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수상 소감문
허나원(한국예술종합학교)
‘유독 조용하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들은 소리입니다. 말 수는 없었지만, 속 안은 항상 시끄러웠던 아이였죠. 애답지 않게 얌전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에 애썼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기억을 상기하거나 겪어보지 않은 사건을 상상하기 바빴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과서에 있는 ‘내가 투명 인간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할 건지 써봅시다.’라는 질문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연필을 마구 휘저으며 글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투명 인간의 서러움과 행복을 느끼며 감정에 동요되어 답변란을 훌쩍 넘어 뒷장까지도 여백을 채워 꽉꽉 글을 적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한 쾌감을 처음 느낀 순간입니다.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모두 의정부에서 보내면서 수만 가지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의정부에서의 독특한 경험들은 제 보물처럼 잊지 않고 마음 한켠에 모아두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면 보물상자를 열어 조심스레 엿보곤 합니다. 그만큼 의정부라는 지역은 제 인생에 있어 커다란 축입니다. 그런 제가 ‘제25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다니 더욱 의미 있고 기쁜 마음입니다.
가끔 글자를 다시 보곤 합니다. ㄱㄴㄷㄹㅁㅂㅅ…ㅏㅑㅓㅕ… 모음과 자음을 해체해봅니다. 곡선과 직선이 모여진 그림들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사유하는 사람들이 신기합니다. 결국 글자는 읽어내야 제 기능을 합니다. 그림을 보듯 스치듯 봐서는 읽히지 않습니다. 1초라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가고 희노애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멈춤은 아주 고독하고도 아주 신비한 경험입니다.
특히 글을 쓸 때는 매 순간 멈춤이 있습니다. 인물의 감정과 동화되는 것부터 세계에 오롯이 빠져드는 것, 단어를 선택하는 것까지 한 글자를 쓸 때마다 멈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 인생의 모든 시간 중 이 멈춤이 가장 제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그때 날카로운 펜촉처럼 예민하게 손을 들어 본능적으로 자음과 모음을 조합합니다. 저는 더욱 깊이 제 안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내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깊고 어두운 내면을 더 오래 쳐다보고 싶습니다. 그럴때면 말수가 없어지지만, 글은 더 시끄러워집니다. 저는 더 많이 시끄러워져서 제 글에 방문할 누군가의 속을 헤집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