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 엠코타운 더 프라하'라는 제법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 공사현장, 여기서 늘 눈에 보이는 풍경이 남강건너 산줄기인데 진양호 이후 강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내내 강의 우안을 따라 아기자기한 높이의 봉우리들이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 정면 7부능선 쯤에 위치한 약수암이 가보고 싶었다.
오전11시가 되면 종소리도 나고 목탁소리도 들리던데...그 소리가 어서 오라고 불러대는 듯.
오늘 아침엔 그 약수암을 찾아 나선다.
06:00 숙소를 출발해 희망교 앞 간이공원의 화장실에서 채비를 갖추고 다리를 건넌다.
(숙소에선 화장실이 사용중이라...)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편에 쎌프주유소가 있는데 거길 왼쪽으로 돌아가니 강으로 내려가는 비포장길이 나오고 약수암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듯한 고요한 강변길을 이렇게 이른 아침에 달려보는게 참으로 인상적이다.
더군다나 혼자서.
그렇게 강변길을 따라 1.5Km가까이 달리고 나니 댐쪽으로 향하던 길이 없어지고 왼쪽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으로 변한다.
여기서 약수암까지 높이차 100m, 길이는 완산칠봉 정도 되려나?
급경사길을 차곡차곡 뛰어서 올라가 절에 들어서는데 스님인듯한 분이 거의 내복차림으로 지팡이를 집고 경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신데...스님이???
아, 그 실망감이란...!
스님들의 일과는 해뜨기 전부터 시작해 초저녁에 마무리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스님 맞습니까?
스님이 아닙니다.
그럼 여긴 절이 아닙니까?
절이 아닙니다.
요즘 개콘에서 유행하는 '멘붕스쿨'의 '갸루상'코너가 생각이 난다. 이런...
스님을 만나면 합장을 하며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여지없이 무너지며 도망치듯 절입구에서 발길을 능선쪽 계단으로 돌린다.
철계단에 이어 나무로 보강된 계단길을 올라가다보니 갑자기 길이 양쪽으로 훤~하니 뚫리고 말로만 들었던 능선길이 나왔다.
이정표가 쓰여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진양호 물박물관, 2.5Km인지 2.6Km인지?
그쪽으로 발길을 돌려 평탄하고 안락한 길을 달린다.
길이 좋은 데는 건지산이나 석갑산처럼 넓직하니 좋지만 산과 산이 이어지다보니 경사가 심한 곳도 몇군데 있고 또 때로는 좁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산길치곤 노면이 양호한 상태라 산책은 물론이고 산길달리기를 하기에도 좋을 듯.
숙소~희망교 7'49"
희망교 건너 약수암까지 15'34"
약수암~능선길 2'28"
능선길(약수암~물박물관) 21'53"
박물관 주차장 주변 2'17"
진양호~숙소 21"36" [총1:11:40]
진양호 물박물관은 지난번 진주마라톤대회때 출발지점인데 나중에 시간 내서 따로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주차장만 휭~하니 둘러보고 시간이 쫒겨 댐을 내려간다.
어린이교통공원을 지나고 판문동과 평거동의 경계를 따라 나 있는 진양호로를 달려 숙소에 이르니 7시20분, 샤워를 하면서 냉수로 체온을 낮췄지만 한동안 땀이 그치질 않고 계속 쏟아져 나온다.
34℃대에 이르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터라 낮동안에는 볕을 쐬는 것이 불화로에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이 다 빠져서...에궁!
퇴근 후에는 사무실에 남아 뭉게며 기온이 조금이라도 더 떨어지기를 바래다보니 7시20분을 넘어선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나마 인라인도 타기가 힘들것 같길래 서둘러 차를 몰고 어린이교통공원으로~
어제보다는 한결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속도 또한 한단계 높혀서도 코너링이 부드럽고...
'이제 좀 뭔가가 안정된 것 아닌가!'싶은 마음에 고무되던 터에 문득 왼발을 보니 안쪽으로 잔뜩 기울었다.
가능한 바깥엣지를 쓰는게 좋다고 했는데 이게 반대라니...
많이 타면 탈수록 몸에 익으며 편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틀을 잡아가며 성장하기란 결코 쉬운게 아니다.
8시50분까지 인라인을 타고 숙소행.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아침에도 충분히 뛰었으니 운동은 이것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