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영세사업장 밀집지역 지부건설,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드리는 글 -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이슈_시흥지부_시급한건설.hwp
130주년 노동절이다. 노동자들은 130주년을 특별하게 맞이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로 인해 예년과 같은 대규모집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메이데이를 맞이하였다. 또한 경기도 이천의 어느 물류창고에서의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죽고, 10여명이 다쳤다는 매우 슬픈 소식을 안고 노동절을 맞이하였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은 2020.5.1. 현재 248명이다. 하지만 그 248명의 죽음은 한국사회를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248명의 죽음을 결코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이 사회는 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매년 사고로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다는 아연실색할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약 2천명이 매년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죽음에 주목한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콘베이어벨트에 끼워 죽은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 이천에서 화재로 사망한 38명의 노동자들은 아이러니컬하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나마 다행(?)인 죽음이 되고 있다. 참 슬픈 세상이다.
이제 세간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그야말로 ‘개취급, 개죽음’ 당한 앞의 2천명의 노동자들 중 아주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은 시화반월공단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인 시화반월공단, 일년에 1700여명 다치고, 20여명이 죽는 곳.
2019년 시흥스마트허브 비정규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곳(시흥스마트허브) 회사에서 일하면서 1주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치거나 질병이 발생한 동료나 직원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11.2%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글을 보시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묻고 싶다. 이 ‘11.2%를 어떻게 보시나’라고.
그 분들께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시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필자는 고용노동부의 산재통계를 소개하려고 한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안산지청이 시흥안산관할)이 2020년 1월초에 발표한 시흥안산지역 2018년 재해율은 0.69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재해율은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이다. 이것을 시화반월공단에 적용하면, 이곳 노동자들이 약 25만(2018년 12월기준)임을 감안할 때 양공단 노동자들 약 1,725명(시흥안산 전체적으로는 3,249명)이 재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망만인률이라는 게 있다. 이는 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수를 따지는 기준이다. 2018년 기준, 시흥안산지역사망만인률은 0.79이다. 이것은 시화반월공단의 노동자들 중 20명(시흥안산전체적으로는 37명)이 질병 또는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2018년 고용노동부 발표를 인용하는 것은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의 조사시점인 2019년에 최대한 근접시키기 위함. 2019년 조사결과는 2021년 발표)
이쯤에서 앞에서 드린 질문을 반복해서 드린다. ‘11.2%를 어떻게 보시나’라고.
물론 11.2%은 고용노동부 기준의 통계는 아니다. 따라서 이것을 갖고 시화반월공단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확정적 언급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재해율과 만인률을 함께 보게 될 경우 11.2%는 안전에 대한 신호가 아니라 불안전에 대한 신호 즉, 시화반월공단 노동자들이 질병 및 산업재해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신호이다. 즉, 11.2%는 1년에 1,725명이 재해를 입고, 그중 약 20명이 죽어나가는 시화반월공단의 현실을 반영한 통계인 것이다. (사족. 고용노동부 통계에는 공상이나 아예 치료하지 않은 것은 포함되지 않음. 이것을 포함시킬 경우 재해율은 년 4% 이내. 연구소의 3년간 11.2%가 진실에 가까움)
사망자 20명을 해석해보았으면 한다. 이는 시화반월공단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죽는 노동자가 20명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코로나를 생각한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정작 그로 인해 죽은 노동자는 적어도 시화반월공단에는 1명도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전행정관료가 모든 의료체계를 동원해서 확산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화반월공단에서 산업재해로 매년 1,725명이 다치고, 20여명이 죽어나가는 것은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주들조차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앞의 시화노동정책연구보고서(시흥스마트허브 비정규노동자 실태조사. 2019.12.23.) 146쪽과 147쪽에 나와 있는 노동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소 연구위원의 ‘안전보건교육을 실효성 있게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명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뭐 던져주면서 사인하라고 하는데...그게 다에요. 뭐 다 가라(가짜의 속된 말)에요”, “한번도 없어요. 그냥 사인하라고 하고..”, “한적은 한번도 없어요”, “간부들 시켜가지고 교육시켜라. 그러면 조회시간에 잔소리 하듯이 그게 교육이라고 진행되고 그러거든요”
국가의 잘못만 있는가? 민주노총은?
중소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인 시화반월공단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국가가 코로나19 대처하듯이 산업재해에 대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의 부재,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무감각의 산물이다.
따라서 국가에 대해 코로나19에 대응하듯이 산업재해에 대응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 대해 촉구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잘 알 것이다.
이 시점에서 민주노총 간부들의 안일한 대처을 질타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곳 시화반월공단에서 매년 20여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산업재해를 막으려면 안전교육, 안전설비, 안전을 위선하는 작업지시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영세사업장 중심인 이곳 현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업주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위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을 해도 매우 형식적.
국가의 방조하에 산업재해를 부추기는 사업주들의 전횡을 막아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하려면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업주를 압박해 안전교육, 안전설비, 안전한 작업지시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시화반월공단, 특히 평균고용규모가 평균 10명 선인 시화공단에는 그를 막을 노조가 거의 없다. 300인 이상 10개 사업장에는 노조가 있지만 전체 입주업체의 98% 수준인 50인 이하 사업장에는 노조가 거의 제로(0)이다. 단위 기업에 노조가 없으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나서서 이들 노동자들을 엄호하며, 적어도 노동자들의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시화공단이 소재한 시흥시에는 ‘민주노총 시흥지부’가 없다. 그 결과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국가, 기업은 물론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앞에서 언급했던 ‘개취급, 개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시흥지부 건설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필자는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날 때마다 시흥지부 설치를 요청했었다. 2019년 하반기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대창공업 투쟁격려차 방문했을 때도 필자는 위원장에게 시흥지부 건설을 요청했었다.
답은 ‘시흥지부 건설,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흥지부 건설하면 사무차장 등 최소 1명의 상근자를 배치해야 하는데, 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말인지, 똥인지 필자는 아직 어안이 벙벙하다. 민주노조가 가장 보호해야 할 12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공장에서 일하다 죽고, 다치고 있는데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비록 조직되지 않더라도 보호해야 할 민주노총의 간부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필자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열었다. 그것의 의미는 여러 개이지만 그 중 하나는 민주노총 재정수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조직해야 할 노동자들이 12만명 이상 밀집한 곳에 시지부 하나 만들 여력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백번양보해서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러면 답이 없는 것인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몸담아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필자가 그 답을 제안한다.
‘재정적 여력이 안된다면 현재 있는 자원을 재분배해서라도 시흥지부 만들자. 자원배분은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인력의 일부, 재정의 일부를 시흥지부로 돌리는 것이다. 참고로 시흥시는 이미 시흥지부 건설 요건을 갖추고 있다’
사업의 중요도에 따라 사람과 재정을 배치하는 것이 조직운영의 원칙이다. 민주노총은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공무원 운영과는 다르게 운영되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