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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thyroid cancer)에 대한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껏 암으로 분류되어 왔던 갑상샘 종양(thyroid tumor) 중 하나가 '암이 아닌 것'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소모적인 갑상샘암 검진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결정 하나가 추가된 것으로 생각된다.
1. 이것은 암이 아니다
한 국제 의사위원회가 지금껏 암으로 분류되어 왔던 종양 중 하나를 '암이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 질환의 등급을 공식적으로 낮추어, 수천 명의 환자들로 하여금 갑상샘을 잘라내고, 방사성 요오드로 치료받으며, 여생 동안 정기적으로 검사받지 않아도 되도록 해 줬다. 이 모든 행동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종양'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려던 것이었다.
국제 의사위원회의 결정과 근거 데이터는, 지난주 목요일 《미국의사협회지 종양학(JAMA Oncology)》에 실렸다. 이번 재분류는 미국에서 매년 발견되는 약 65,000명의 감상샘암 환자 중 약 10,000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것은 또한 다른 형태의 암들(예: 유방과 전립샘의 특정 병변)을 재분류하자고 주장해 온 사람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보인다.
이번에 재분류된 종양은 갑상샘에서 발견되는 작은 덩어리(small lump)로, 섬유조직의 피막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것이다. "그 종양을 구성하는 세포의 핵(nucleus)은 마치 암세포의 핵처럼 보이지만, 세포들은 피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경우 갑상샘 전체를 제거한 후 방사성 요오드로 치료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유해하다"라고 위원회는 말했다. 그들은 그 종양의 이름을 바꿔, 「유두갑상샘암종의 피막 소포 변형(EFVPTC: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 대신 「유두양 핵 특징이 있는 비침윤성 소포성 갑상샘 신생물(NIFTP: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샘암종(carcinima)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이다.
2. 만시지탄(晩時之歎)
많은 암 전문가들은 이번 재분류 결정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유방, 폐, 전립샘에서 발견되는 작은 병변들의 등급을 낮추고, 병명에서 '암'이라는 말을 빼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초기 요로종양(urinary tract tumor)과 20여 년 전 초기 난소 및 자궁경부 병변의 이름을 바꾼 것 외에, 갑상샘 전문가들 말고 장고 끝에 재분류를 단행한 집단은 없었다.
"사실, 병명 바꾸기는 거꾸로 진행되어 왔다. 과학적 증거는 정 반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라고 미국 암학회의 CMO(chief medical officer)인 오티스 브롤리 박사는 말했다. 유방에서 발견되는 전암성 미세 덩어리는 영단계암(stage zero cancer)으로 알려져 왔고, 작은 초기 전립샘 병변은 암성 종양(cancerous tumor)이라고 불렸다. 한편 초음파, MRI, CT는 점점 더 많은 미세암을 찾아내 왔다. 그중의 끝판왕은 갑상샘 결절(thyroid nodule)이었다.
"암이 아니라면, 암이라고 부르지 말자"라고 미국 전림샘협회장 당선자이자 메이요 클리닉의 교수인 존 C. 모리스 박사는 말했다. 모리스 박사는 이번 재분류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중에서 상당수가 암의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웬만한 병변을 무턱대고 암이라고 부를 경우,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유해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미 국립 암연구소의 암예방 파트를 이끄는 바넷 S. 크라머 박사는 말했다.
미국의 주요 메디컬센터에서는 피막 갑상샘 종양(encapsulated thyroid tumor)을 가진 환자 중 상당수를 이미 덜공격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갑상샘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국의 일반 병원과 다른 나라의 병원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상례'라고 한다.
"암이라는 단어에는 문제가 많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격적 치료를 하게 된다"라고 콜로라도 대학교의 갑상샘암 전문가인 브라이언 R. 호건 박사는 말했다. 호건 박사는 이번 재분류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3. 누군가 총대를 메어야 한다
감상샘 종양을 재분류하려는 움직임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피츠버그 대학교 병리학과의 유리 E. 니키포로브 박사가 절친한 친구인 외과의사로부터 '19세 여성의 작은 갑상샘 종양에 대해 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종양은 피막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고, 종양을 포함한 갑상샘엽(葉)은 진단을 확립하기 위해 잘라낸 상태였다.
지난 10년 동안 니키포로브 박사는 병리학자들이 비침윤성 종양(noninvasive tumor)을 암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는 것을 예의주시하며, 그 이유를 '드문 케이스' 탓으로 돌렸다. 드문 케이스란 '종양이 피막 밖으로 나온 환자가 공격적 치료를 받지 않아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 이 케이스에 바짝 긴장한 의사들은 '특정 세포(암세포의 핵처럼 보이는 핵을 가진 세포)로 구성된 종양들'을 마치 암인 것처럼 모조리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 발견한 젊은 여성의 스토리는 니키포로브 박사를 경계선 밖으로 몰아냈다. 그는 외과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종양은 매우 낮은 등급의 종양(very low grade tumor)이야. 그러니 아무런 치료도 할 필요가 없어." 그러나 그 외과의는 실무지침에 따라 이렇게 응수했다: "이 여성의 갑상샘을 전부 제거한 다음 방사선 요오드로 치료해야 해. 그리고 평생 동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해야 해."
그러자 니키로포스 박사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치료할 필요가 없어. 누군가 총대를 메고, 광란의 질주를 중단시켜야겠군."
4. 종양이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리하여 니키로포브 박사는 국제 전문가위원회를 꾸렸는데, 위원회의 구성원은 24명의 저명한 병리학자, 2명의 내분비학자, 한 명의 외과의사, (암 진단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아는) 한 명의 정신과학자, 한 명의 환자였다. 위원회는 전세계의 여러 의료기관에서 200건의 사례를 수집한 후,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한 그룹은 '종양이 섬유피막 안에 국한된 경우'였고, 다른 그룹은 '종양이 섬유피막을 이탈한 경우'였다. 모든 위원들은 "현행 기준에 따르면, 모든 종양들이 암으로 분류된다"는 데 동의했다. 모든 환자들은 최소한 10년 동안 관찰되어 왔는데, 피막에 국한된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종양을 채취한 후 치료를 받지 않았다.
분석 결과, '피막 안에 머무는 종양을 가진 환자들'에게서는 10년 동안 암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막을 이탈한 종양을 가진 환자들' 중 일부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앓았는데, 그중에는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구의 요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암(癌)과 비암(非癌)을 구별하는 기준은 「핵의 특징(nuclear feature)이 존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침윤(invasion)이 존재하느냐 마느냐」이다"라고 니키포로브 박사는 말했다. "종양이 피막 안에 국한되어 있는 환자들은 예후가 매우 양호하므로, 갑상샘절제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방사선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으며,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그런 종양이 암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의사위원회는 10개의 다른 이름들을 제출받아가며 투표를 거듭했다"라고 위원회 멤버이자 하버드 의대부속 메사추세츠 안이과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 Infirmary)에서 갑상샘 및 부갑상샘 수술을 지휘하는 그레고리 W. 랜돌프 박사는 회상했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NIFTP(니프트-P)를 낙점했는데, 그 이유는 - 부분적으로 - 이니셜이 기억하기 쉬워서였다. "갑상샘종양을 재분류하여 이름을 새로 붙였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갑상샘의 작은 결절을 '악성 아님'으로 판정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랜돌프 박사는 말했다.
랜돌프 박사와 동료들은 《Thyroid》에 기고한 사설에서, 전세계에서 8개의 선도적인 전문가협회가 재분류와 새로운 이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NIFTP를 마치 침윤암인 것처럼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환자에게 아무런 해(害)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1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5. 과거에 잘못 진단한 건 어떻게 할 텐가?
니키포로브 박사는 이번 연구의 공(功)을 환자들에게 돌렸다. "재분류된 종양(NIFTP)을 보유한 환자에게 '당신은 암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준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자료를 제공해준 환자들 자신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과거에 잘못 진단한 건 어떻게 할 텐가?
그는 피츠버그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동료들과 함께 진료기록과 병리학 보고서를 검토하여, 과거의 NIFTP 환자들을 확인하여 그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그는 매년 50~100명의 NIFTP 환자들이 피츠버그 대학교 메디컬센터를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의사의 도덕적 의무다. 그들은 더 이상 병원에 들러 정기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오진으로 인해 인생에 드리워진 암의 그림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라고 니키포로브 박사는 말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