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마을에 가면 자매처럼 지내는 다섯 어르신이 계신다.
그중에도 귀가 안 들리는 어르신을 챙겨주고 살펴주는 왕언니 같은 어르신이 있다.
처음 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얼굴에 어르신 다운 근엄한 표정이 서려 있어 멋있다고 느꼈었다.
하루는 방문했을 때, 따님과 손녀딸이 와 있었다.
인사드리고 어르신 혈압을 재어드리려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ARS음성이 들리자 식탁에 앉아 있던 손녀 딸이
‘할머니~ 녹음된 목소리 들리는 그런 전화 오면 바로 끊어 버려’라고 몇번 반복해서 말하였다. 보이스피싱을 염려해서 그런 듯 하였다.
어르신 얼굴에 살짝 당황한 표정이 서렸다.
어르신께 혈압약 드셨는지 여쭙고 손목에 혈압측정기를 둘렀다.
어르신은 따님에게 나를 소개해 주셨다.
‘평소에 도움을 많이 받아, 여는 버스도 자주없지~ 농협갈때도 태워주고 혈압약도 타다 주고’ 라고 말씀하시며 복지사를 세워주셨다.
‘저야말로 어르신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동네 어르신들 중에 귀가 잘 안들려서 설명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는데, 어르신에게 애기하면 전달도 해주시고 연락도 해 주셔서 제가 더 도움받고 있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나가면 우리 엄마 점잖다는 말 많이 듣는다‘라고 말씀하시며 따님 얼굴이 밝아지셨다.
’지난번에 서경병원에서 약이 바뀌었을때도 어르신이 동행해서 약을 바꿔온 적도 있지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할 수 없어, 잘 안들리니까 약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이틀을 먹었다하지, 혼자 가서 안들리니까 바꾸어 오지도 못하고‘라고 말씀하시며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따님에게 전하셨다.
한동네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살다보니 서로의 성격도 습관도 알고 있고 생일도 기억하시고 살림살이도 훤히 다 아신다.
혼자되신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의논하시는 모습이 친자매 이상이다. 지금처럼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감악마을 다섯자매 어르신을 오래 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21년 4월 7일 수요일, 이송아
첫댓글 다섯 어르신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어르신의 가족들은 아마 어르신의 중요한 역할을 모르고 계실 듯 한데 저렇게 대화 속에서 어르신의 역할을 알게 되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최고지요?
그래서 둘레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악마을 다섯자매! 꼭 독수리 오자매 같네요^^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챙겨 주시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관계를 잘 활용하시는 모습도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