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피나무 열매가 익어갑니다.
해마다 일에 빠져 정신을 놓고 살았으니 열매 딸 시기를 당연히 놓치고 말지요.
이 땅을 살 때 땅주인이 놓고 간 오갈피나무인데 나무가 늙고 종도 시원치는 않아
나무고 열매고 사실 수확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띠풀이 땅 밑을 기어 저 오갈피나무를 지나니 한 날은 삽을 들어 띠의 뿌리줄기를
뽑아낼 때가 있었지요. 그때 딸려나온 뿌리는 향기로 보나 유연성으로나 약재 까심이 분명하였던바
요새는 지나치며 이 친구의 우아래를 유심히 훑어 보기도 합니다
게을러서이지 뜰에는 제법 탕약에 넣을 것들이 많아졌답니다.
마, 쉽싸리, 박하, 화살나무, 황기, 어성초, 삼백초, 감국,
벌개미취, 좀목형, 맥문동, 당귀, 작약, 목단...
체질이라 비염기가 돌자 약방을 살폈죠. 약재들이 태부족...
미리 말려둔 여주, 돼지감자, 작두콩에 마와 쉽싸리도 모아
맥문동 천문동 없는 자리를 채울까 하죠. 맥문동은 언제 캐서 언제 따냐 싶으니
도로 약재상에서 사먹게 돼요.
들에는 다른 종의 오갈피나무도 있습니다.
요새 가끔 가지를 잘라 다른 약재들과 함께 달입니다.
약보다 음식이지만 또 음식이 잘 못하는 것을
이런 '선수'들이 잘하니 자주 먹어보고 약미도 확인해보는 재미를 보죠.
동의학은 책도 책이려니와 각각의 것들을 스스로 먹어 보아 느껴서 아는 것이 중요하고
복방을 할 때도 그 양과 효과를 음미하고 이해하는 과정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몸 밖의 것들이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자재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그럭저럭 이 행복한 공부가 가을 바람 속에서 밤낮을 잊습니다.
인체를 많이 알고 풀을 많이 이해하는 것은 언뜻 이중의 고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몸이 곧 약으로 약이 곧 몸으로 익혀질 때가 오긴 올 것입니다. 약증이라하지 않습니까?
약으로 증세를 설명하며 약의 구성으로 미루어 그 병증을 알 수 있는 것 말이죠...
오갈피나무
학명: Acanthopanax sessiliflorus (RUPR. et MAX.) SEEM
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
높이는 3∼4m에 달하고 뿌리 근처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사방으로 퍼진다. 작은 가지는 회갈색이고 털이 없으며 가시도 거의 없다. 잎은 어긋나고 장상복엽(掌狀複葉)이다. 소엽(小葉)은 3∼5개이고, 도란형 또는 도란상 타원형이며, 끝이 점차 뾰족해지고 길이 6∼15㎝로 거치가 있다.
표면은 녹색이고 털이 없고, 이면은 연한 녹색으로 엽맥 위에 잔털이 있고 자루는 3∼6㎝이다. 8월이면 가지 끝에 형성되는 산형화서(繖形花序)에 짧은 자루를 가지는 자주색 꽃이 많이 핀다. 과실은 장과(漿果:살과 물이 많고 씨앗이 있는 열매)로 구형이며 9월에 검게 익는다. 우리 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중국·만주·우수리에도 분포한다.
근피는 오갈피[五加皮]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쓰인다. 약성은 온(溫)하고 신(辛)하며, 강장·보간신(補肝腎)·진통·거풍습(祛風濕)·활혈(活血)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풍한습비통(風寒濕痺痛)·근골위약(筋骨萎弱) 및 동통·관절류머티즘·요통·퇴행성관절증후군(退行性關節症候群)·양위(陽痿)·수종(水腫) 등의 증상에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처방은 오갈피산·오갈피환·유전산(油煎散)·영양각탕(羚羊角湯)·오갈피척탕[五加皮脊湯] 등이 있다. 민간에서 근피를 달인 물에 밥과 누룩을 혼합하여 만든 오갈피술을 요통약으로 먹기도 한다. 최근 소련에서 오갈피나무와 유사한 가시오갈피나무가 인삼보다 좋고 산삼에 버금가는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뒤부터 이 나무가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가시오갈피나무는 극동지방에 분포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북부지방에서 난다. 소련에서는 이로써 우주인의 식량을 만든다고 하며, 추출물을 고가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수입하여 캡슐·타블렛·드링크 등 여러 가지 약품을 만들어 시판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익생양술대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