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40대 총리로 전격 발탁된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평소 스스로를 “소 장수의 아들” “촌놈”이라고 부른다. 스스로를 낮춰 겸손함을 보이는 표현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소 장수의 아들이 총리에 오르다
김 내정자는 1962년 경남 거창에서 소 장수를 하던 아버지 김규성 씨(76)의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당초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지만 ‘농사를 지어도 농약병에 적힌 영어는 알아야 한다’는 부친의 말에 따라 거창농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김 내정자는 고교를 졸업하고 동일계 진학 방식으로 서울대 농업교육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부친의 고향친구인 고 김동영 의원(1991년 작고)의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며 얹혀 지내면서 정치적 감각을 익혔다. 당시 김 의원의 집은 ‘민주산악회’의 본산이었다. 작은 심부름도 하고 상도동계 정치인들을 따라 무거운 음식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며 정치의 현장을 옆에서 배워 나갔다고 한다. 그의 정치 역정은 다소 무모할 정도의 도전으로 점철됐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4년 뒤 2002년에는 ‘현직 군수에게 도전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평가를 무릅쓰고 거창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4년에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42세의 나이로 ‘최연소 지사’가 됐고 2006년 재선에 무난히 성공했다. 지사 재임 시절에는 낙동강 대운하(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했으며 ‘남해안 벨트 프로젝트’(부산-경남-전남을 이어 남해안을 거대 경제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를 추진했다.
김 내정자는 2004, 2006년 경남지사 선거공보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썼다. 그런 만큼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당시 김 경남지사의 행보에 불만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2008년경부터 친이(친이명박)계와 관계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 겸손하지만 승부근성 강해
김 내정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안상근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의리를 중시하고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지인은 “겸손하고 친화력이 뛰어나지만 승부근성이 강하고 도전적인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이제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주변에서도 그가 2012년 대선 도전을 꿈꿀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평소 “나는 누구 뒤에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줄을 세우고 싶다”고 말해왔다. 특히 40대 총리라는 점은 그에게 세대교체의 기수라는 정치적 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아직 김 내정자가 자신만의 정치력이나 행정력을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권 주류 진영이 세대교체를 앞세워 대선후보 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김태호 카드를 던졌지만 자칫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 가족 및 약력
김 내정자는 부인 신옥임 씨(46)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경남 거창군 가조면 자택에서 머물고 있는 신 여사는 “지사에서 물러난 뒤 고향집에 주로 머물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남편은 비교적 비판을 잘 수용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아들(19)은 거창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초 김 내정자 지인이 있는 뉴욕으로 공부하러 떠났다. 딸(18)은 거창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탤런트 채시라 씨의 남편인 웨딩사업가 김태욱 씨와 6촌 형제 사이다. 보병으로 육군 병장 만기 전역했다. 재산은 2010년 4월 기준으로 3억938만 원으로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