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하는 魂 (28)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

[다사랑]

공명하는 魂 (이케다 SGI 회장 대담록)

제28회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

▶ 앙드레 말로

프랑스 작가, 미술평론가. 1901년 11월, 파리 출생. 21세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로 건너가지만 모국이 행하는 식민지 정책에 의문을 느껴 독립운동을 지원.

그 뒤 중국에서도 혁명운동의 동란을 목격하고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복자’ ‘왕도’ 등을 저술했다. 특히 중국혁명을 무대로 한 ‘인간의 조건’에서는 ‘공쿠르상’을 받았다.

또 스페인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하에서의 레지스탕스를 통해 ‘희망’ ‘알텐부르크의 호두나무들’을 출판. ‘행동하는 작가’로서 부동의 평가를 얻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드골 대통령의 곁에서 정보부 장관, 문화부 장관을 역임. 이케다 SGI 회장과 나눈 두차례 회견은 대담집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으로 발간되었다. 1976년 11월 타계.

위대한 물음만이 위대한 인생을 만든다

“저는 이번으로 일본을 네 번째 방문하는데 이번에 가장 뵙고 싶은 분이 이케다(池田) SGI 회장이었습니다.”

1974년 5월 18일,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 씨가 SGI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세이쿄신문사에 찾아왔다. ‘모나리자’전의 프랑스 정부특파대사로서 일본을 방문했다.

“갑작스럽지만 먼저 창가학회의 활동은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단도직입.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확인하려 한다. 그 예리한 눈빛으로.

지금까지 일본의 많은 요인과 만났지만 “의례적인 만남일 뿐 솔직함이 없었습니다” 하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케다 회장은 일본인치고는 매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러한 인간입니다.”

SGI 회장이 답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법(佛法)을 생활에 그리고 현실사회에 맥동시켜 평화와 문화의 가치창조를 위해 반영하는 점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프랑스문학자 구와바라 다케오 씨는 ‘위대한 실천자 두 사람의 대화’라고 대담을 평가했다.

당연히 SGI 회장은 ‘실천자’로 유명하고 말로 씨 또한 행동에 행동을 거듭하며 인간이 나아갈 삶의 방식을 물어 작품으로 발표했다.

‘20의 인생을 산 남자’라 불렸다. 1901년, 20세기와 함께 태어나 ‘마차에서 우주선까지 단 한 세대 안에서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인도차이나의 밀림에서 유적을 탐사했고, 중국혁명 동란의 목격자가 되었고, 스페인내전에서는 국제의용군 비행대장으로서 출격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베르제 대령’이라는 이름으로 나치스를 향한 레지스탕스(저항운동)에 가담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드골 정권의 문화대사로서 세계를 누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인도의 네루 총리 그리고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과 만났다.

일본을 네 차례 방문한 말로 씨는 일본의 미와 정신에 조예가 깊었다. ‘심취’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저는 일본이 바로 새로운 인간형성의 전형상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나라라는 신념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한 말로 씨가 SGI 회장에게 깊은 관심을 품은 것도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최대의 민중조직을 이끌고 인간주의 사상을 사회에 넓혀 ‘현실의 힘’을 보유하기에 이른 불교지도자.

그 사상은? 그 운동의 방향은? 세계의 앞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가?

솔직한 대화는 핵문제와 유엔의 역할을 비롯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자기보다 스물여섯 살이나 젊은 SGI 회장에 대한 말로 씨의 기대는 줄곧 변하지 않았다.

토인비 박사와 새긴 추억을 말하는 SGI 회장에게 “(토인비 박사는) 역사가라는 의미에서는 과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와는 달리 이케다 회장의 경우는 미래를 위해 손을 쓰고 계십니다” 하고 말했다.

SGI 회장이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자 이렇게 답했다. “창가학회처럼 인간형성의 운동에 진정으로 힘을 보태면 그리고 일본인의 형성을 결의한다면 이는 인류에게 하나의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SGI 회장이 파리에 오실 때 저도 파리에 있다면 또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고 재회를 바랐다.

그 기회는 1년 뒤에 찾아왔다. 1975년 5월 19일. 이번에는 SGI 회장이 파리의 남쪽 교외, 빌리에르에 있는 말로 씨의 자택을 방문했다.

대담의 주제 중 하나는 ‘사람은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맡는가’였다.

‘현대는 결단부재의 시대’고 역사를 향한 책임을 자각한 정치 등을 잃어버렸다. 50년 뒤 정치가라는 존재는 멸하고 말 것이라고 말로 씨는 잘라 말했다.

때로는 미래를 향한 깊은 회의에 빠지는 말로 씨에 대해 SGI 회장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민중애와 평화를 향한 정열 그리고 정신혁명의 가능성을 내뿜듯이 말한다.

말로 씨도 그것을 인정했다.

“일찍이 유럽에 기독교가 일으킨 정신혁명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불교가 일으키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말로 씨가 이렇게 물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입니다. 당신의 눈에는 인간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게 보입니까.”

실로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SGI 회장은 답했다.

“인간 그 자체의 삶의 방식, 그 주체인 인간 자신이 어떻게 하면 변혁할 수 있냐는 점입니다”

“인간의 존귀함은 그 무한한 가능성에 있다고 믿고 거기에 일체를 걸고 그것을 규범으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말로 씨의 눈이 빛났다.

“기대합니다.”

이 두 차례 대담은 이듬해 1976년 8월, 대담집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으로 결실을 보았다. 그 3개월 뒤, 말로 씨의 부고가 세계에 알려졌다.

훗날 부인 마드레느 여사가 말로 씨가 손수 쓴 원고와 화집 등 많은 귀중한 유품을 증정해 주셨다.

“일본인으로 남편과 대담한 분은 정말 한정된 분들뿐입니다. 이케다 회장은 남편의 존귀한 우인입니다” 하고 말했다.

말로 씨의 유산은 말로 씨가 남긴 ‘대답’보다도 ‘물음’을 계속해서 발했다는 사실 안에 있다.

SGI 회장은 대담을 돌아보며 이렇게 썼다.

“지금 사회가 소생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안이한 기성의 해답이 아니다. 전 생명을 건 ‘위대한 물음’이며 ‘위대한 물음’에 끝까지 산 구도의 진지함이지 않을까.”

그 도전은 21세기를 향한 책임질 청년에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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