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여관에 대하여
대본에 엄청난 애정을 갖지 않는 이상, 60pg 분량의 대본 전체를 배역 모두의 입장에서 깊이 공감하고 분석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연출과 조연출의 역할이기도 하겠지만, 함께 팀으로 꾸려진 배우진들 또한 어느 정도 유기적으로 극 전체에 빠져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비중이 높을수록. 나의 경우에는 이번 주 대면 리딩과 블로킹 등을 다같이 함께 하며 조금 더 극 전체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세세한 내용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나를 포함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대본 몰입도가 점점 늘어가는 모습이 보여 배우 일원으로서 기쁨을 느낀다. 또한 황색여관이라는 대본이 매우 완성도가 있는 휼륭한 대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개인의 개성에 대한 고찰
전업이든 취미이든 배우라면 자기가 살아온 삶과 평소 습관, 어투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연기해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연출께서도 고민을 하고 배역을 주셨겠지만, 배역이 최종 연극 날 자연스럽게 숙달되어 구현되는 것은 배우의 몫이 크다. 이는 참 어려운 문제인데, 개인의 개성과 극중 인물 그 자체의 개성 속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일을 다들 함께 해 나가고 있는 것이 연습 중 보인다. 뜬금없게 들릴 수 있지만, 각자의 '균형'을 찾는 것은 삶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극에서도 배우들이 자신의 개성과 극중 인물의 개성 속에서 알맞는 균형을 찾는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일례로 송강호 배우나 장혁 배우, 황정민 배우 등 많은 배우들이 어떤 배역을 맡아도 비슷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아는데, 그럼에도 이들이 유명하고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어느정도의 균형을 잘 찾았고, 그것이 불편하게 보이지 않도록 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연극반의 정기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실감
가끔씩 이 공연에 참여한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 각자 다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누구도 이 동아리에 강제로 들어온 사람이 없고 이 공연에 강제로 참여한 사람도 없다. 3주 가량 남은 이 공연은 이번 겨울방학 동안 우리의 일상의 강물에 큰 돌이 던져진 것이고, 그 파동이 모두에게 크게 퍼져나가길. 오로지 자기 의지로 참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공연을 휼륭히 해내고 났을 때, 그리고 그 전에 함께 팀으로 연습하고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갖는 의미는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더 휼륭한 호흡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경북대라는 학교의 거대(!?) 동아리인 연극반의 주요 활동들 중에서도 가장 규모 있는 정기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계속 새롭게 실감하며,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후 일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연극반의 주요 활동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 경북대가 폐교하는 그날까지.
은수에게
MBTI 끝자리가 매우 p인 나는 갑자기 아침에 은수가 뮤지컬 연습 때 했던 노래(술래가 되면)가 듣고 싶었고, 단톡방에 물어봐서 유투브로 열심히 찾아 여러 번 들었는데, 신기한 건 소강당에서 처음 은수 버전으로 들었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지난번에 어쩌다가 형호랑 은수랑 노래방에 갔을 때 은수가 윤종신의 '오래된 그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그 때 소감으로 은수 목소리가 되게 슬프고 애달프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배우를 꿈꾸고 있는 은수가 자신의 목소리와 연기력이 그런 개성과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현장감의 차이(유투브와 소강당)도 물론 있겠지만, 정말로 나는 그때 그 은수 버전을 한번 더 듣고 싶을 정도로 감동을 느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첫댓글 "경북대가 폐교하는 그날까지"
I second that
완호 ㅠㅠㅠ 고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