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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성지순례 넷째 날인 오늘 오전은 이스라엘의 12지파 가운데 단지파가 정착해서 살았던 이스라엘 북쪽 끝의 ‘텔 단’과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16,16) 라고 베드로 사도의 고백이 있었던 카이사리아 필리피(바니아스)를 순례하기로 되어 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기대감을 갖고 출발했다.
헤르몬 산에서 흘러나오는 단 샘
텔 단(Tel Dan) 주차장에서 내려 텔 단 숲속 길로 들어서자 큰 계곡물처럼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단 샘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이 샘의 원천은 레바논 국경지역에 있는 헤르몬 산이다. 헤르몬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석회암 지역인 이곳 동굴이나 땅 속으로 들어가 있다가 단에서 용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단샘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석회암 지대의 샘으로 이 단 샘이 흘러 요르단 강에 합류하게 되는데, 갈릴래아 호수로 들어가는 요르단 강 상류 줄기이다. ‘요르단’이란 말은 ‘단에서 흐르다’, 즉 ‘단 지방에서 흘러내린다’는 뜻이다.
단 숲속은 샘들로 인해서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와 울창한 숲을 보면서 메마른 땅을 떠올리게 했던 이스라엘이 맞나 싶을 정도로 풍요로워 보였다. 가나안 땅을 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는지 단에서 또 한 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텔 단은 성경 속 ‘단’의 현대적 명칭이다. ‘텔’은 언덕을 말하는데 이스라엘 지명에 접두사 격의 ‘텔’이 많이 붙어 있는 이유는 수세기 동안 도시 위에 새로운 도시가 계속 다시 지어지면서 언덕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1939년도에 만들어진 ‘키부츠 단’이 있고, 고대의 유적이 남아있는 성경에 나오는 단은 ‘키부츠 단’에서 북쪽으로 약 2km 거리에 있는 언덕으로 ‘텔 단’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텔 단은 BC 2500년경부터 가나안 최초의 도시가 이루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텔 단의 발굴 작업은 1966년도에 이루어졌는데 성문과 성벽들, 제의식의 장소 등을 발굴해 내었다. 또 이곳에서 1993년 7월 21일 중요한 ‘석비’ 가 발견되었다. 아람어로 기록된 석비 조각에는 당시 다마스쿠스의 왕 하자엘(1열왕 19,15-18)의 비문이 13줄로 새겨져 있는데, 이 비문 8째 줄에 ‘다윗왕조’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현재 이스라엘 국립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이 비문은 성서 밖에서 다윗 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첫 번째 문헌으로 다윗 왕의 역사성에 대해 확실한 입증을 해주고 있다.
사진 정기환 마티아
‘단'은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한 지파로 야곱의 두 번째 아내 라헬의 여종인 ‘빌하’를 통해 낳은 야곱의 다섯 번째 아들 이름을 딴 것이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남쪽 경계 지역은 브에르세바였고 북쪽 경계지역은 단(1사무3,20)이었다. 구약성경에 처음으로 등장할 때 단의 원래 이름은 라이스(판관18,1-31)였다. 여호수아에 의해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은 지파별로 땅을 분배 받았다. 단 지파는 필리스티아인들과 인접한 지중해 연안을 분배 받았다(여호19,40-46). 그러나 필리스티아 족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땅을 빼앗기게 되었다. 단 지파는 분배 받은 땅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이동하여 분배되지 않은 가나안 원주민들의 도시였던 라이스를 정복하고, 그 도시 이름을 자신들의 지파 이름을 따서 ‘단’이라고 불렀다(판관18,1-31).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영토를 표시할 때 ‘단에서 브에르세바’까지라는 문구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솔로몬 왕 이후 기원전 922년 르하브암 왕 때 통일 왕국이 남북으로 분열되었다. 북 왕국의 첫 왕인 예로보암은 자기 백성들이 국권 통일의 상징이요, 종교적 중심지로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 대한 미련과 다윗 왕조의 정통 계승자인 르하브암 왕에게 백성들의 마음이 기울어질까봐 염려하였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리지 못하도록 자기 왕국의 북쪽과 남쪽의 경계인 단과 베텔에 하느님의 어좌를 상징하는 금송아지를 만들어 세우고 예배하게 했다(1열왕 12,26-33). 이로써 예로보암은 종교적 분단은 물론 북 왕국 이스라엘을 우상숭배에 빠지게 한 최초의 임금이 되었다. 단은 베텔과 더불어 북이스라엘의 중요 성소역할을 담당하지만 기원전 721년 아시리아의 침략으로 멸망한 뒤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국립공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되어 있다.
현재 단의 유적지 대부분은 예로보암 왕 이후의 북이스라엘 왕국 시대에 건설된 것이지만, 우리들은 금송아지 신상이 세워졌던 유적지와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단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순례했다. 나무들 사이로 예쁘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단 지파가 참으로 좋은 몫을 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상쾌한 숲속 길을 걷다보니 예로보암이 만든 신전 터가 나왔다.
신전 터에는 예로보암이 하느님을 대신해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높은 단상(High Place)의 집(지성소)을 마련하여 모시고 그 아래에 제물을 바치는 제단을 마련해 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큰 돌들로 제단을 쌓은 신전 터의 흔적을 보면서 하느님 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내가 만든 금송아지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무너져 사라져버린 단의 모습을 생각하며 주님이 원하시고 주님께서 받으시는 신앙생활을 해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가운데 예로보암이 만든 제단 자리에 네 뿔이 달린 옛 제단 원형의 모습을 철재로 재현해놓았다. 네 뿔은 희생제물을 매어 놓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제단 앞 왼쪽에 제물을 씻는 물두멍도 있다. 그리고 제단 뒤에 순례 객들이 서 있는 계단 위에 금송아지를 모셔놓은 단상(지성소)이 있다.
금송아지를 모셔놓은 단상 아래 계단에서 내려다 본 예로보암이 만든 제단 자리이다. 제단자리에 네 뿔이 달린 제단 원형의 모습을 철재로 재현해놓았다.
제단 바로 앞 계단이다. 순례 객들이 서 있는 계단 위로 올라가면 금송아지를 모셔놓은 단상(지성소)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이곳이 단상이다. 유적이 훼손될까봐서인지 철망을 쳐놓았다. 단상 너머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레바논 땅이다. 이스라엘 북쪽 끝의 단은 레바논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the Sacred Precinct, 성스러운 종교적인 구역이라고 쓰여 있지만 예로보암으로 인해 우상숭배지가 되었던 곳이다.
제단 왼쪽에 제의 방
성문 터, 성문은 이웃나라들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본래적인 기능 외에도 시장, 재판장소, 회의장소 등으로 사용되었다.
성문 앞에 왕의 자리가 있다. 왕이 성문 어귀에 앉아서 백성들 사이의 시비를 가려주기도 하고(아모5,10), 예언자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1열왕 22,10), 또 외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왕의 자리 네 귀퉁이에 둥그런 돌 받침대가 놓여있는데 이것은 왕의 자리라는 표시라고 한다. 이 돌 받침대에 기둥을 꽂아 그늘을 만드는 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왕이 바뀌었다. 왕권 찬탈로..ㅎ..
또 왕이 바뀌었다. 북왕국의 모습처럼..ㅎ..
성벽, 성벽 쌓는 기술이 뛰어난 단 사람들은 시리아 등 이웃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서 성벽을 튼튼하게 쌓았다.
가나안 시대의 성문이 발굴된 곳을 향하여..헤르몬 산이 보인다.
가나안 시대의 성문으로 아브라함의 문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수문장이다.
단을 떠나면서 헤르몬산을 배경으로
단을 떠나면서 풍부한 생명의 물을 공급받아 꽃과 나무가 우거진 아름답고 풍요로운 축복의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 감사하며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섬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카이사리아 필리피(바니아스)로 갔다.
카이사리아 필리피는 텔 단에서 동쪽으로 4km 지점, 헤르몬 산 남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오늘날 바니아스라고 부르는 곳이다.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곳을 순례하는 이유는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신앙 고백을 한 곳이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기신 의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니아스는 텔 단과 함께 헤르몬 산의 눈이 녹아 바위 속에 스며들었다가 다시 솟아 흐르는 풍부한 수원지로 북 요르단강을 통해 갈릴래아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이 지역은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4세기 중반~기원전 1세기 중반)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Pan) 신을 섬기던 곳이다. 판은 헤르메스의 아들로 목동들의 신이며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다리와 꼬리는 염소 모양이며 이마에 뿔이 있다. 이 지역을 신의 이름인 파니아스(Paneas)라고 불렀다. 그러나 7세기에 아랍이 이곳을 점령하자 아랍인들이 ㅍ(P) 발음을 하지 못하여 아랍어식 발음에 따라 바니아스로 굳어지게 되었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기원전 20년 경 바니아스를 헤로데에게 선물로 주었다. 헤로데는 바니아스 샘 근처에 신전들을 지어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충성의 뜻으로 헌정하였다. 헤로데가 죽고 난 후 그의 왕국은 세 아들들에게 분배되는데 셋째 아들 헤로데 필리포스(기원전 4-기원후 34)가 이스라엘 북쪽과 골란고원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도 바니아스를 자기 영주의 수도로 삼고, 로마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카이사르에게 바친 도시라는 의미로 카이사리아(‘황제’라는 뜻)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중해 카이사리아와 구별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덧붙여서 카이사리아 필리피라고 불렀다.
현재 바니아스는 이스라엘이 지정한 국립공원이 되었는데 골란고원의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암벽 산에는 그리스 시대의 신인 판(Pan)을 섬긴 천연동굴과 제우스 신전 터, 아우구스투스 신전 터 등 고대의 유적들이 보존되어 있다. 암벽 산 아래에는 맑고 깨끗한 바니아 샘이 솟아 흐르고 물줄기를 따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물이 귀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신들이 살고 있는 거룩한 곳이라고 여겨질 만 해보였다.
바니아스 주차장 왼쪽 부분의 철망을 해놓은 곳에 비잔틴시대의 성당을 발굴해 놓은 곳이 있다. 성당 규모가 굉장히 크다.
성당 터에서 바니아스 샘으로.. 주차장 오른쪽에 당시 건물의 기둥과 기둥 장식 등을 발굴한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카이사리아 필리피(바니아스)의 건물 기둥과 기둥 장식들, 유적 잔해들을 보면 이곳이 과거에 크고 화려한 도시였음을 짐작케 해준다.
가운데 판 신전 동굴 아래 맑은 바니아스 샘물이 흐른다. 요르단 강으로 흐르는 원천들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샘물이다. 이 샘물에 송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이 샘물 밑으로 한참을 더 내려가면 예쁜 바니아스 폭포가 나온다는데 길이 경사진 계곡이고 미끄러워 위험하다고 데려가지 않았다.
판 신전이 세워졌던 판 동굴이다. 예전에는 동굴 속에서 물이 흘렀는데 굴이 무너져 막히면서 물길이 지금처럼 바뀌었다고 한다. 판 신전 동굴 바로 앞에 헤로데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아부하느라 아우구스투스 신전을 세웠었다.
판 신전 동굴 옆에 판 신들을 모셨던 벽감들이 많이 있다.
판 신전 오른쪽에 제우스 신전 흔적이 남아있다.
왼쪽에 판 신전 동굴과 제우스 신전 기둥이 보인다. 제우스 신전 바로 오른쪽에 우리 순례 객들이 올라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은 흔적은 거의 없지만 그리스 아티카의 여신(다산의 여신)인 네메시스의 뜰이 있던 곳이다. 네메시스의 뜰 바로 오른쪽 옆에는 신성한 염소들의 무덤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친 염소들의 혼을 달래는 묘지와 신전이라고 한다.
갈릴래아에서 이곳 카이사리아 필리피(바니아스)까지는 직선거리로 70km가 넘는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상 이동을 해야 한다. 걸어서 오려면 이틀은 걸리는 거리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전하시기 위해서 이곳 멀리까지 왔다 갔다 하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왜 공생활의 중심지였던 갈릴래아를 떠나 북쪽 이곳까지 오셔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당신의 정체성을 물어보셨는지 생각해보았다. 판 신의 도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이사리아 필리피는 이방신앙의 중심지로서 우상숭배가 판을 쳤던 곳이다. 그러기에 많은 신전이 세워져 백성들이 우상들을 부르고 찾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이곳에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참 하느님이심을 보여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시자 베드로는 예수님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신앙고백을 했다. 그때 예수님은 시몬 바르요나의 이름을 베드로(반석이라는 뜻)로 바꾸시고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16,18)는 말씀으로 베드로에게 수위권을 부여하시고 하늘나라의 열쇠도 함께 주셨다. 우리는 저승의 세력도 어쩌지 못하는 반석 위에 세운 교회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교회 안에 있으면서 교회의 뜻에 순명할 때 악마를 이기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신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16,15) 예수님은 나에게서 사람을 통한 지식으로가 아니라 삶을 통한 깨달음으로부터 알게 된 믿음의 고백을 듣기 원하실 것이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신부님의 외사촌 누님 수녀님과 찰칵!
단과 카이사리아 필리피(바니아스)를 순례하는 오전의 일정을 마쳤다. 오후는 카파르나움 순례 일정만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다시 갈릴래아로 내려가 어제 점심식사를 했던 갈릴래아 호숫가에 있는 맛집으로 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사 후 시간 여유가 있어서 우리는 카파르나움으로 가기 전에 갈릴래아 호숫가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사진 김은주 라파엘라
사진 김은주 라파엘라
사진 정기환 마티아
②→ 예수님의 마을 카파르나움으로
첫댓글 다음에 성당 교우님들이 이스라엘 성지 순례 할 기회가 있다면 젬마 자매가 성당 카페에 올려놓은 "이스라엘 성지 순례기"를 보고 가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젬마 자매님 고생 많으십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