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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크 접촉 경기-중, 보트는 스타트하기 전에는 스타트 마크, 범주 중에는 코스 렉의 시작이나 경계 또는 끝이 되는 마크, 또는 피니시 후에는 피니시 마크를 접촉해서는 안 된다. |
UtRRoS 해설서의 본문은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한다.
RRS1969-1973이전 규칙에서는, 자신 스스로의 실수로 마크를 터치했다면 경기를 포기(drop out)해야만 했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의 Finn클래스 경기에서, 미국선수인 Carl Van Duyne은 풍상마크를 1위로 돌면서 메인세일의 리치-leech가 마크에 살짝 닿는 것을 보았다. 풍상마크에 있었던 경기운영요원이 ‘Carl은 마크를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해주었지만, Carl은 그 경기를 리타이어했다. 이 사례와 그동안의 또 다른 사례들을 통하여, 규칙입안자들-rule writers는 이 위반에 대한 벌칙이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했으며, 이 위반을 “우연히-accidently” 한 경우에 대해서는 벌칙돌기로 벌칙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하였다.
이 글을 보면, RRS1969-1973부터 현재까지, 마크 접촉은 <한-바퀴 돌기 벌칙>으로 되어있어서 다른 규칙에 대한 위반보다는 왠지 가볍게 다루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었던 사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육상경기에서 선수가 트랙을 벗어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규칙 위반에 대하여 <한-바퀴 돌기 벌칙>으로 벌칙이행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우연히-accidently” 접촉하게 된 경우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고의로” 또는 “안좋은 의도를 가지고” 또는 “공정한 범주, 시맨십, 스포츠맨십”에 어긋나게 마크를 접촉한 것이면, <한-바퀴 돌기 벌칙>으로는 그 벌칙을 이행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엔 RET를 선언해야만 할 것이다.
마크 접촉이 생각처럼 가벼운 위반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규칙이 경기-중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고, 경기-중이란, <정의-Definition>에 따라서 준비신호-preparatory signal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고신호-warning signal부터 준비신호까지의 시간동안에는 마크를 접촉하더라도 규칙위반이 아니므로 벌칙돌기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스타트 후의 첫 풍상 렉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미리 설치되어 있을 수 있는) 풍하마크는 그 시점에는 마크가 아니므로(장애물일 수는 있음) 접촉하더라도 규칙위반이 아니다.
어떤 보트가 마크를 접촉하고 벌칙돌기를 하려면, 규칙 44에 따라서, 우선 가능한 한 빨리 다른 보트로부터 멀리 떨어진다.(마크를 지나 적당히 범주한 후에 하는 것은 안됨.)그리고 신속하게(=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즉시 그리고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동작으로)벌칙돌기를 해야한다. 그 벌칙돌기를 하는 동안, 다른 보트들을 킵클리어 해야한다(규칙21). 벌칙돌기를 완료한 후 다른 보트에 대하여 항로권을 갖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때 그 처음 시점에는 그 보트가 나를 킵클리어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어야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풍상마크나 풍하마크에서 마크접촉이 있을 때, <한-바퀴 돌기 벌칙>은 실제로는 360도 돌기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주변에 아무 보트도 없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고, 주변에 다른 보트가 있다면, 그 보트들을 피해야 하므로 마크에 아주 가깝게 돌 수는 없을 것이다.
Q. 준비신호 이후 스타트 과정 중에 마크를 접촉했다면, 언제 벌칙돌기를 해야 하는가?
A. 즉시 벌칙돌기를 한다. ‘스타트신호가 울린 후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스타트 3분전의 마크접촉은 경기나 다른 보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그 시점의 벌칙돌기도 그 보트에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트 10초전의 마크접촉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며 그 시점에서 이행하는 벌칙돌기는 그 보트의 성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위 내용을 읽어보면, 만약 스타트 과정 중에서 벌어진 규칙위반에 대한 벌칙 돌기를 스타트신호 이후에에야 이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오히려 불공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Q. 피니시 마크를 접촉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서든 벌칙돌기를 완료한 후, 코스쪽으로 완전히 되돌아왔다가 다시 피니시해야한다.
Team Race CALL K1을 참고하라.
마찬가지로, 스타트할 때도 마크를 접촉했다면, 마크를 포함하면서 벌칙돌기가 가능하다.
<이 부분이 이번 글의 핵심부분입니다.>
규칙44.1(b)에 따르면, 벌칙돌기를 이행했더라도 그 규칙위반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면 리타이어해야만 한다. 하나의 예제를 아래에 제시하겠다.
18.3 구역에서 풍위 지나기 포트 쪽에 두고 지나야 하는 마크의 구역 안에서 포트택에서 풍위를 지나 스타보드택이 되어 마크로 페칭하는 보트는 구역에 진입할 때부터 스타보드택이었던 보트가 접촉을 피하기 위하여 클로스-홀드 위로 범주하게 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안쪽으로 오버랩될 경우 마크-자리를 주어야 한다. 보트들 사이에 이 규칙이 적용될 경우, 규칙 18.2는 적용되지 않는다. |
풍상마크에 스타보드 레이라인을 따라 보트들이 줄지어 다가오고 있는데, 포트택 보트가 구역안에서 태킹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태킹을 하고난 후,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다가오는 스타보드택에 대해 규칙18.3을 위반하게 되거나 아니면 마크를 접촉할 수 밖에 없었다. 포트택보트는 차라리 마크를 접촉하는 것을 선택하였고 다른 보트에서 멀리 떨어져서 <한-바퀴 돌기 벌칙>을 이행한 후 다시 보트의 무리에 합류하였다. 결국 4-5척의 보트를 먼저 보내게 되었지만 그 뒤의 다른 보트보다는 앞서게 되었다. 이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에 포트택 보트가 구역에서 행했어야 했던 올바른/공정한 행동은 ducking(줄지어 다가오는 스타보드택 보트들의 선미쪽을 돌아서 태킹)하는 방법이었는데, 만약 그렇게 제대로 했었다면 자기보다 앞서서 마크를 돌게 되었을 다른 어떤 보트들을 (마크를 접촉하고 벌칙돌기를 하는 속임수-cheating을 쓰는 방법을 통하여) 제치고 앞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이 포트택 보트는 벌칙돌기를 이행하였더라도 불공정하게 이득을 얻었으므로 리타이어-RET를 선언해야만 한다.
UtRRoS의 본문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 그림/상황과 위에 나온 그림/상황의 미묘한 차이를 확실히 구분해야한다. 윗 그림/상황은 노란보트가 구역안에서 포트택이 아니라 스타보트택이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구별점이다.
포트택보트인 노란색보트는, 1번위치에서 당초에 태킹을 하면 안되고 구역 밖 아래로 내려와서 태킹하거나 ducking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리했을 때의 손해가 아쉬워서, 순위를 지키려는 욕심에 태킹을 한 후 차라리 마크를 터치하고 (규칙 18.3은 지켰다고 스스로 안도하면서) 한-바퀴 돌기 벌칙돌기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것이다.
이 포트택 보트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은, 규칙 18.3이 왜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는 마음과 규칙 31을 아주 가볍게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RRS 규칙 중에 가볍게 여길만한 규칙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 예제처럼, 언뜻보면 모든 규칙을 충실하게 지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규칙 2 공정한 범주>또는 시맨십, 스포츠맨십을 위반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Q. 다른 보트의 행위에 의해 마크를 접촉하게 된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나?
A.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
1.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하면, 즉시 벌칙돌기를 이행한다.
2. 다른 보트의 규칙위반이 확실하다고 믿는다면, 벌칙돌기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드시 ‘항의’를 하라. 상대방이 인정한다면 자동으로 면책될 것이다.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항의-청문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게 될 텐데, 여기서 상대의 규칙위반이 판명되면 그가 실격되고 나는 면책 받는다. 그런데 만약 불행하게도, 상대의 규칙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결난다면, 결국 내가 규칙 31 위반으로 실격될 것이다.
3. 그래서, 항의는 하되, 보험을 들어두는 느낌으로 벌칙돌기를 함께 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항의-청문에서 상대의 규칙위반은 없다고 판결나더라도 내가 실격당할 위험은 없게된다.
선수의 몸이 살짝 닿거나, 쉬트-sheet가 살짝 스치거나 하는 것도 마크접촉이다. 수상 상황이 너무 나빠서 또는 나의 보트 핸들링이 좋지 않아서 실수로 마크 접촉을 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WS CASE 77을 참고하라.)
앵커라인은 마크가 아니다. 따라서 꽤 길게 뻗어있는 RC 배의 앵커라인은 마크가 아니다. RC의 마크는 선수-bow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앵커라인을 잡아끌게되어 마크가 당겨지면 마크접촉에 해당한다. (US Sailing Appeal 10 참고.)
추가하자면, RC배의 선미에 몇 개의 물체나 부이를 매달아서 선수/보트들의 충돌로부터 RC배를 보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이 부이들은 마크에 해당한다는 것을 주의할 것.
내가 처음 보았던 주요 세일링 경기는 2012 런던올림픽 경기였는데, 그때 중계진의 해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바로 ‘Beautiful Start’였다. 모든 보트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가, 스타트신호와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출발하는 아름다운 장면 말이다.
(사실은, 다른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 기억난다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ㅠㅠ)
매 경기의 스타트 신호가 울릴 때마다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는 'beautiful start'는 나의 뇌리에 깊숙이 남아서, 지금도 'beautiful start'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하고는 있지만, 선수들의 모습과 같은 (내 맘에 흡족한) 스타트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일주일에 단 하루 이틀 몇 시간 세일링하면서 ‘아름다운 스타트’를 연마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나 ‘느린 속력에서 배 다루기-slow speed boat handling’을 제대로 못하는 동호인에게는 말이다.
(여담으로, 이 글의 초고를 지난주에 써두었었는데, 지난 주말에 이틀간 6시간씩 총 12시간동안 온 정신과 몸을 집중하면서 세일링한 결과, 드디어 low speed boat handling을 내가 원하는 정도에 가깝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부수적으로 확실히 스타트가 좋아진 것을 느낀다. 사실 지난주에 초고를 쓰면서, ‘나는 왜 나의 약한 부분을 알면서도 여지껏 집중연습을 안하고 방치했을까’하며 반성했었는데, 그 반성과 실천이 좋은 결과로 이끈 것 같다.)
각설하고, 한번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보고 싶다. 실력이 안되는 내가 어찌어찌하여 전문선수들의 경기의 스타트 과정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대충 어찌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전문선수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열심히 노력중이다. 당연히 결과는 뻔할 것이다. 그리고, 나 나름대로는 내가 알고있는 규칙을 다 지키면서 전문선수들과 한번 겨뤄봤다고 어깨를 으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풍상쪽과 풍하쪽에 있었던 전문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선수들은 선수들끼리 공유하고 인정받는 스타트 시점의 루틴/타이밍이 있을 것인데, 초보자인 내가 사이에 끼어있다보면 당연히 그 루틴/타이밍이 깨지게 될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규칙을 지켰다고 생각/자부하더라도, 실제로는 뭔가 규칙위반을 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로 규칙위반을 하지 않았더라도, 주변의 보트를 의도치않게 방해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다른 보트들은 상대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행운을 누릴 것이다.
내가 선수들 사이의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당연히, 풍하 보트나 풍상보트에 의해 방해를 받는 이런 부분도 세일링 경기의 한 부분이고, 선수는 이렇게 방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세일링 경기를 완료해야 할 일이긴 하다.
위의 상상속의 예제가, 만약 연습경기거나 친선경기거나 또는 적절한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골프의 프로암(Pro-Am)대회와 같은 성격의 경기였다면, 우리 초보자들은 그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문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경쟁해 보는 경험을 만끽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문선수들의 경력과 관련된 대회라면 - 물론 그런 주요 대회는 자격요건이나 예선전 등이 있으니 애초에 아마추어가 참석할 수도 없겠지만, 참가했다고 상상을 해보자면 - 전문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그 자격에 맞지 않는 위치에서 그들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선두의 제1열에서 물러나 뒤쪽인 제2열 또는 제3열에서 나만의 루틴/타이밍을 지키면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관찰하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 집으로 돌아와 더 열심히 연습하여 실력을 갖추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후에, 전문선수들의 루틴/타이밍을 함께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선두의 제1열에서 나란히 경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이, ‘초보자는 경기에 참가하지도 말라’거나 ‘초보자는 선두 제1열에 절대 나서지 말라’는 말로 이해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위의 예제는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예시로 든 것에 불과하다. 요점은 나의 실력과 위치를 잘 파악하고, 내가 방해물이 되거나 불평등을 유발할 수도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음 대회에서는 제1열에 함께 설 수 있도록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노력해서, 한 단계씩 발전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스타트와 관련된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아주 초보자일 때 모의레이스를 해보면, 모두들 초보자였기 때문에, 스타트 신호가 울리는 그 순간에도, 모두들 스타트라인의 저쪽 아래에서 헤매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결국 스타트 신호가 울린 후 5~10초는 지나서야 스타트라인을 지나가는 첫 보트가 생기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 때, 우리 스승님께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재미있는 상황을 여러번 연출해 주었는데,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 말이다.
처음엔 얼마나 놀랐던지, 풍상에서 휩쓸고 지나는 보트에 의해 생기는 바람의 교란(또는 wind shadow이거나 와류) 때문에, boat handling이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스타트라인에 제시간에 맞추어 빨리 올라오지 못하면, 이렇게 공간을 빼앗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인 나의 마음속에 커다란 자괴감도 안겨주었으니, ‘동심파괴 아니 초심파괴’를 근거로 나만의 벌칙을 부과하고 싶다. ㅎㅎ)
어쨌든, 초보자일 때는 한번 씩, 위의 빨간보트가 되어보는 상황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은 초보자를 상대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일반적인 대회에서 이런 전술을 시도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OCS가 되거나 풍하쪽 보트로부터 항의를 받을 것이 뻔하다. 역조류에서 다른 보트들이 모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위험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스타트 전술 중에 아래 그림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초보자들을 상대로 흔하게 이뤄지는 전술이기도 하다.
이 스타트 전술은, 예전에 읽어보았던 책자에서는 ‘slide’라고 명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보트들이 풍하쪽으로 또는 pin end쪽으로 drift할 때 생기는 RC보트 바로 밑의 공간을 미끌어지듯이 파고드는 전술이다.
일정수준을 갖춘 참가자들의 경기에서 이 전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1. 포트쪽이나 풍하쪽으로 흐르는 조류가 큰 영향을 미칠 때,
2. 강풍으로 보트들이 풍하로 밀릴 때,
3. 그러면서 스타트라인이 even line(RC로든 Pin-end로든 어느 한쪽으로 선호되는-favored 상황이 아닌) 일 때, 적용가능하다.
당연히 그 반대의 상황인,
1. 조류가 RC쪽 또는 풍상쪽으로 흐르거나,
2. 미풍일 때는, 끼어들 공간이 생길 리가 없으니 시도하면 안 될 전술이다.
3. 스타트라인이 port pin favored인 상황에서는 다른 보트들이 모두 pin쪽에 몰릴테니 커다란 공간이 생겨서 편하게 스타트하겠지만, 결국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4. 스타트라인이 RC favored인 상황에서는 보트들이 모두 RC쪽으로 몰릴테니 끼어들 공간이 생길 리가 없을 것이므로 시도할 생각조차 하면 안될 것이다.
어쨌든, 위의 두 그림은 세일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그리고 누군가는 한번쯤 성공해봤을 법한 전술인데, 그 전술을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이 엄청나겠지만,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전술의 적용 가능/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구별점과, 그만큼 큰 위험부담도 함께 가진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전술을 시도할 때는, 그 마지막 순간에 RC와의 사이에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의 탈출전략(Exit-Plan 또는 Plan-B)를 - 물론 그것은 일반적으로 RC의 반대쪽을(wrong side) 향하는 것이 될 텐데 - 미리 잘 세우고 연습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실전에서 이 전술을 규칙위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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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연재글의 모든 그림은 Boat Scenario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http://boats.sourceforge.net/
자세한 설명은 이 게시판에 예전에 올려 둔 글을 참고하세요.
https://ksaf.org/community/board/?mode=view&nid=20191029114858781
제7편 No Barging Rule << 이번 글입니다. |
앞 글 <제6편>에서 마지막에 언급한 스타트 전술인 Slide를 구사하다가 완벽하게 실수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바징-barging’이라고 부른다. 혹은 흔히들 ‘빠징’ 또는 ‘빠찡’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네이버-영어사전 검색을 참고해보자.
https://en.dict.naver.com/#/entry/enko/6c7c1de18dcf44bcb024bfeee2fade11
우리는 보통 ‘빠찌’, ‘빠지’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원어민 발음으로는 ‘바-r찌’와 비슷하게 발음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바지선과 폰툰-pontoon 등을 통틀어 ‘빠찌’라고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지선의 그 바지가 이 barge이다.)
어떻게 표기하더라도 원어민 발음과 똑같이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이 글에서는 발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현재 국어사전에서는 ‘바지’로 표기하고 있다.
barge의 뜻 중에 동사로서 ‘밀치고 가다’라는 뜻이 있다. He barged past me to get to the bar. = 그가 카운터로 가느라 나를 밀치고 지나갔다. 또, ‘끼어 들다, 틈새로 침입하다’라는 뜻도 있다. He barged into our conversation. =그는 우리 대화에 악착같이 끼어들었다. |
이 두가지 개념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빠찡’이다.
한편, 우리 모두가 알고 믿고 있는 RRS규칙은 아래와 같은 그림이다.
파란보트와 RC사이에 끼어들 공간은 애초부터 없었으므로, 빨강보트와 하늘색보트가 꽤 빠른 속도로 진입 중이었다면, ‘매우 당연하게도’ 태킹을 하여 RC의 wrong side로 피해가야만 할 것이다. 만약 속력이 느렸거나, 실력이 있어서 할 수만 있다면 멈추고 지체하여 공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베어하여 스타트할 수도 있겠지만, (숙련되지 않은) 킬보트라면 그런 동작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 위의 그림처럼 하지 않고 공간을 파고든다면, 이렇게 하지 않은 것 그 자체로 규칙위반이다. 어떤 규칙 위반인가?
바로 규칙 11 위반이고, C절의 전문(前文:preamble)에 따라서 지나갈 자리를 가질 자격이 없으므로 규칙 43.1에 따른 면책 대상이 아니다. WS CASE 146 참고.
11 같은 택, 오버랩되어 있는 경우 보트가 서로 같은 택이면서 오버랩되어 있을 경우, 풍상 보트는 풍하 보트를 킵클리어하여야 한다. |
C 절 마크 및 장애물에서 항해 가능한 수역으로 둘러싸인 스타트 마크 또는 그 스타트 마크의 앵커 라인에서는, 보트들이 스타트하기 위하여 그것에 다가가고 있는 시점부터 다 지나갈 때까지 C절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43 면책 43.1 (a) 어떤 보트가 규칙을 위반한 결과로 상대 보트가 어쩔 수 없이 규칙 을 위반하게 된 경우, 상대 보트의 위반 사항은 면책된다. (b) 권리를 가진 자리 또는 마크-자리 이내에서 범주하는 경우, 권리 를 가진 보트에게 자리 또는 마크-자리를 주어야하는 상대 보트와 관련된 사건의 결과로써 권리를 가진 보트가 제2장 A절의 규칙, 규칙 15, 16 또는 31을 위반하였을 경우, 권리를 가진 보트의 위반 사항은 면책된다. (c) 항로권 보트, 또는 권리를 가진 자리 또는 마크-자리 이내에서 범 주하는 보트는 규칙 14를 위반하였더라도, 그 접촉이 손상이나 상 해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면책된다. |
‘이런 규칙이 적용되는지 몰랐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좋지 않은 생각인데,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만으로도 규칙 2, 규칙 69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공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자기가 보는 시점(point of view)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그렇게 믿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항의-청문에서는 그런 주장이 인용될 확률이 낮을 것 같다.
시점(poit of view)에 따라, 자신이 바라보는/예상하는 공간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는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란보트가 보는 공간과 파란보트가 보는 공간의 크기는 극명하게 다르다. 우리는 모두 윗 그림의 연두색 선분의 길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파란보트에서 연두색 선분의 길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고,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노란보트에서 보는 공간은 노란보트에서만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란보트는 항의-청문에서 이 공간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항로권보트인 노란보트는 이 공간의 크기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영상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더 후방의 보트에서 촬영한 영상도 도움이 되겠다.
(그런데 설마, 혹시, 위 그림의 빨간색 선분을 바라보면서 큰 공간이 비어있다고 생각/주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바라건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쯤에서 먼저 “빠찡”하는 영상을 시청하고 진행해 보자. (역시 위험한 행동을 자행하는 빌런에게는 약간 된소리가 어울리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TQUmQX02XGI
이 영상은 ‘UK Sailmakers’ 홈페이지의 글에 첨부된 유툽 영상이다. 원본 글도 읽어보면 도움되는 것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https://www.uksailmakers.com/what-is-the-barging-rule
이런 류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이것이 ‘스포츠 경기’인지 ‘도박 게임’인지 아주 헷갈린다. 빠찡하고있는 저 보트는 숭고한 스포츠를 한낱 치기어린 ‘치킨 게임’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옛날이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고 말았겠지만, 이제는 온 세계 세일러들이 볼 수 있는 Youtube에 박제되어 영원히 고통 받는 신세가 되었다.
항간에는, 일단 끼어들었으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빠찡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보다. 그런 말은,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듯이 보이는 상황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으로, 규칙을 잘못 이해/해석하고 하는 말이다. 아마도 어떤 자료를 보고 잘못 이해하였거나, 자신만의 논리로 잘못 이해/해석하여 벌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한 WS의 권위있는 해석은 아래 문서들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WS CASE 146
TEAM RACE CALL C1, C2
MATCH RACE CALL C1
TEAM RACE CALL BOOK의 번역은 최근에 협회와 RRSKR카페에 올린 자료가 있으므로 참고하시라.
WS CASE 146에 전반적인 설명이 매우 잘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그 글 맨 앞 의요약문과 맨 끝의 Note만 번역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본문 내용과 해석은 TEAM RACE CALL C2와 거의 비슷하다.
WS CASE 146 When boats are approaching a starting mark to start and a leeward boat luffs, the windward boat is exonerated by rule 43.1(b) if she breaks rule 11 while sailing within the room to which she is entitled under rule 16.1. 보트들이 스타트하기 위하여 스타트마크에 접근 중에 풍하보트가 러핑을 하였을 때, 풍상 보트가 규칙 11을 위반하였지만, 만약 그 위반이 규칙 16.1에 따라 가질 자격이 있는 자리 이내에서 범주하는 동안 일어난 것이라면, 풍상 보트는 규칙 43.1(b)에 따라 면책된다. ~~ 중간 생략 ~~ Note: The term ‘barging’ is not used in The Racing Rules of Sailing. 참고 : ‘바찡’이라는 용어는 RRS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The term is commonly used to refer to the situation where a leeward boat is holding her course and a windward boat chooses to sail between the committee vessel and the leeward boat and either hits the leeward boat or forces her to bear off to avoid contact. 그 용어는 통상적으로, 풍하보트가 침로를 유지하고 있는데, 풍상보트가 RC배와 풍하보트 사이로 범주하려고 하면서, RC배에 접촉하거나 풍하보트에 접촉하거나 또는 풍하보트로 하여금 접촉을 피하려고 베어하게 만드는 상황을 언급할 때 사용된다. In such a case the windward boat breaks rule 11 and is not exonerated because she was not compelled to sail between the committee vessel and the leeward boat and she was not sailing within room to which she was entitled (see rules 43.1(a) and 43.1(b)). 이런 경우엔, 풍상보트는 규칙 11을 위반한 것이며, 면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풍상보트는 (풍하보트에 의해서) RC배와 풍하보트 사이를 범주하도록 강요당한 것도 아니고, (규칙 16.1에 따르는) 자격을 가지는 자리이내에서 범주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규칙 43.1(a)와 규칙 43.1(b)를 참고.) |
위의 Note를 참고하면, barging하는 보트가 위반하는 규칙은 <규칙 11>로 해석하였다. 그렇게 판결하는 이유로 C절의 전문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본문에 나오는 ‘room’을 오해하면 안되는데, ‘room to pass obstruction(RC)’가 절대로 아니고, ‘room to keep clear under rule 16.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WS CASE 146이나 TEAM RACE CALL C2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는데, 상황의 처음인 1번위치에서 풍하보트와 RC사이에 공간이 크게 있었다는 것이다. 그 열려있는 사이공간을 닫아버리려고 노력하는 풍하의 항로권보트가 러핑할 때의 주의사항을 설명/해석한 것이다. 즉, 풍하의 항로권보트가 러핑하려고 할 때, RC배의 존재와 규칙16.1에 따른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요점이다.
그러나, 만약 처음의 1번위치에서부터 RC와의 사이에 공간이 없었다면 풍상보트는 아예 끼어들 수 없는 것이고, 끼어들면 barging이다.
따라서 풍하의 항로권보트의 ‘침로 변경 여부’와 ‘규칙16.1에 따른 자리제공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몇가지 상황들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 상황은 당연히, 빠찡이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인 스타트일 것이다. 공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넓게 열려있다.
이런 상황은 어떨까?
B는 1번~3번위치까지 침로변경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B가 추가로 지켜야할 규칙은 없다. B는 Y에게 RC를 지나갈 자리를 줄 의무가 없다. Y는 3번위치 이전에 알아서 피하거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만약 Y가 room을 요구하면서 파고들면 B는 어쩔 수 없이 규칙14 때문에 피하게 되겠지만, Y는 명백하게 빠찡하는 것이고 규칙11 위반이다.
B가 처음에 넓게 열려있었던 공간을 닫으려고 러핑한다. B가 1번위치부터 3번위치까지 이어지는 동안 규칙16.1을 잘 지켰다면, 3번위치에서 Y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태킹하여 wrong side로 지나가거나 또는 (실력이 된다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다가 B의 선미를 따라가는 방법 뿐이다. B는 열려있던 공간을 아주 멋지게 잘 닫아걸었고 방어에 성공했다.
이 그림에서 B는 공간을 닫으려고 했지만 살짝 실패했다. 1번위치에서 3번위치까지, B가 러핑하면서 계속 침로를 변경할 때마다 Y도 규칙에 따라 제대로 킵클리어 하였다. 결국 3번 위치에 도달했을 때 Y의 바로 앞에 RC가 있기 때문에, Y는 더 이상 러핑하거나 태킹하는 방법으로 B를 킵클리어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이때 B가 한번 더 러핑(침로 변경)한다면 B는 규칙 16.1 위반이 될 것이다. 또는, B의 러핑에 대해 Y가 즉시 킵클리어 동작을 취했지만 그것 때문에 Y가 RC에 접촉하게 된다면 B의 규칙 16.1 위반이 될 것이다. B는 공간을 완벽하게 닫아걸지는 못한 셈이다.
위의 두번째 상황 (B가 침로변경없이 처음부터 공간을 닫아버렸는데 끼어드는 상황)과 지금의 네번째 상황(B가 러핑하면서 공간을 닫으려다가 Y가 사이에 끼인 상황)은 상당히 다르며 논점도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혼동하면 안된다.
위 그림에는 사이좋게 함께 빠져나가는 그림을 그렸지만, 사실 B는 Y에게 RC를 지나갈 room을 반드시 줄 필요는 없다. 다만 ‘Y가 RC와 충돌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것과 ‘Y를 상대로 더 풍상쪽으로 러핑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다.
(물론, 이런 경우 Y가 RC배의 풍하로 지나갈 수 있게 해주어야할지 여부는 보트들의 속도와 침로에 따라서, 그리고 그 마지막 상태를 만들어나간 과정에 따라서, 상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 마지막 상황을 풍하의 B가 만들어 낸 것인지, 풍상의 Y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가 규칙위반을 가리는 중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실제 상황에서는 많의 이견과 논쟁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B는 실력이 되고 상황에 따라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Y를 묶어놓고 먼저 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3번 위치에서 두 보트 사이의 간격이 아주 좁다면 B는 베어어웨이할 때도 아주 조심해야 할 수도 있겠다. TR CALL A3를 참고할 것.)
어쨌든 규칙 16.1과 규칙 14만 지킨다면, B가 위반하게 될 규칙은 하나도 없다. 반면에 Y는 주장할 권리나 자격이 거의 없다.
이 그림에서, Y는 빠찡을 범한 것인가? 일단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B는 RC와의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준 채로 그냥 두었다. 그 공간을 Y가 멋지게 slide하면서 끼어들었을 뿐이다. 4번~5번위치에서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고 B를 제대로 킵클리어 하였다면 Y는 아주 짜릿한 성취감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B가 Y의 돌진을 보고 접촉을 우려하여 베어하였다면, 규칙 11 위반 및 빠찡으로 판결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규칙 11 위반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접촉’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같은 방법으로 마지막 아래의 ‘매우 위험하고도 명백한 빠찡’ 상황을 분석해보자.
이 그림은 윗 그림과는 아주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데, Y는 정말 백짓장 같은 작은 공간의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다. 따라서, 이렇게 리칭으로 스타트라인에 접근하는 것은 정말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우 자제해야 할 행동이다.
일단, B가 1번위치에서 2번위치까지 살짝 러핑하면서 공간을 닫았다. 이 그림으로 보았을 때, B는 규칙 16.1을 위반하였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2번위치에서 B와 RC사이의 공간은 완벽하게 닫혀있다. 그리고 2번위치에서 뿐만아니라 3번 위치에서도 Y는 여전히 러핑하여 wrong side로 진행할 수도 있었고, 또는 붐을 놓아서 속력을 줄이거나 베어어웨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B는 결국 충돌할 것을 우려하고, 규칙 14를 지키기 위하여 베어하였다. 실제로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풍하의 항로권보트인 B가 접촉이 일어날 것으로 인식하여 베어했다면 Y는 B를 킵클리어하지 않은 것이다. 명백한 규칙 11위반, 빠찡이다.
충격적인 것은, 빠찡을 하는 사람 중에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즉, Slide전술을 시도하다가 만약 성공하면 그저 좋은 것이고, 만약 실패해서 접촉을 하거나 항의를 받거나 또는 OCS를 하게되면, RC배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방법으로 벌칙돌기를 하면서 다시 스타트를 한다면 크게 손해 볼 것도 없으니 일단 시도해보겠다는 생각 말이다. 노름판에서 흔히 보는 ‘모 아니면 도’ 또는 ‘못 먹어도 고’ 정신인가 보다.
그러나 이 생각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앞의 제5편에서 살펴보았던 ‘마크접촉과 규칙18.3’에서 살펴본 것을 다시 떠올려보자. 언뜻 보면 모든 규칙을 모두 잘 따르고 위반과 관련한 벌칙이행을 잘 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동이 ‘고의적으로’ 행해졌으며,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규칙을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그리고 특히나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면서’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규칙 11>을 위반한 사건이 아니다. 매우 심각하게 <규칙 2 공정한 범주>를 위반한 것이고 다른 보트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다. 따라서, 이런 빠찡 행위는 벌칙돌기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위 그림의 B는 즉시 리타이어를 선언하고 경기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만약 리타이어하지 않는다면 항의-청문을 거쳐서 DNE가 주어져야만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리칭으로 RC에 접근해서 그 찰나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는 보트가 있다면, 최후의 순간에 아래 그림처럼 회피하는 방법을 충분히 연습하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빠찡하다가 RC배를 한바퀴 도는 것 보다는 이렇게 도는 것이,
1. 훨씬 작게 돌 수 있으니 나에게도 이득이고,
2. 상대 보트에게도 손해를 입히지 않으니 서로 좋고,
3. 규칙위반 없이, 경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니 관중에게도 좋은 것이다.
한편, 열려있던 공간을 닫으려고 하는 풍하쪽 항로권보트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규칙 16.1과 규칙 14 뿐이다.
따라서 항로권보트는 가능한 한 빨리 침로를 변경하여 공간을 완벽하게 닫고나서, 더 이상 침로변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규칙16.1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공간을 일찍 닫고 공간을 틀어쥐고 있다가, 결국 최후의 순간이라고 판단될 때는 어쩔 수 없이 규칙14에 따라 베어하여 공간을 열어줘야 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신은 항로권보트의 편이다. 심각한 손상이나 상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항로권보트는 면책이니까 말이다.
만약 빠찡으로 손상/상해도 발생한다면 당당하게 손해배상도 청구하자.
‘스포츠’를 ‘치킨 게임’으로 변질시키는 보트에 대해서는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는 방법 뿐이다.
그리고 만약, 이런 상황 때문에 항의-청문에 들어가게 될 때는, 부디, 자신의 침로와 공간에 대해서 항의요청서에 그림으로 잘 그리고, 글로도 잘 설명하고, 녹화된 영상자료도 미리 잘 준비하고, 청문에서는 말로도 잘 표현하여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빠찡을 당하고도 항의-청문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서, 또는 기타 이유로, 빠찡에 대한 벌칙을 제대로 부과하지 못하게 된다면,
1.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고,
2. 선량했던 사람들도 점점 빠찡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며,
3. 손해를 입은 사람이나 정정당당한 스포츠를 보려는 관중들을 세일링 경기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폐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런 나쁜 결과를 방지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빠찡을 금지하는 것은 규칙 18.3이나 규칙 20과 같이 일종의 안전-safety 관련 규칙이다. 우리는, 모든 선수/보트가 이것을 지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경기에 참가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항상 안전하고 공정한 경기를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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