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 앞에서
이명희
노숙도 오래 하면 경지에 이르는가?
치켜올린 눈초리에 염화미소 머금은 채
절벽을 타는 저 묵시
뉘라서 헤아릴까
알 수 없는 묵직한 힘에 마음을 빼앗긴 채
천방지축 찌든 안위 선 채로 소원하는
온몸을 꿰뚫는 전율
구석구석 불을 켠다.
불심佛心은 가득 채우라는 것이 아니라 텅 비우라는 허심虛心이다.
돌벽을 파서 새긴 불상인 마애불은 염화미소를 머금었다.
그 앞에서 찌든 마음을 부처님 앞에 공양처럼 바치는 심정, 자신을 내려놓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고요히 정신의 불을 켜는 시인의 인내와 기도를 보면서
순연한 마음을 본다.시인은, 석벽에 새겨진 마애불이 노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작가는 불가의 허심에 닿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2023년 봄호 [현대시조]에서 마음을 내려놓은 아름다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 시조시인 남진원
첫댓글 잘 감상합니다.
좋은 작품, 좋은 평 늦었지만 잘 읽었습니다.
감상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