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사는 부모들에게 대학생이 되는 자녀는 마냥 기특한 존재가 아니다.
가끔은 ‘돈 먹는 귀신’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녀의 대학 합격 기쁨은 잠시, 그 뒤 6개월마다 날아오는 등록금 고지서에 부모는 등골이 휜다.
혼자 힘으로 등록금 마련을 해보겠다며 휴학을 밥 먹듯 하는 자녀를 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서글프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생들의 학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학자금 정보를 미리 잘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대출기준이 강화돼 심사에서 떨어지는 신청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과 이자 지원 확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재학생이나 입학 예정인 대학(원)생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단 성적 70점(100점 만점) 이상, 12학점 이상 이수자, 신용등급이 8등급 이내여야 가능하다. 신청자에게는 매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최대 100만원), 보증료(대출 기간에 따라 대출 금액의 1~3%) 등이 대출된다. 개인별로 보면 학부생은 4000만원, 대학원생 6000만원, 전문대학원생 9000만원으로 한도 차이가 있다. 대출금리는 평균 7.5% 수준.
대출금은 10년 거치·10년 분할상환하면 된다. 남은 학업연수에 따라 최대 10년간은 이자만 납입하고, 졸업 후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으면 된다.
학자금 대출은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이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학생의 대출이자 전액을 국가가 대신 내주는 무이자 대출 대상이 소득 하위 2분위(연소득 1813만원 이내)에서 다음 학기부터는 소득 하위 3분위(연소득 2384만원 이내)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소득 1~3분위까지는 이자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4~5분위는 대출이자 중 4%를, 6~7분위는 1.5%를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연소득 4685만원 이상이거나 대학원생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평균 대출금리는 4.5%인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최수태 국장(교육선진화정책관)은 “특히 올해는 지난해 1학기부터 올 1학기까지 대출받은 학생이 부담하는 이자의 10%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해줘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더욱 낮아졌다”며 “취업을 못한 졸업생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현역 사병으로 군복무를 할 경우 군복무기간 동안의 대출이자 납입을 유예받을 수 있다. 군 입대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생기는 이자연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지난 7일 출범한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기금을 설치해 장기 저리로 학자금 대출을 해주고, 무상장학금 지급도 확대하며, 학자금을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담과 정보를 제공한다. 최 국장은 “그래도 학자금 대출이자가 기대 수준보다 높으므로 저리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대출이자도 지금보다 약 1~1.5%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등록금 목돈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 카드 납부제와 분할납부 횟수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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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는 근로장학금도 늘려
일하면서 학비를 마련하려는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늘었다. 그동안은 전문대 학생에게만 지원을 하다 올해부터 대학까지 확대됐다. 학생들은 전공 관련 시설, 예컨대 창업보육센터 등의 산업체, 공공기관, 실험·실습시설 등에서 일할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 저소득층 대상 지원사업 등 비전공 시설에서도 가능하다. 한국장학재단 장학상담센터 이상권 팀장은 “재학 중 전공 관련 및 다양한 직업세계를 체험해 졸업 후 현장 적응력이나 취업 능력도 함께 키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재학생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 선정해 지원한다. 신청할 때 본인 혹은 가족의 경제적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팀장은 “예산이 지난해 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어 총 4만 명의 학생이 근로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급액도 연간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교내 근로의 경우 시간급 지원금액은 6500원, 교외시설 및 전공산업체에서 일할 경우 9000원을 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무상장학금 지급
올해부터 학부생 전원에게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무상장학금이 지급된다. 지난해까지는 2학년 재학생까지만 지원됐다.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이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올해 지난해 예산보다 3배 이상 늘어 5만2000명의 학생들에게 연간 450만원씩 지원된다. 2학기부터는 차상위계층 대학생 6만6000명도 무상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일정 성적과 학점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신입생 및 재입학생은 고교 내신 이수과목 2분의 1 이상이 6등급 이상, 또는 수능 3개 영역(언어수학외국어)이 6등급 이상 수준이어야 한다. 재학생 및 복학생은 직전 학기 12학점 이상 이수자로 성적이 100점 만점의 80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성적이나 자격 요건이 충족되면 졸업 때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등록금 전액에 대해 다른 교내·외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제외된다.
최 국장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렵더라도 실력이 있고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정부의 무상장학금이나 교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저이자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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