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에는 2017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현 롯데상사), 서울사료 등 10여 개 국내 기업들이 콩, 옥수수 등을 위주로 연간 약 6만t의 곡물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소량의 국내 반입 물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곡물은 러시아 내수 판매를 해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연해주서 수확한 곡물을 국내로 들여와 팔지 않을까? 분명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생산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물량만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롯데 측의 첫 국내 콩 반입도 '연해주 두부' 제조용으로 허가가 났고, 연해주에 대규모 농장을 가진 서울사료 역시 2013년 옥수수 3,000여t 반입을 시작으로 자체 축산사료 제조용으로 들여오고 있다. 생물자원 전문 이지바이오그룹의 자회사인 서울사료는 지난 2008년 연해주에 1만5,000여 h의 농지를 임대해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연해주산 작물의 수입이 제한적이다 보니, 5~6년전에는 연해주 동북아평화기금과 사회적 기업 '바리의 꿈'에 관한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됐다. '바리의 꿈'은 연해주에서 수확한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국내에서 판매해 왔는데, 농림부로부터 직접 사용하는 조건으로 유기농 콩의 국내 반입 허가를 받았으니, 콩 가공식품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제시된 아이디어가 두유, 두부, 자동 무동력 콩나물재배기, 콩국수 가루, 발효콩, 콩 요구르트 ... 등등이었다.
대통령직속 북방위원회는 회의를 가질 때마다 농업분야의 북방진출 방안 논의를 빠뜨리지 않는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사를 설치했다. 스마트팜와 첨단 농기계 등의 북방 진출도 필요하고, 우리 농수산물의 러시아권 수출도 화급하지만, 우리의 잠재 '식량 창고'인 연해주 농장의 활성화 방안도 적극 모색했으면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2007~2008년의 곡물가격 급등 사태를 거론하며 '식량 안보'를 강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