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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동화 교수의 전력전자연구실 원문보기 글쓴이: 정동화 교수
세레나 윌리엄스가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했다. 올해로 다섯번째. 다른 여자 선수보다 큰 체격과 파워 , 기술이 그동안 우승의 비결이었다면 이번에는 언니 비너스의 '서브에 집중하라"라는 결정적 조언이었다. 세레나는 7일 윔블던에서 열린 여자 결승전에서 폴란드의 아그네슈 라드반스카를 6-1 5-7 6-2로 이기고 우승했다. 세레나 머리 속에 들어가 풀어본 결승전 7일 윔블던 센터코트에 들어서면서 세레나는 자리를 메운 관중들을 쳐다 보지 않았다. 오로지 경기 시작 20분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만을 몰두하느라 땅만 보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상대는 그랜드슬램 결승에 처음 오른 폴란드의 라드반스카. 자기보다 랭킹이 높은 세계 3위이어서 얕잡아 보지는 않았다. 랭킹과 시드는 다 이유가 있겠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잔디코트는 서있기도 쉽지 않았고 상대의 볼은 약하지만 그런데로 잘 들어왔다. 경기시작. 자신의 서비스게임은 3구안에 끝낸다는 전략으로 무조건 강타와 서브에이스를 노리며 진행했다. 볼 10번 정도 터치하고 게임스코어 1-0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상대 라드반스카 서브게임. 3구안에 결정이 나지 않았다. 다섯번의 듀스끝에 브레이크하며 2-0을 만들었다. 세레나 자신의 두번째 서비스게임도 10번 정도 라켓에 볼을 맞춘 뒤 게임을 따냈다. 3-0. 라드반스카가 센터와 백쪽 그리고 포핸드쪽 서브를 번갈아 넣으며 에이스와 서브포인트를 획득해 한게임을 만회했지만 세레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라드반스카 드롭샷을 뛰어가 처리하다 넘어져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우승을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지능적인 드롭샷 대처에 미끄러지만 말고 포핸드 스트로트 실수만 줄이면 세트 스코어 2-0으로 끝날 확률이 런던 비올 확률보다 높다고 생각한 것이 세레나였다. 코트에 개폐식 지붕을 가동할 수도 있지만 레퍼리는 하늘을 지켜보고 지나가는 비로 판단했다. 경기는 정확히 20분 뒤 2세트가 시작됐다. 2세트 시작전 20분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라드반스카는 코치 토마스 빅토로우스키를 찾아 대책수립을 했다. 세레나에게는 언니가 라커룸을 찾았다. 동생의 더워진 몸, 상기된 표정을 읽으며 쿨 다운을 시켰다. 자기가 골라준 머리밴드와 옷을 매만지며 안정시켰다. 경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코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세레나는 비만 안왔으면 바로 끝낼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라커룸은 바브게 돌아갔다. 경기 재개를 알리는 전령이 라커룸에 들어왔고 세레나는 라켓 가방과 파우더 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이때 비너스는 세레나의 손을 잡고 한마디를 건넸다. " 서브에 집중해." 2세트 시작. 1세트의 연장일것 같은 세레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라드반스카가 자신의 게임을 지켜가면서 4-4를 만들더니 7-5로 따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1세트의 일방적인 게임 내용도 허사로 돌아갔다. 라드반스카는 베이스라인 안쪽으로 들어와 세레나의 공격을 둔하게 했고 드롭샷으로 거구를 괴롭혔다. 한번은 길게 한번은 짧게. 우승을 눈 앞에 두었다고 생각한 세레나는 허둥댔다.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었다. 관중석에선 이러다 처음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른 선수가 우승하는것 아니냐는 말이 돌아다니며 술렁거렸다. 세레나는 흥분했다. 도저히 믿기지않는 사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과감한 플레이는 경기를 망칠 것만 같았다. 2세트 마친 뒤는 1세트 끝과 달랐다. 라커룸에서 언니가 던진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서브에 집중해." 집중하고 있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자리는 술렁이고 방송해설자 크리스 에버트는 부지런히 세레나의 표정을 살피며 중계했다. 중계박스에서 캐스터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보다 코트를 살피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라드반스카의 서브로 시작된 3세트. 세레나는 브레이크했다. 1세트 초반의 재판이었다. 자기 서브는 일방적으로 끝냈다. 2-0. 왜 언니 비너스가 서브에 집중하라고 한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다 날라갈것같던 우승의 꿈이 다시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나둘, 하나둘. 호흡을 가다듬으며 3세트 초반을 다잡아나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세레나의 윔블던 다섯번째 우승, 그랜드슬램 141번째 우승 과정은 이것으로 끝났다. 코트에 누었고 하늘을 보았다. 라켓은 온데간데 없었다. 일어나 같이 싸워 준 라드반스카와 악수를 나눴다. "고맙다. 네가 있어 내가 빛났다." 센터코트 시팅보울을 넘어가 아버지 리차드를 찾았다. 테니스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족의 족장, 아버지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구멍난 바닥과 네트하나 제대로 없는 아스팔트 퍼블릭 코트에서 10대때 테니스를 하던 생각이 났다. 슬럼가 경찰서 구치소에 득실거리는 소년 소녀들을 데리고 가 보여주며 정신차려 테니스하지 않으면 코트 대신 구치소에 들어가 앉아 있을 거라고 악담을 퍼붓던 아버지였다. 그 때 그 일이 없었으면 세레나 자기를 쳐다보거나 카메라 플래시 하나 터뜨리지 않았으리라. 언니는 몸매라도 이쁘고 천상 여자같이 생겨 그럭저럭 좋은 남자 만나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자신은 언니와 달라 테니스가 아니었으면 인생 살아가는데 쉽지 않았을 것은 뻔했다. 그래서 엄마와 떨어져 있는 미운 아빠지만 자신이 오늘날 센터코트 관중석에 뛰어 들 기회라도 만들어 준 아빠이기에 고마움을 1착으로 표시했다. 두번째로 언니를 찾았다. 둘은 너무나도 즐거워했다. 언니 비너스는 자신이 우승한 양 활짝 웃었고 눈가에는 물이 맺혔다. 서른 나이에 다리 부상과 멘탈 붕괴로 라켓을 놓을 뻔한 동생이 장한 일을 한 것에 대해 정말 대견스러워했다. 세레나는 언니의 "서브에 집중해'라는 그말 한마디가 없었으면 경기 뒤 벤치에 앉아 시상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시간에 가족이 있는 박스에 들어와 기쁨을 나누었다. 언니의 말 한마디를 이해하는 순간. 경기장 분위기를 뒤집고 로즈워터 디시를 높이 들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