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초등학교
남호섭
남해바다 보길도에 가면 보길초등학교가 있는데요. 사백 년 된
예쁜 정원하고 나란히 붙어 있지요. 돌담이 갈라놓았지만 멀리
서 보면 그냥 거기가 거기 같아요. 담이 얼마나 야트막한지 넘어
가려면 누구라도 슬쩍 넘을 수 있어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런 시 구절 들어 봤나요? 그 정원의
주인이 지어 부른 노래예요. 옛날에는 시가 다 노래잖아요. 연못
에 배 띄우고 여럿이 어울려 이 노랠 불렀대요. 예쁜 정원에서
신선이 돼서 놀았대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문을 연 지 백 년 가까운 보길초등학교,
얕은 담을 넘어오는 노랫소리. 아이들은 그 노래를 다 알아요.
그래서 이야기하는 건대요. 담을 넘은 아이들은 신선을 보기도
했대요. 동네 아저씨 중에도 초등학생 때는 신선을 봤다는 사람
들이 많아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뱃놀이를 하고 있더래요. 나무 뒤에 숨
어서 자기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된대요. 어떤 아이는 점심시간에
잠깐 넘어갔다 왔는데 학교가 벌써 끝나 있고, 어떤 아저씨는 시험
보는 날 아침에 넘어갔다 돌아와 보니까 일주일이나 지났더래요.
소리 내서 따라 해 보세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남해바다
보길도, 보길초등학교가 보일 거예요. 야트막한 돌담도 보일
거예요. 누구라도 슬쩍 넘을 수 있어요. 참, 그 담을 넘어갈 땐
꼭 혼자라야 해요.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윤선도(1587-1671)가 지은 시 「어부사시사」의 후렴구.
노젓는 소리를 흉내 낸 말.
- <어린이와 문학>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