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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메일에 착오가 있어 다시 보냅니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지만 한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1 겨울 나그네가 되어
태백산맥 준령을 넘어 겨울바다로
(松軒·茶軒.廉齊·晩覺)
2011년을 서서히 마무리하며
그토록 아름답던 단풍잎도 가을의 절정이 지나면 바람결에 낙엽 되어 흩날린다.
무심코 걸어가는 발걸음에 쓸쓸함과 허전함이 스며들고 또 한해가 아쉬움 속에 가는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날의 정열과 보람도 세월과 함께 낙엽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인가 싶어 허무해진다.
우울한 마음을 바쁘게 움직여 보려고 늘 상 반복되는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 지리산 노고단으로 등산도 해보고, 서울도심에서 추억 속으로 여행도 해 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로 배낭매고 기찻길, 뱃길 따라 낭만을 즐겨 보기도 하면서 세상이 바쁘게 변하는 모습들을 눈여겨보았다. 제주의 바닷가 올레 길도 걸어보고 성산 일출봉에 올라 세계7대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감상도 하였다.
다양한 모양새로 여행을 즐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삶에 의욕과 생기가 넘치며 보다 풍요로운 노후를 생각하면서 노년의 멋을 찾고 싶은 충동 마져 느껴보게 되었다. 혼자만의 여행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대한 실상과 허상, 그윽한 맛과 옹졸함에서 희노애락도 가다듬어 보면서 더욱 후회 없는 노년을 가꾸어 보고 싶어졌다.
은퇴생활에서 마음에 새기면서 실천하려는 運動과 意志, 敎養과 배움, 肯定과 參與, 配慮와 나눔, 謙遜과 感謝하는 생활태도를 매우 의도적으로 다짐하고 있으나 아직도 미흡하여 마음이 무겁다.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다소라도 덜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여행은 지난해 부산시티투어 때의 허물없이 다정한 벗들과 함께 다시 배낭매고 나서고 싶은 마음으로 제안하여 흔쾌히 마음이 모아졌다.
행선지를 늘 마음에 두었던 강원도의 심산유곡을 찾고 싶어 태백산맥의 태백시를 중심으로 태백산과 설악산, 소백산근처를 그리고 동해안의 겨울바다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50년 전 군 생활의 근거지였던 춘천의 교육대학 부근에도 가보고 싶었다.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지도와 정보매체들을 통해 며칠을 두고 그려보았다.
3박4일의 알뜰한 여행의 기본을 평소에 가보고 싶었지만 교통과 시간 등 불편해서 미루어 두었던 지역으로 여행경비는 검약하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 보자는 자세로 나서기로 하였다. 그리고 절약한 경비는 가족과 이웃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다.
첫날은 서울을 경유하여 경춘선을 이용한 호반의 도시 춘천을 관광한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청량리역 근처에서 1박하고,
다음 이틀간은 태백산맥의 자연풍광속의 비경을 찾아보는데 기대를 가져보기도 하고,
설악산과 동해안을 마음으로 가득 안아보고 싶고,
마지막 날은 기차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영주 소백산근처 부석사와 선비촌을 둘러 보는 것으로 예정하였다.
첫 날 (11월 28일 맑음)
광주송정역 08시 20분 용산행 무궁화열차 (14,600원 경로할인)로 이번 여행을 시작하였다. 열차에서 여행계획을 협의하면서 사전에 구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모든 일정표와 여행경비안을 확정하였다. 현지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차선책도 마련하였다.
여행의 즐거움은 눈과 입이 반씩 나눈다고 하였듯이 차창 밖의 자연과 어울려 사는 인간세상을 구경하며, 벗들이 준비한 일품요리로 화기애애한 정담과 함께 용산역에 12시 46분 정시 도착하였다.
도착 즉시 전철(중앙선)홈으로 옮겨 청량리 거쳐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동차로 환승하여 늘 마음에 가고 싶었던 춘천으로 향했다.
61년 군생활의 기억 속에 다시 찾게 되는 남다른 감회에 젖어 바깥 경치를 바라보지만 옛 풍경은 전혀 막연할 뿐이다. 강촌역, 김유정역을 당초의 계획에는 들려 보려 했으나 다음기회로 미루고 남춘천역에 1시간 10분 걸려 내렸다.
역전의 관광안내소를 찾아 시내관광의 궁금한 점과 교통편의 등을 안내를 받고 택시를 이용하여 석사동 옛 춘천사범학교(현 춘천교대)를 찾았다.
군 생활에서 사단 체육부로 선발되어 이곳에 합숙소를 정하고 학교 농구코트에서 땀흘리고 운동하던 일생에서 가장 혈기 왕성하던 추억의 마당을 찾아 온 것이다.
입영 훈련소의 기간을 제외한 군복무 전체를 운동으로 지냈던 곳이므로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아보았지만 상전벽해처럼 조그마한 흔적조차 없으니 아니 온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차라리 상상하는 것으로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했다. 참 허전한 자신이 어렵게 동행한 벗들에게 더욱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함으로 발걸음 마져 무거웠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소양강댐, 춘천댐, 의암댐으로 호수가 이루어져 있어 관광의 도시가 되었다. 대표적인 소양강댐으로 시내버스 12번을 이용하였다. 댐높이가 123m가 되니 버스길로 상당히 올라가야 댐 기념비에 다다른다. 흐린 날씨에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라 황혼의 호수를 바라 볼 수는 없었지만 기념탑에 새겨진 박정희대통령의 ‘우리 인간이 대자연에 엄청난 도전을 하여 인간의 의지로 대자연을 극복하고 개가를 올린 산 증거가 있습니다.’준공식 치사의 한구절이 가슴을 더 벅차게 하였다. 우리 벗들은 배낭속의 양주로 멋진 호반의 풍경과 함께 마셨다. 그리고 웅장함에 도취하였다.
생각해 볼수록 6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건설기술의 열악함을 무릅쓰고 치산치수만이 국가장래 발전의 기반이라 여긴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근대화의 철학과 신념에 깊은 경의를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표하고 싶었다.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을 찾아 춘천시내 번화가인 명동을 찾았다.
명동의 거리는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요소요소에 흔적을 새겨 놓아 관광지로 한몫을 단단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닭갈비음식 골목길의 ‘명동1번지’ 닭갈비전문점은 춘천을 방문했던 명사들이 방문사인을 한 명소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여행의 첫 외식인 저녁을 일행은 모두가 만족스럽게 하였다.
둘째 날 (11월 29일 화 흐리고 비)
07:00 청량리역 출발하여 강릉으로 가는 태백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팔당, 양수, 원주, 제천을 경유하여 낯 선 태백산맥의 깊은 산골로 열차가 들어 설 때는 나로선 처음으로 가는 곳이며 오래 전부터 퍽이나 궁금하게 여기던 지역이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에너지 자원이였던 석탄 광업소가 많은 곳으로 민둥산역, 사북역, 고한역, 추전역을 지날 때는 옛 탄광의 자취들을 눈 여겨 보고 싶었고, 또 호기심으로 차창밖의 자연의 풍광을 맘껏 사로잡아 보고 싶은 동심처럼 설레이기만 하였다.
당초의 생각으론 사북에서 내려 태백사이의 명소들을 헤집으며 태백시로 옮겨갈까 욕심부려 보았지만 도저히 틈낼 시간이 맞지 않아 태백시 근처에서 약 4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다만 열차에서 통과의례로 강원랜드, 하이원 관광명소를 스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추전역(855m)도 눈도장으로만 찍고 지나쳤다.
그래도 태백역까지 4시간11분 소요되어(10,200원경로) 11시11분에 도착하였다.
도착과 동시에 관광안내소을 찾아 안내지도와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황지연 (연못)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로 태백시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연못의 둘레가 100m로 하루에 5,000톤의 물을 뿜어 낸다는데 수량이 많은 것은 태백시를 둘러싼 태백산, 함백산, 백병산 등의 물줄기가 땅으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접 물맛도 볼 겸 기념으로 마셨다. 태백시의 본래 이름이 연못이름인 황지읍이었는데 개칭한 것은 불과 20년 전이나 될까?
연못이 중심지에 있어 시가지도 구경하면서 걸어가는데 참 화려하고 많은 브랜드 있는 상가의 모습이 나의 예상을 확 바꿔 놓았다. 산중 분지에 석탄먼지로 거무스레한 폐광촌의 모습을 연상하였던 것이 퍽 미안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뉴스로 알려진 보험사건에 시달리는 장면들이 시가지에 나부끼는 프랭카드에 엿 볼 수 있었다.
태백산 입구 당골계곡과 석탄박물관
태백산은 해발 1,567m의 명산으로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국토의 모산이며 이곳에서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발원되고,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검룡소가 있다.
정상에 천제단이 있어 10월 3일 개천절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우리 일행은 등산로 입구 870m 까지 오르다가 석탄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은 한국 석탄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생성의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동양 최대의 석탄 전문 박물관이다. 내부는 지질관, 석탄의 채굴과 이용관,광산장비의 전시, 체험갱도관, 광산촌의 생활관 등으로 정말 실감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이 대단하였다고 모두가 경이롭게 느꼈다. 특히 탄광촌의 독특한 생활양식과 풍습, 문화에서는 그 실상을 애처로운 측은한 장면들로 연출되고 있었다.
조국근대화 기수로 불리는 광부들의 생명을 걸었던 산업역군과 서독광부의 처절함도 십분 이해되었다.
착잡한 마음을 박물관 기념품 판매점에서 한잔의 동동주로 위로하는 기분을 가졌다
태백시에서 강릉으로
더 가볼만한 곳을 남겨둔 채 16:04분 무궁화 열차(청량리발)로 도계역과 나한정역사이의 산악열차로 말만 듣던 열차가 전진 후진하는 스위치 백으로 운행하는 것도 직접 체험 해보았다. 열차내의 안내방송으로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함으로 정상운행임을 알려 주었다. 태백산맥을 빠져 나와 동해의 해안선을 달릴 때는 이미 어두워져서 동해바다를 바라 볼 수 없어 섭섭했다.
동해, 묵호, 망상을 지나 정동진에서 잠시 머물려고 했으나 비바람으로 포기하고 강릉 종착역에 18:06 정시에 도착하였다.
강릉역무원에게 관광안내겸 생선횟집, 숙박업소 등을 알아보고 강문항 횟집에서 저녁을 마치고, 해수탕 찜질방으로 숙소를 정하였다.
셋째 날 (11월 30일 비, 눈)
09시 강릉터미널에서 지도를 펼치고 행선지를 의논하면서 북으로 거진, 간성으로 일단 가서 남으로 내려오는 의견도 있었으나 기후불순으로 일단 속초로 결정하고 무정차 고속버스에 올랐다. 강릉 시가지를 벗어 난 버스는 기대했던 해변도로가 아닌 고속화도로 위를 달리므로 차창너머의 바다경치를 볼 수도 없이 한 시간 남짓이니 속초시내에 도착하였다. ( 6,000원)
관광안내소의 설명을 듣고 시내버스로 설악산으로 향했다.
시내에서는 비가 내렸는데 설악산 입구에 가까워지니 흰 눈이 펑펑 내리는데 순식간에 온 세상이 은백색으로 눈꽃 축제라도 하는 듯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되었다. 더구나 올 해의 첫 눈을 뜻밖에 맞이하게 되니 모두가 황홀지경에 몰입되어 그져 감탄사만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감격스런 첫 눈 맞이하기는 평생에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눈이 마치 우리의 여행을 축하해 주는 서설로 여겨지며 축복받는 기분으로 만끽하였다. 이번 여행의 백미라고 다헌도 흥분하였고, 송헌도 겸제도 사진에 담으며 값진 여행의 진수라며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이런 순간에는 세상의 모든 선·악이, 미·추가 눈처럼 새하얗게 순수하고 순결할 수 없을까 동화같은 생각도 들었다.
서산대사의 명시를(踏雪野 .....) 떠 올리며 그야말로 백설이 만건곤한 신흥사를 찾았다. 명산의 산사를 찾는 우리의 마음 또한 숙연해 지기도 하였다.
경내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법당의 기둥에 기대어 설악의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산이름 雪嶽이 눈설이고 큰산이란의 뜻으로 악을 인용한 것 같은데 사실은 옛날부터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고 해서 설산, 순 우리말로 설뫼라고 하였다고 한다. 오늘따라 이름값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설악산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조건을 지니고 또한 백두대간의 중심에 우뚝 서있으니 산세가 장관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혼자서 해 보았다.
우연한 행운에 모두가 탐방안내소의 벤취에서 축배 한잔을 들며 경이로운 설경을
회자하여 보았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시내에서 값이 저렴하고 질이 좋은 횟집을 물색하다가 이런 날씨엔 익힌 음식이 좋을 거라는 생각에 속초 아바이 마을에 갔다. 널리 소개되어 잘 알려진 곳으로 실향민들의 집단 주거지로 북한순대음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함으로 그곳에서 순대와 생선구이로 점심을 마치고 낙산사를 들려 볼 예정이었으나 계속 내리는 비로 취소하고 강릉으로 직행하여 휴식을 가졌다.
마지막 날(12월 1일 흐리고 갬)
강릉역 근처의 궁전 보석찜질방에서 일기불순으로 겹친 여독을 찜질과 사우나로 풀고 새벽 06시 강릉역발 경북영주로 가는 영동선 무궁화열차에 올랐다.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열차이지만 이른 새벽에 날씨마져 구름이 잔뜩 끼어 바깥 경치는 염두도 내지 못하다가 동해를 지나 미로, 신기역을 통과할 무렵 07시가 넘으면서 서서히 밝아 오면서 열차는 어느 사이 태백산맥 줄기 속으로 접어들었다.
험준한 산과 산사이의 협곡, 시냇물이 흐르는 철로 위를 천천히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본 풍경은 온통 눈 천지였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일본의 북해도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어제 눈설악의 감동이 잔잔히 남아 있는데 이른 새벽 구름 속에 눈덮인 산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서정적이어서 정감어린 시상에 젖어 보고 싶을 지경이다.
눈 속의 추억여행도 잠시 머물다 가고, 눈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눈과 철도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시골간이역의 주인공 ‘철도원’영화는 심금을 울려 준 서정적인 명화이기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눈꽃열차는 태백산맥을 굽이굽이 돌아 통리, 동백산, 철암, 석포를 지나 경북 춘양, 봉화에 가까워지니 눈은 자취를 감추었고, 추수가 끝난 들녘에는 옛 기와집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유림과 선비들의 흔적들인가, 전통문화의 보존인가 궁금하였다.
영주 부석사를 찾아서
약 4시간의 영주까지의 영동선 철도여행은 이번 마지막 철도코스였다.
영주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부석사행 버스에 올라 늘 마음에 두면서도 기회가 없어 가보지 못했던 부석사를 찾게 되었다.
부석사는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천년 고찰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의 목조 건축물로 국보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는 2002년 스승의 날에 선물로 받은 책 ‘최순우(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한국미 산책’-“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본문과 유홍준교수 서문을 읽고 관련된 부문과 공감한 글을 옮겨본다.
유홍준 교수는 “좋은 미술품을 좋은 선생과 함께 감상하며 그 선생의 눈을 빌려 내 눈을 여는 길”라 했다. 그래서 훌륭한 작품도 전문 해설가의 혜안을 빌릴 때 비로서 이해가 되듯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감동한다니 폭넓은 교양과 식견이 절대적이다.
무량수전에 대한 최순우 저자의 본문은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었다. 무량수전 안양문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림이 없다.........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도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지금 우리이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역시나 아름다우면서도 안정감을 주며 무량수전 자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고 느껴졌다. 고색창연한 무량수전 앞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머리도 끄덕여 보았고 배흘림기둥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며 기대서서 보았다.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둘러보며
소수서원 관리사무소의 안내문을 참조하여 종합해 보면
경북영주시 순흥면 紹修書院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은 나라에서 서원이름과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고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하는데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때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말기 유학자이며 주자학을 도입한 안향 선생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가 유생을 교육하면서 백운동서원이 되었다. 명종 때 1550년 풍기군수였던 퇴계 이황의 요청에 의해 소수서원이라고 사액을 받았다.
소수서원은 조선후기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 살아남은 47개 중 하나이므로 경내에는 강학당, 장서각, 일신재, 학구재 등의 옛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국보 제111호인 회헌 초상과 보물 5점 등 많은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서원과 바로 나란히 이어져서 선비촌이 조성되어 관람하기가 편리하였다.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 순흥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 안향의 고향이기도하고 순흥 안씨의 본관이기도 하다.
선비촌은 선비의 정신과 태도를 새롭게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영주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하였으며 그들의 정신을 담은 修身齊家, 立身揚名, 居無求安, 憂道不憂貧의 4가지 구역으로 조성되었다.
여기에 귀에 설익은 거무구안의 의미는 ‘사는데 있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우도불우빈은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의미로 선비는 안일한 삶을 영위하나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영달을 구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선비는 물질적 어려움 때문에 荀子의 道를 잃지 않는다는 자세로 (梅一生寒不賣香 ;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은다)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소백산 자락길(걷고 쉬고 즐기는 행복한 自樂) 안내지도를 살펴보니 등산로가 12코스로 자세히 소개되었는데 선비촌에서 소백산 비로봉(1,440m)정상까지는 제1코스로 13km에 4시간30분 소요되고 죽령옛길코스는 제3코스로 12km에 3시간30분,
부석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11코스로 14km로 4시간 소요된다고 그림지도로 자세히 소개되었다. 소백산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근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소백산에 대한 호기심을 대신하고 귀로에 들어섰다.
영주터미널(15:00분발 11,800원) - 중앙고속도로 통과 -동대구행
동대구터미널 -광주행( 17:20분발 일반고속,13,000원) -광주터미널도착(18:40)
여행을 정리하며
퍽 인상적인 여행코스에 너무도 서민적으로 과욕을 부린 긴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꼭 가보고 싶어 했던 곳, 더 머물고 싶은 마음으로 이른 새벽부터 서둘렀고, 교통편은 기차여행을 주로 하면서도 대중적인 무궁화호로 경로할인과 전철 무임으로 절감하였으며, 숙식도 두루뭉실하게 매우 경제적으로 해 보았다. 모두가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다고 하였다.
반세기전 젊음의 한 획을 그었던 춘천사범의 석사동과 경춘선 추억도 아쉽게 되살려 보았고, 태백산맥의 자연환경과 산촌의 문화, 그리고 탄광촌의 전후를 상상과 현실로 비교도 해 보았고 오지의 불편한 교통사정도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였다.
설악산의 첫눈 내리는 풍경과 이른 아침 태백의 눈꽃열차에서 바라 본 눈 쌓인 산천과 서정적인 시골역의 모습은 가슴 뭉클하리만큼 나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오래도록 그 여운이 남을 것 같다.
마지막 여행지 소백산의 부석사에 대한 평소의 보고픈 원풀이와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옛 선비의 정신을 재음미 해보는 것도 큰 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것은 날씨 때문에 이동하는데 다소 불편하여 예정된 동해안의 거점들을 돌아보지 못한 점과 특히 기대했던 동해안의 겨울바다를 거닐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이미 몇 번씩 다녀 본 것으로 자위하고 생략하는 대는 별 이의가 없었다.
사전계획에 차질 없이 흐뭇한 마음으로 안착하게 된 것을 제안자의 입장에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고희임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감성의 여유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태백산맥 준령을 넘어 겨울바다로 (안)
(松軒·茶軒.廉齊·晩覺)
겨울 여행 계획안 (협의 후 실행)
11.28(월)
광주송정역 : 08:20분(무궁화열차)-서대전(10:40)-용산(12:40)
☞ 용산역 전철-- 중앙선(청량리 경유)- 상봉역(경춘선 출발역)13:00 예정
경춘선 전철 ♣ 강촌역(55분 소요)-김유정역(60“)-남춘천역(65”)-춘천(70“)
춘천에서 택시 이용 - 시내관광(춘천교대, 소양강 등 관광안내소 참조)
11.29(화)
청량리역(♨ 찜질방투숙?)
07:00 중앙선(무궁화호)-민둥산(10:37“)사북(10:47)-태백(11:12) 다음열차12:52”
※ 협의후 결정 할 사항( 택시 및 버스이용 관광지 이용) 두 번째열차 15:47“ 강릉역 18:06 도착
11.30(수)
강릉 - 동해안 일대 관광 (관광안내소 이용- 시외버스 터미널이용)
속초(설악산) - 낙산사 - 주문진 - 강릉일원
12.1(목)
강릉역(영동선 열차) ? 06:00-묵호06:36-동해:6:44-철암08:05- 춘양09:08-
-영주(09:53) 영주부석사 좌석버스(10:30) 요금2,800원
영주 출발
① 대전행 (14:10) 소요시간 3시간 경유
대전발 광주행고속 17:40, 08:10, 18:50
② 동대구행(고속) 131km- 11,800(우등) 8,100원(일반) 약2시간
동대구터미널 - 광주행 (3시간 40분) 우등(19,000월), 일반(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