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주님께서
악인의 사슬을 끊으시고,
나를 풀어주셨다.
[시편 129:4]
순례의 길은 기쁨과 고난이 교차하는 길이다.
밭을 가는 농부가 밭을 갈아 고랑을 내듯 원수들은 시인의 등을 갈아서 고랑을 길게 낸다.
그러므로 고랑이 상징하는 바는 고난이며, '악인의 사슬(4)'이다.
밭을 갈면 '고랑과 이랑'이 생긴다.
이랑은 위로 솟은 부분으로 이랑에 모종을 심는다.
고랑은 파인 곳이다.
밭은 고랑과 이랑의 조화를 이통해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인간은 아픔을 통해서 성장한다.
'통과제의'를 통해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이 된다.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의 조언은 고난의 의미를 왜곡한다.
원수들,
악한 자들의 횡포로 인한 고난은 견뎌내야하는 고난이 아니다.
그런 류의 고난은,
견뎌야하는 것이 아니라 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다시는 원수나 악한 자들이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시인은 기도한다.
주님께서 개입하시어 악한 이들을 수치스럽게 하기를,
그리하여 자라기도 전에 말라버리는 지붕 위의 풀 같은 신세가 되기를,
지나가는 이들에게 저주받기를.
순례자는 이 기도가 반드시 응답될 것임을 믿고 울퉁불통한 순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시편 129편은 '하나님께 보호를 구하는 기도'다.
하나님은 의로운 자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시지,
악인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시다.
악인들도 기도한다.
의로운 자들보다 더 간절하게, 경건하게 기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는 헛된 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