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정경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안 유 섭 목사 (아르케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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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正經)이라 함은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권위를 가진 말씀으로 인정하여 사용하는 성경(聖經)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경(Cannon)은 척도, 규칙, 법도라는 뜻의 헬라어 κανών(카논)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본래는 갈대(Reed)를 뜻하는 히브리어 ה(카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이란 용어를 기독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AD 325년의 니케아 공의회에서 아타나시우스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그 이후 라틴 교부들에 의해 정경은 그리스도인이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삼아야 하는 하나님의 권위로써 인정된 지금의 성경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유대교의 히브리 정경은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구약 39권과 내용은 같지만, 배열 순서가 다르며 권수는 24권으로 되어있다. 그 차이는 기독교의 구약의 배열과 권수는 70 인역(Septuagint)을 따르고 있으나, 히브리 정경 24권은 유대교의 랍비의 전통을 따라서 정해졌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구약 성경의 정경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직후부터였다. BC 440년경 당시 포로 귀환을 영도한 종교 지도자 에스라는 이스라엘 민족이 멸망한 이유를 하나님의 율법을 보존하지 않고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절감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또다시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받지 않으려면 율법을 비롯한 하나님의 말씀을 잘 보존하여야한다고 주창하였다.
에스라의 노력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 구약의 정경화 작업은 계속적으로 시도되었으며, 마침내 AD 90년경에 얌니아에서 열린 유대 학자들의 종교회의에서 역사적으로 히브리어 정경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경을 확립해야할 필요성은 현재 정경으로 인정된 책들 외에 외경(外經)과 위경(僞經)으로 불리는 많은 책들이 그전부터 정경과 함께 읽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경에서 제외되어야 할 책들을 명확하게 해둠으로써 더 이상의 혼란을 막음과 동시에 정경으로 정한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히브리 정경은 ךנת(타나크)라고 하는데 율법서인 הרות(토라)와 예언서인 םיאיבנ(네비임) 그리고 성문서인 םיבוּתכּ(케투빔)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머리 글자를 모아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히브리 정경은 지금의 성경책들이 처음부터 한꺼번에 정경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고, 역사를 두고 조금씩 편입되어 결국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된 것이다. 에스라 시대에 최초로 정경이 된 것은 율법서이고, 그 다음 예언서가 편입되었으며, 성문서는 맨 나중에 정경이 되었다. 토라(율법서)는 소위 모세 오경(五經)으로 불리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다섯 권을 가리킨다. 토라는 구약 성경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어야하는 책이었으므로 매우 중요시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제일 먼저 정경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선지서(先知書) 또는 예언서라고 하는 네비임은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과 열왕기와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그리고 한 묶음의 소선지서를 포함하여 8권으로 되어있다. 보통은 역사서로 불리는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과 열왕기가 네비임으로 분류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율법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율법 시대 이후 가나안에서 정착하여 후에 왕국을 이루고 멸망하기까지의 모든 시대를 예언의 시대로 보기 때문이다. 곧 예언자들이 나타나 율법을 해석하여 삶에 적용시켜 주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사무엘과 열왕기는 상․하로 구분하지 않고 각각 한 권씩으로 하며, 소선지서 12권을 묶어서 한 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전체 권수(卷數)가 24권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다음, 성문서(成文書)라고 하는 케투빔은 시편, 잠언, 욥기, 아가서, 룻기, 애가, 전도서, 에스더, 다니엘, 에스라(느헤미야 포함), 역대기의 11권으로 되어있다. 역시 역대기는 상․하의 구분 없이 한 권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히브리 정경은 율법서 5권, 예언서 8권, 성문서 11권으로 모두 24권인 것이다. 성문서는 주로 문학적, 교훈적 가치가 높은 시가를 비롯하여 지혜서와 역사서로 이루어져 있다. 성문서는 정경에 포함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시가서는 예수님 당시까지도 정경으로 인정되는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후 랍비들의 계속된 수집 노력으로 AD 1세기에 가서야 비로소 정경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책들 중에서 히브리 정경으로 확정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제각각 설명하고 있다. 랍비들의 전통에 의해서라는 견해도 있고, 오래된 문서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며, 히브리어로 씌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율법서에 일치 여부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모두 편파적인 견해로서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근거는 성경 자체의 내증(內證)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어떤 성경이 하나님의 성령의 영감에 의해 기록된 말씀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언하고 있으며, 그것이 조작되지 않고 역사적으로 진실된 기록이라면 정경이 됨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인간의 손으로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을 신앙의 표준으로서 정경으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