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1차 태국 칸차나부리 트래킹(2024.3.21.-25)
2024년 해외 등반은 태국 칸차나부리를 다녀오는 여정이었습니다. 거의 평지뿐인 태국에서 북쪽의 칸차나부리는 산악지대라서 태국의 색다른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청주공항에서 22일 저녁에 출발하여 밥 늦게 방콕의 돈무앙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방콕의 A-One 호텔에서 1박하고 다음 날 칸차나부리로 이동하여 죽음의 계곡열차 타기, 콰이강의 다리와 전쟁박물관, 그리고 스카이 전망대, 선상 식사와 노래방을 즐기고, 다음날은 7개의 보석같은 폭포가 있다는 에라완 국립공원 트래킹, 코끼리 타기, 땟목 타기, 야시장 구경 등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날은 세계 최대라는 불탑, 나콘파돔 채디를 보고, 소핑 두 곳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마사지, 그리고 방콕을 출발하여 25일 아침 청주에 도착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호텔과 식사가 아니었을까요? 특히 2박을 한 콰이강변에 있는 그림 같은 리조트형 호텔은 너무 좋았습니다. 멋진 수영장까지 갖추어져 있었지만 바쁜 일정으로 수영을 하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아침에 호텔 뒤의 콰이강변을 산책하는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는 식사도 참 좋았습니다. 아침은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먹었고, 이틀 동안은 칸차나부리 지역에서 현지식으로 먹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22일 콰이강변에 있는 멋진 음식점이었는데, 먹다보니 음식점이 배가 되더군요. 배만 되는 것이 아니라 노래방까지 되어서 정말 흥겨운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음치라 부르지 못했지만, 제가 소문으로만 듣던 신순식 가수의 노래를 듣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뒤지면 섭섭해할 왕년의 가수 지망생 김찬식 대원의 노래도 일품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색다른 선물을 안겨주신 분들이 있었는데, 정영숙 회장 사모님과 그 친구들 네분이 바지와 셔츠에 머플러까지 세트로 맞춰 입고 나와서 무슨 공연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에 질세라, 박은옥 대원의 빨간 치마는 무도회를 열어도 될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치마 하나 머펄러 하나인데 이렇게 분위기를 바꾸다니 놀랍더군요. 더구나 빨간 치마가 멋있다고 했더니 ‘만원짜리’라고 하는데 겸손한 척하는 건지 누구 약 올리는 건지 헷갈렸습니다. 어떤 이는 비싼 걸 입어도 멋이 나지 않는데, 어떤 이는 싸구려를 입어도 멋있어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작은 배려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콰이강의 다리라고 하면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모습은 대단한 기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철도을 연상하게 되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냥 우리 미호천을 가로지르는 수준의 평지의 강을 가로지르는 철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작은 전쟁 박물관은 그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을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더구나 그 윗층은 무슨 패션 관으로 만들어서 더욱 전쟁에 목숨을 바친 분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7개의 보석 같은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엄청난 폭포를 상상했었는데, 정말 너무나 작은 폭포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할 때마다 엄청 큰 기대를 하게 되지만 막상 실물을 보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어느 정도 실망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실망하는 체험 자체도 여행의 소중한 의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해외여행에는 가이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 가이드(특히 한국인 가이드)는 문제가 많습니다. 가이드는 그 나라의 자연, 정치, 문화, 풍습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문화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여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이드들은 다 아는 이야기나 하나마나한 잡담이나 지껄이는 것이 고작입니다. 이번 여행 가이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이드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가이드가 그렇게 된 데에는 여행자의 수준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해외 여행자 대부분 여행하는 목적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디에 가보았다는 자랑, 가본 기념사진 찍기가 목적이기 때문에 가이드가 씨잘데 없는 소리를 하게 되고, 그런 씨잘데 없는 농담을 듣고 같이 히히닥 그리고 좋아하니 그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니 이런 것을 제가 불평한다고 고쳐질 리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요.
쇼핑문화도 마찬가집니다. 쇼핑하러 가면서 차 안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을 제가 듣기에는, “오늘 쇼핑가는 가게는 바가지 씌우는 곳입니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것으로 들리던데, 사람들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가 보지요. 우리 관광객이 언제 가이드가 하는 말의 참뜻을 알아듣는 수준이 될지 답답합니다. 우리나라 관광객의 수준이 그들이 그런 짓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가 매번 그런 곳에 끌려가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작은 옥에 티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을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가이드에 관한 문제는 이번 여행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우리 여행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여행 중에 총무님이 챙겨주는 간식, 어느 분인지 몰래(?) 가져온 플라스틱 병의 소주, 누가 사주었는지 기억에도 없지만 야시장에서의 현지식 빈대떡, 망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두리안, 식사때마다 가져온 고추장을 나누어주는 분, 그리고 또 거금을 여행경비로 쾌척하신 회장님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이번 여행을 행복한 여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하고, 회장님, 총무님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금년 해외여행은 참 멋진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총장님 피곤하실텐데 이렇게 빠르게 일지를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자랑하고 싶은 말씀은
역시 이번 여행 중에도 하나님은 우리편 이셨습니다. 현지는 요즘이 우기라하여 많은 염려를 했는데. 날씨는 우리일정에 마춤이었습니다. 강가에서 저녁노을이며 해넘이까지 멋지게 보았습니다. 더욱더 감사함은 50여명의 일행모두가 건강하게 다녀왔습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많은 회원들이 함께여서 행복했던 여행이였습니다.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였는데
벌써 여행기를 거뜬히 멋지게 올려주셨네요.
부지런하신 총장님
읽을면서 다시보는 순간들...
이제 어느때보다도 순간들이 소중한 우리들이죠
지나고나면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입니다.
또 행복한 여행을 꿈 꾸며 ...
세세하게 올려주신 여행기 고맙습니다.
회장님,총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회원들께서 건강하고 보람있는 여행하신 것 같아 좋습니다. 함께 하진 못했지만 총장님의 재미있는 여행기와 많은 분들이 올려주신 추억의 사진들을 보면서 칸차나부리의 이모저모를 간접 경험하네요. 여독 잘 푸시고 다음 산행에 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