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벌어진 네이피어 총격 사건은 경찰에 무차별 총격, 시민 영웅, 사제 폭탄 위협, 장갑차를 비롯한 무장 경찰 대대적 투입 등 도무지 뉴질랜드 국내 소식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키워드를 낳았다. 장장 51시간에 걸쳐 사건이 발생한 네이피어 Chaucer Rd를 비롯해 전국민을 경악하게 한 네이피어 총격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 보았다.
5월 7일 목요일 오전 9시 30분: 일상적인 마약 단속을 나간 경찰 vs 람보가 되고 싶었던 사나이
브루스 밀러(Bruce Miller), 그란트 다이버(Grant Diver), 렌 스니(Len Snee) 순경은 경찰견 1마리와 41 Chaucer Rd에 대한 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대마초 단속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경찰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잰 몰레나(Jan Molenaar)가 람보를 롤모델로 삼아왔고 바디빌딩과 총에 집착하는 전직 군인이자 전과 2범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총과 사제 폭탄까지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세 경관은 실탄을 장비한 총은 물론 방검/방탄복을 입지 않고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도착 당시 몰레나는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고 여자친구가 문을 열어 경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중 두 명이 창고에서 대마초를 발견하는 동안 스니 순경은 2층에 남아 있었는데 이 때 집으로 돌아온 몰레나가 스니 순경에 소총을 겨눴다.
몰레나는 아무런 경고 없이 갑자기 총을 발사했고 세 경관은 집에서 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 20분 사이: 맨손으로 총잡이와 싸우며 경찰 목숨 구한 시민 영웅
몰레나는 스니 순경에 세 발을 발사했고 나중에 두 번 발사한 총알은 스니 순경의 흉부에 맞았다 (부검결과 법의학 팀은 두 발 중 한 발만 맞았어도 즉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몰레나는 총에 맞아 부상당한 밀러 순경과 다이버 순경을 쫓아 뛰기 시작하며 총을 더 발사하려고 했으나 그의 친구인 레니 홀름우드(Lenny Holmwood)씨가 현장에 도착해 총을 움켜쥐며 그를 저지했다. (이후에 경찰은 이 용감한 행동으로 부상당한 경관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몰레나는 친구인 홀름우드 씨까지 쏘며 멈출 줄을 몰랐다. 왼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홀름우드 씨는 목숨이 위태로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언덕을 내려와 담벼락 뒤에 몸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그는 그 가운데서도 지인에게 “잰이 경찰에게 총을 쐈어. 나도 맞았다. 스크래피(홀름우드 씨의 고양이)에게 밥 좀 줄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후 홀름우드씨의 지인들은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이런 급격한 상황에서 고양이한테 밥을 줄 사람이 없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언제나 남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 홀름우드 씨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몰레나는 지나고 있는 운전자,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부상당한 경관을 도우려고 하는 지원 경찰 등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 행동이 “살인 미수”라고 표현했다.
부상을 당한 다이버 순경은 근처 주택으로 피신해 주민과 경찰의 도움을 받았으나 밀러 순경은 보다 긴박하게 구조되었다. 시민 두 명과 팀 스미스 형사가 밀러 순경을 도와 경찰차에 태우려던 것을 본 몰레나가 총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부상당한 경찰을 구한 이 세 사람이 “엄청난 용맹함”을 보여줬다고 그들의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시간대쯤에 몰레나는 집으로 들어가 안에 있던 여자친구를 집에서 나가라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12시 30분: 몰레나, 경찰 총에 맞다
몰레나는 데크로 통하는 문을 약간 열고 소총을 겨눠 현장에 출동한 무장 경찰에 총격을 가했다.
이에 경찰은 그가 서 있는 위치를 파악해 스나이퍼를 투입, 두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이 총알은 명중했고 몰레나는 총격을 멈췄다. 이후 그는 경찰과 가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총을 맞았다고 말했으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하기를 거부했다.
경찰 측은 몰레나를 쏜 것은 경찰 본인과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후 부검 결과 몰레나가 경찰의 총에 맞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 관련기사 참조)
5월 8일 금요일 새벽 3시: 스니 순경 시신 수습 1차 시도
경찰이 가로등을 끈 뒤 숨진 스니 순경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시도했으나 몰레나가 총격을 가하기 시작해 실패했다.
오후 1시-1시30분: 몰레나 “그건 내 방식대로 하고 싶다”
경찰은 몰레나의 여자친구를 통해 대화를 시도했다. 몰레나는 여자친구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이제 지겹다.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 그 사람들을 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내 방식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몰레나는 1시 23분 남동생 한스에게 “넌 정말 좋은 동생이야. 언제나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남겼다. 이는 몰레나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1시 28분 집 안에서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 경찰은 몰레나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폭발물이 설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제보에 극도로 조심스럽게 대처했다.
오후 5시: 스니 순경 시신 수습 2차 시도
경찰은 최루탄 가스통을 집안에 터트리고 장갑차를 동원해 스니 순경의 시신 수습을 시도했다. 몰레나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스니 순경관의 시신 수습은 성공했다.
늦은 밤: 몰레나 자살 추정 하지만 공식 발언 자제
경찰은 몰레나가 죽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집에 부비트랩, 즉 위장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유력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해가 뜬 다음에 할 것으로 결정한다. 샘 호일(Sam Hoyle) 동부 지역 총경은 현지 인터뷰에서 “잰 몰레나는 아직 주택 안에 있으나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공식 발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5월 9일 토요일 아침: 폭탄 제거반 투입
경찰은 집 안을 보기 위해 폭탄 제거반을 투입해 통제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몰레나의 시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이 폭발로 터트릴 수 없을 정도로 보호가 되어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은 11시에 5명으로 구성된 최종 확인팀을 투입했고 11시 53분 안전장치를 뚫고 몰레나의 시체가 있는 곳에서 몰레나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집 안에 설치되어 있는 부비트랩과 폭발물 때문에 확인 즉시 집 안에서 철수했다.
오후 12시 15분: 몰레나 사망 공식 발표
경찰은 몰레나가 사망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몰레나는 람보를 닮고 싶어했으며 남동생을 업고 언덕을 달릴 정도로 몸을 단련하는 것에 집착했고, 친구가 거의 없는 외톨이로 미국에서는 많이 발견되는 전형적인 “사이비 코만도(pseudo-commando)”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어퍼 헛에서 무기 판매소를 운영하고 있는 폴 클락(Paul Clark)씨는 몰레나의 집에서 군인 스타일의 무기가 대량 발견된 것을 보면 그가 이런 총격전을 상당한 시간 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어쩌다가 야생 동물이 한 마리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무기를 준비해놓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몰레나가 소유하고 있는 총기 중 대부분은 레저용이 아니라 실전용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클락 씨는 총을 개조하는 것이 모두 불법은 아니지만 몰레나의 총은 미등록 총기로 그의 총기 소지 등록증이 2002년에 말소되었는데 총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몰레나의 집에서는 공식으로 보도된 것만 18개의 세미 오토매틱 소총과 9개의 권총과 함께 문고리에는 폭발물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못이 튀어나오게 박은 나무조각, 철조망이 발견되었다.
또한 일부 언론은 10,000발이 넘는 총알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으나 경찰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