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추를 수확하는 날이지요. 옥상에 올라가 보니, 어제의 비와 바람때문에 빨래줄에 널어둔 무청이 바닥에 많이 떨어졌네요. 그것부터 다시 잘 털어 널고 배추를 뽑았습니다. 진샘이 칼로 배추 밑둥을 자르는 시범을 보입니다. 그렇게하면 쉽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큰 칼을 다루는 것이 조심스러워, 아이들은 힘으로 배추를 뽑기로 합니다. 가소롭게보고 달려든 아이들이 밭에 몸을 굽히고는 한참을 끙끙댑니다. 배추를 뿌리째 뽑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가며 진샘과 함께 칼로 배추 밑둥을 잘랐습니다. 배추수확이 금방 끝이 났습니다. 배추를 뽑은 밭에 어제처럼 시금치를 심기로 합니다. 시금치를 심기 전에 삽으로 뭉쳐 있는 흙을 곱게 갈고 아래위로 잘 섞어 줍니다. 고랑을 만들어 씨를 뿌리기 시작하는데 빗방울이 거세집니다. 진샘께 마무리를 맡기고 우리는 수확한 배추를 바구니에 담아 내려왔습니다. 배추속이 시장에서 파는 것처럼 꽉 차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맛있는 김치를 담아보기로 합니다. 점심에 나오는 김치와 깎두기가 맛이있니 없니, 매번 비평이 많습니다. 우리는 맛있게 담을 수 있을까요? 김치는 간이 맞고 잘 익히면 다 맛있지요.^^ 뽑아둔 무와 배추가 시들지 않게 비닐에 담아 잘 간수해놓고 내일은 양념을 만들 예정입니다.
2교시 주기집중 음악시간에, 한진샘이 핸드벨을 들고 오셨습니다. 먼저 청음을 합니다. 한진샘이 벨을 흔들어 나는 소리를 듣고 계이름 알아맞히기를 합니다. 눈을 감고 잘 들어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화음에 대해 배웁니다. 한진샘이 두 개의 벨을 흔들어 소리를 냅니다. 어떤 조합은 듣기가 좋고 또 어떤 조합은 듣기가 좋지 않습니다. 어떤 비밀이 들어있을지 찾아보기로 합니다. 붙어있는 두 음의 화음은 듣기가 별로 좋지 않고, 하나씩 건너뛴 두 음의 화음은 듣기가 좋습니다. 불완전화음과 완전화음의 소리를 직접 듣고 확인해봅니다. 드디어 직접 연주하는 시간입니다. 벨을 들고 한진샘의 지휘에 따라 노래를 연주합니다. 아이들이 자기들의 연주에 스스로 감탄합니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4층을 가득채웁니다. 1교시에 뽑은 배추 속이 한겹한겹 조화롭게 아름다웠던 것처럼,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종소리도 조화로움 속에서 아름답게 울립니다.
화요일 오후는 손공예시간이지요. 지난주에 이어 에코백만들기를 계속합니다. 양면 에코백이라 바느질할 것이 많아보입니다. 아이들마다 마음에 드는 색천을 두개씩 골라 안과 밖을 따로 바느질하고 나중에 그 둘을 조합해서 다시 꿰매겠지요. 그런데 바깥쪽으로 검은색을 선택한 아이가 세명이나 되네요. 왜 검은색을 선택했냐고 하니, 알록달록 꽃무늬는 도저히 오글거려서 선택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그럽니다. 검은색이 멋있어 보이는 나이가 된 모양입니다.^^
화요일 2교시에는 진샘이 중등 주기집중 수학을 하러 6층에 가시고, 저도 상급 미술선택수업을 하느라, 점심배식 준비가 평소보다 늦어질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가지러 내려와 기다리던 중고등 급식당번이 직접 음식을 차리고 동생들에게 배식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선택수업 마지막 날입니다. 그래서 수업이 좀 길어졌지요. 중고등아이들 덕분에 수업 마무리도 잘하고 점심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주방 정리를 하고보니, 수다방에 아이들이 한가득 앉았습니다. 초등아이들이 6층에 올라가 함께 놀자고 중고등 선배들을 모셔왔다고 합니다. 못이기는척 재미있게 놀다가네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도움을 주고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 마음을 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때로는 아이들로 인해 속이 상하는 일도 있지요. 오늘도 좀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할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건강한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진샘과 대화를 나누며 그 길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