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꽃나무의 말
정영숙
누군가 내 꿈자리에 들어와 말을 건다. 언 꽃잎마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가. 아니 무어라고 말을 했는데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쏜 고무총에 맞은 참새마냥 갑자기 지푸라기 덤불 위에 쓰러지던 슬픈 눈동자. 옥양목 흰 저고리 앞섶이 피로 물들고, 파닥이는 깃털의 체온이 손바닥에 남아 눈도 뜨지 못하고, 깊은 우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우물벽 돌 틈에 끼어 핏물 끈적이는 이끼가 되고, 방 천장까지 붉게 솟구치는 붉나무.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 채워지는 방. 온몸이 젖어 눈을 떴을 때 그는 사라지고 알아듣지 못한 말만 남았다. 알아듣지 못한 그 말은 요령처럼 먹먹하게 귀를 울리던 중음신中陰身의 말이었나. 그 말은 삼월이 와도 꽃몽오리 맺지 못하는 저 덤불 속 죽은 꽃나무의 말인가.
<약력>
정영숙(鄭英淑)
아호; 나라(那羅), 경북 대구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3년 시집 『숲은 그대를 부르리』로 등단.
시집 『지상의 한 잎 사랑』, 『물 속의 사원』,『옹딘느의 집』, 『하늘새』, 『황금 서랍 읽는 법』, 『볼레로, 장미빛 문장』, 『나의 키스를 누가 훔쳐갔을까』 『함제미인』 9권과
활판시선집 『아무르, 완전한 사랑』,
명화 산문집 『여자가 행복해지는 그림 읽기』가 있음. >
<제 4회 목포문학상 본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경북일보문학대전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 수혜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회원,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 시터 동인
E-M: narac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