념을 해두면 서서히 기운이 죽어 부드럽게 된다.
처음에는 힘이 있어 강건하던 사람도 일을 많이 하거나 오래하면 몸이 나른해지고 행동도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을 너무 많이 하거나 힘이 들어 기운이 쭉 빠진 것을 가리켜 ‘파김치가 되었다’고 한다.
파방치다
`살던 살림을 그만두다`의 뜻이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발표를 취소하는 것을 ‘파방(罷榜)’이라 했다. 파방을 하듯이 그전에 있었던 일을 도로 없던 일로 한다는 뜻으로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같은 이유로 일이 깨져 다 끝난 것을 `파방판`이라고 한다.
판문점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板門店)은 원래 이름이 `널문리`다. `판문`은 우리말인 `널문`을 뜻에 맞춰 한자를 빌어 ‘널 板, 문 門’으로 표기한 것이다.
51년 휴전회담장이 되면서 근처에 있던 주막을 겸한 가게에서 당시 `중공군` 대표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한자로 `板門店`이라고 옥호를 적은 것이 그대로 지명이 된 것이다.
인근의 `널문다리`에는 53년 7월 휴전협정 체결 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 라는 이름이 새로 붙었다.
팽개치다
하던 일을 포기하고 그만 두는 일을 말한다.
팽개는 `팡개`에서 왔는데 팡개는 논에 있는 참새를 쫓는 데에 쓰이는 대나무 막대기이다. 이렇게 논바닥에 팡개를 쳐서 흙이나 돌을 묻힌 다음 그것을 휘둘러 새를 쫓는 것에서 `팽개치다`라는 말이 나왔다.
푸념
`마음속에 품은 불평을 길게 늘어놓는 말`을 일컫는다.
원래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신의 뜻(빙의 상태)이라 하여 정성들이는 사람에게 꾸지람(=넋두리)하는 것을 일컫던 말이었으나 일반적인 의미로 그 뜻이 변했다.
피죽바람
`모 낼 무렵 오랫동안 부는 아침 샛바람(동풍)과 저녁 높새바람(북동풍)`을 가리킨다. 모 낼 무렵에 이 바람이 불면 벼가 큰 해를 입어 큰 흉년이 들기 때문에 ‘피죽도 먹기 어렵다’고 생각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첫댓글 '투기'는 아주 심오한 수행의 경지를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의 단어였다 - 그렇게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군요.
그렇지요 불가에서는 불가 답게 투기를 수행의 경지로 쓰이고 민가에서는 그 경지를 삶의 수단의 경지로 쓰인거지요. 민가의 투기도 경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투자를 하면 실패하기 일쑤니까요 일맥 상통하는 삶의 현장의 환경변이입니다 그려... ㅎㅎㅎ
코리아에는 그런 심오한(?) 연유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