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독자엔진 시대가 활짝 만개하고 있다. 해외 메이커의 엔진 설계를 들여와 차를 만들던 기술 후진국의 현대차가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엔진들로 무장해 세계 무대를 휘젓고 있다. 소형 알파엔진에서부터 대형 타우엔진까지, 또한 최근 현대차 파워트레인의 대표주자인 GDI 엔진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의 엔진은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80년대에만 해도 꿈만 같았던 ‘엔진 국산화’의 열망은 이제 활짝 만개하고 있다. 현대차 엔진의 역사를 정리한다.
현대차가 독자엔진 개발에 나선 것은 1983년부터다. 당시 한국의 자동차 기술 수준은 ‘모방’ 에 머물러 있었다. 그나마 엔진 관련 기술은 전무한 상태였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로 엔진을 비롯한 주요 기술을 일본 미쓰비시에 의존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생산하고는 있었지만 기술후진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나마 무역마찰이 심해지면서 기술이전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독자 엔진 개발에 나서기로하고 1983년 9월 신엔진개발계획을 세웠다. 선진국의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주의에 대비해 엔진과 변속기의 독자모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기업생존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첫 독자개발엔진인 알파엔진>
현대차는 이에따라 1984년 파워트레인연구소를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설립하고 그해 6월 영국 리카르도사와 기술협력 계약을 맺었다. 독자 엔진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 계획이 결실을 맺은 것은 1991년이었다. 5년 6개월 동안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알파엔진을 개발해 낸 것. 1.5리터급 소형 엔진이었다. 102마력의 1,500cc N/A(Natural Aspiration) 와 129마력의 1,500cc T/C(Turbo Charger) 등 2기종으로 개발된 알파엔진은 세계 유수메이커의 엔진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엔진과 함께 개발된 알파 트랜스미션도 국내 최초로 트랜스미션과 케이스를 일체형으로 설계해 강성 증대 및 소음감소를 실현했다.
현대차는 1991년 4월 알파엔진 생산공장 준공식을 갖고, 알파엔진을 탑재한 스쿠프 생산을 본격화했다. 알파엔진 개발은 한국의 자동차 역사에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 기술 자립의 시금석이 되는 엔진이어서다.
<베타엔진>
이후 현대차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1994년에 1.8/2.0 리터급 베타엔진과 변속기, 1997년에는 0.8/1.0리터 경차용 입실론 엔진을 개발하고 당시 아토스에 탑재했다. 이어 기존 엔진 대비 10% 이상 연비향상이 가능한 린번 엔진을 개발해 엑센트와 아반떼에 장착했다.1998년에는 중대형 승용차인 EF쏘나타와 그랜저XG에 탑재한 20.~2.7 리터급 V-6형 델타엔진과 3.0/3.5 리터급 시그마엔진을, 1999년에는 에쿠스에 탑재한 4.5리터급 V-8형 오메가 엔진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경차급에서 대형차급에 이르는 가솔린 엔진 풀 라인업 독자모델 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는 2004년 중형급 엔진인 쎄타 엔진을 개발하면서 엔진 개발에 있어 세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현대차가 46개월의 독자 연구개발끝에 쏘나타(NF)에 장착된 직렬 4기통 2,000㏄와 2,400㏄ 세타엔진은 고성능, 저연비, 정숙성, 내구성, 친환경성을 갖춰 해외 업체로부터 엔진을 도입해 생산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기술을 이전하고 총 5,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았다.
세타엔진의 특징은 고성능ㆍ저연비ㆍ정숙성ㆍ친환경성으로 요약된다. 가벼운 알루미늄 엔진블록과 가변식 흡기 밸브(VVT:Variable Valve Timing)를 적용, 연비 효율이 높고 엔진 진동을 줄여주는 핵심 장치인 밸런스 샤프트를 사용해 정숙성도 뛰어나다.
타이밍벨트에 반영구적인 금속 재질로 된 체인을 사용하고 배기관 재질을 스테인리스로 채택해 내구성을 높였다. 흡배기 역전 시스템과 촉매장치 성능을 향상해 배기가스도 낮춰 환경 친화적이다.세타 2,400㏄ 엔진은 최대 출력 164㎰/5,800rpm, 최대 토크 22.7㎏ㆍm/4,250rpm를 자랑한다.
이후 현대차는 기존 쎄타 엔진에 출력과 연비를 대폭 개선한 쎄타Ⅱ엔진을 개발했으며, 새롭게 개발한 2.0 쎄타 TCI 엔진을 제네시스 쿠페에 적용했다.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된 2.0 쎄타 TCI(Turbo-Charger Intercooler) 엔진은 고효율의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시스템, 흡배기 가변밸브 타이밍기구(DCVVT : Dual 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오일 쿨링젯, 반영구적 타이밍체인 시스템 등을 적용해 최대출력 210ps, 최대토크 30.5kg∙m, 0→100km 도달시간 8.5초의 폭발적 파워로 거듭났다.
2.0 쎄타 TCI 엔진은 터보차저 엔진의 단점인 가속지연(Turbo Lag)을 최소화해 고속 영역의 동력 성능을 최적화하고 인터쿨러를 차량 전방으로 배치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해 파워 넘치는 드라이빙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켰다.
2005년에는 그랜저에 적용된 람다엔진과 뮤엔진이 등장했다. 람다․뮤 엔진은 대형차에 요구되는 정숙성, 내구성 및 친환경성을 갖춘 현대차의 차세대 대형 주력 엔진이다. 3,300cc 람다 엔진은 6기통 DOHC 방식에 최고출력 233ps/6,000rpm, 최대토크 31.0kg․/3,500rpm으로 최고의 동력성능을 자랑하며, 9.0km/l 의 1등급 연비를 실현해 고효율, 저연비를 실현했다.
2,700cc 뮤 엔진 역시 6기통 DOHC, 최고출력 192ps/6,000rpm, 최대토크 25.5kg∙/4,200rpm, 9.4km/l 의 1등급 연비를 자랑한다.
두 엔진 모두 가변흡기시스템 및 가변흡기밸브타이밍기구를 적용해 저/중속 상황에서 토크의 개선은 물론 모든 회전수 영역에서 동력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알루미늄 엔진블록 등의 엔진 경량화 및 부품 고강성화로 고효율, 저연비를 실현해 기존 엔진 대비 6~9%의 연비개선효과를 가져왔다.
2008년, 현대차는 람다엔진을 기반으로 해서 후륜구동타입의 람다엔진을 개발해 제네시스에 탑재했으며, 스포츠카용 고성능 엔진인 V6 3.8 람다 RS 엔진을 개발해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했다. V6 3.8 람다 RS 엔진은 현대차 엔진라인업 중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용 고성능 엔진으로, 별도 설계 및 튜닝을 거쳐 최대출력 303ps, 최대토크 36.8kg∙m, 0→100km 도달시간 6.5초의 뛰어난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V6 3.8 람다 RS 엔진은 엔진 사운드 튜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역동적이며 중후한 엔진 사운드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럽 현지의 사운드 개발 전문가들과 합동으로 미세한 튜닝을 거쳤다. 공회전 시에는 엔진이 정지한 것처럼 조용하다가 엑셀 페달을 밟는 순간 터지는 웅장한 엔진 사운드는 가장 큰 매력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초대형 승용엔진인 4.6ℓ의 타우 엔진을 개발해 제네시스 수출용 모델과 기아차의 모하비 가솔린 모델에 탑재했으며, 신형 에쿠스에도 적용됐다.
<타우 5.0 GDI 엔진>
타우엔진은 현대기아차가 북미시장을 겨냥해 지난 2005년부터 약 4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8기통으로는 국내에서 첫 독자 개발했다. 타우엔진은 380마력의 고출력을 보유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6초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엔진 개발을 위해 렉서스, BMW, 벤츠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보유한 동급 엔진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벤치마킹은 물론 한계 내구시험과 다양한 도로•기후조건에서 엔진 및 실차시험 등을 거쳤다. 타우엔진이 보유한 특허만 해도 국내 출원 177개, 해외 출원 14개에 이를 정도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특히,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Wardsauto)가 선정하는 美 10대 엔진에 3년연속 선정됨으로써 엔진 전 라인업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R 2.2 엔진>
현대차는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유럽환경기준인 유로 5기준을 만족시키는 차세대 승용디젤엔진의 개발에 성공했다. R엔진은 고성능, 저연비, 친환경성을 만족시키는 배기량 2리터급 (2.0 및 2.0 리터) 차세대 친환경 디젤엔진으로 싼타페, 투싼,쏘나타 등에 적용되고 있는 2리터급 승용디젤엔진을 대체하게 될 예정이다. R엔진의 출력은 2.2리터의 경우 200마력, 2.0리터는 184마력으로, BMW(2.0리터, 177마력), 벤츠(2.2리터, 170마력), 도요타(2.2리터, 177마력) 등 경쟁사의 승용디젤엔진을 압도하고, 큰 폭의 연비향상으로 경제성을 높였다.
R엔진에는 동급 세계 최고의 성능을 지닌 엔진답게 최첨단 신기술들이 적용됐다. 특히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가 공급하는 1800기압의 고압 연료 분사 방식인 제3세대 피에조 인젝터(Piezo-electric injectors) 커먼레일시스템과 고효율 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적용으로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효율적인 연료 사용으로 연비도 기존 동급 엔진에 비해 대폭 향상됐다. 이밖에도 자가진단기능의 전자제어식 가변 터보차져(E-VGT), 엔진 직장착 산화촉매 및 디젤 매연필터, 급속 예열 기능, 엔진 리사이클링을 고려한 플라스틱 재질 등이 적용돼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유로5 배기 규제 및 국내 수도권 저공해차 규제치를 만족시켰다.
현대차는 R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3년 6개월 동안 500여대의 엔진 시제품과 400여대의 시험 차량을 통해, 다양한 도로 여건 및 기후 조건에서 차별화된 실차시험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최첨단 고성능 엔진에 걸맞는 내구신뢰성과 품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