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한문학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 거제 굴조개를 칭송하다>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石花)은 특히 남성에게 이롭다고 한다. 굴은 예로부터 ‘천연의 정력제’로 명성이 높다. 서양에서는 ‘오래 사랑하려면 굴을 먹어라’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성(性)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굴을 양껏 먹게 했더니 절반 이상 효과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굴의 강장효과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정력을 높여 주는 미네랄인 아연이 어패류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있고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풍부해 성적 에너지가 넘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굴은 여성에게도 3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 첫째, 피부에 좋다. 동의보감은 ‘굴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둘째, 빈혈을 예방한다. 굴 8개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철분(혈액의 원료)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셋째, 골다공증을 막아준다. 뼈,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이 쇠고기의 8배나 들어 있다.
○ 그래서 이번 지면에는 거제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2016년 작품인 칠언고시(七言古詩)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를 소개하겠다. ‘거제 굴조개를 칭송하다’라는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는 총 12구(句)의 칠언고시다. ‘향기로운 맛(香味)과 건강에 유익한(補益) 석화는 손님 접대에 최고이며, 굴조개 맛에 향기가 목구멍에서 피어나고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고 칭송했다.
◉ 한편 거제도 900리 바닷가를 둘러싸고 있는 굴(석화)은, 우리네 정서 언저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예로부터 언제나 자리매김하고 있다. 굴 껍데기 속에는 부드러운 몸체가 있으며, 아가미는 음식물을 모아 위에서 소화하고 안쪽의 내전근으로 껍질을 여닫는다. 굴은 익혀서 먹기도 하지만 생으로도 먹는데, 중세 유럽에는 미약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굴은 보통 참굴을 말하며 굴조개라고도 부르는데 이매패류에 속한다. 한자어로는 모려(牡蠣)·석화(石花, 石華)·윤화(輪花)·굴(掘, 屈)·여합(蠣蛤)·모합(牡蛤)·운려(雲蠣)·고분(古賁) 등으로 표기한다. 굴껍질은 여방(蠣房)이라고 하고, 굴알은 여황(蠣黃)이라고도 한다. 한자어 석화(石花)는 ‘돌에서 핀 꽃‘이며, 모려(牡蠣)는 ’남자에게 좋은 굴조개 또는 굴껍질‘, 모합(牡蛤)은 ’남자를 위한 조개’라는 의미이다.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선사시대 조개더미(패총)에서 많이 출토되었다. 이로써 수천 년 전부터 이 땅 선조들의 식용으로 이용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며, 바닷가 사람들의 모태 젖줄, 생명의 원천이었다. 거제도에는 현재, 굴젓(石花醢)·굴구이·굴탕수육·굴무침·굴쭈꾸미·굴죽·굴전·굴튀김까지 식성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굴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7도에서 생산되었고, <전어지> <자산어보> 등 형태에 대한 기록이 있다.
○ 고려시대, 1123(인종1)년에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그림을 곁들여서 기록한 책인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 백성들이 해산물을 잘 먹는다. 미꾸라지, 전복(鰒), 조개(蚌), 진주조개(珠母), 왕새우(蝦王), 문합(文蛤), 붉은 게(紫蟹), 굴(蠣房), 거북이 다리(龜脚), 해조(海藻), 다시마(昆布)는 귀천 없이 잘 먹는데, 구미는 돋우어 주나 냄새가 나고, 비리고 맛이 짜 오래 먹으면 싫어진다. 고기잡이는 썰물이 질 때에 배를 섬에 대고 고기를 잡되, 그물은 잘 만들지 못하여 다만 성긴 천으로 고기를 거르므로 힘을 쓰기는 하나,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적다. 다만 굴과 대합은 조수가 빠져도 나가지 못하므로, 이를 아무리 주워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 예전에 “어부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는 최고였다. 동의보감 원문 내용 중, 모려(牡蠣)편에는 "꿈에 헛것과 성교하면서 정액이 나오는 것과 정액이 절로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모려를 불에 달구어 식초에 담겼다 내기를 일곱 번 반복한 후 가루 내어 식초를 두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 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번에 50알씩 소금 끓인 물로 빈속에 먹는다. 이것을 고진환(固眞丸)이라 한다“했다.
○ 참고로, 거제시 거제면은 조선후기 거제읍치가 있었던 유서 깊은 고장인데, 거제도만의 굴젓의 전통을 지키며 옛 맛을 이어오고 있다. 깨끗이 씻은 싱싱한 석화를 재료로 하여, 쌀뜨물에 3~4일 삭혀 부뚜막에서 발효시킨다. 소금은 맛을 살리기 위해 아주 조금 넣고 채로 쓴 무와 마늘 통깨 고추와 쪽파를 더해 그 맛을 배가시키고 난 후, 이틀 정도 숙성시키면 거제도 특유의 거제굴젓이 탄생한다.[KBS ‘한국인의 밥상‘ 참고]. 거제굴젓은 숙취해소와 부족한 혈기를 왕성하게 만들어 준다. 전국 어느 굴젓보다 독특한 향내와 감칠 나는 최고의 입맛을 자랑하는 거제굴젓은, 우리 거제도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녹아내린 최고의 식품이다.
● 다음 ‘寒’ 운목(韻目)의 칠언고시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는 거제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2016년 작품이다. ‘거제 굴조개를 칭송하다’라는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는 총 12구(句)의 칠언고시(七言古詩)로써, ‘설한의 손님 접대에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 석화(石花)다. 또 향미(香味) 보익(補益)에는 석화가 최고다(香味補益石花完). 먹어보면 향기가 목구멍에서 피어나고 굴조개 맛에서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고 소개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차가운 겨울 손님 접대엔 석화(石花) 만한 음식이 없다. 철망 위에서 석화구이를 해 먹으면 요란스레 꽃 물결이 일고 진한 향기가 가득하다. 원래 굴은 바다 돌과 바위에 꽃 모양으로 엉겨 붙어 있다. 서로 마주 보고 먹으면 기쁨이 절로 생겨나 웃음이 나온다. 향기로운 맛에 건강에 유익한 음식은 석화뿐인지라, 식탐이 절로 솟구친다. 삼키면 목구멍에서 향기가 피어나고 그 맛에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 / 고영화(高永和 1963~)
雪寒娛客無餘餐 추운 설한의 손님 접대엔 더할 나위 없는 음식,
柔和脆膚白沫散 부드럽고 온화한 연한 살에 흰 물거품이 흩어진다.
轟煎爐鐺花浪起 화로 위 철망에서 요란스레 타는 꽃물결이 일더니
爛咀齒頰津香漫 입안에 자지러진 환한 맛에 진한 향기 가득하다.
凝作石巖鏤作花 엉겨 붙은 돌과 바위에 꽃을 박아 꾸몄으니
潮回空羨石花闌 썰물로 드러난 갯벌엔 돌꽃이 한창이라,
相對哺食一笑昈 서로 마주해 먹으며 한번 환히 웃어보면
爭奈懷中日多歡 마음속에 날로 기쁨이 많아져 어이할꼬.
香味補益石花完 향미(香味) 보익(補益)에는 석화가 완전하다하여
食醢膾炙慾心單 굴젓과 굴회 굴구이 먹을 욕심뿐인지라,
老饕飫嚼香生喉 탐해 실컷 먹으니 향기가 목구멍에서 피어나는데
牡蠣味懷起萬端 굴조개 맛에서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
[주1] 회자(膾炙) :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칭찬(稱讚)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傳)해지는 것.
[주2] 향미(香味) 보익(補益) : 향기로운 맛과 건강에 유익하다.
◉ 조선후기 문신 동계(東溪) 박태순(朴泰淳, 1653~1704)의 「가지 반찬에 굴젓(石花醢)이 어우러지면(茄子菜和石花醢)」 오언고시에서, 창자와 위가 부드럽고 편해진다고 가지(茄子) 굴젓(石花醢)의 맛을 칭찬했다. “굴을 항아리에 소금에다 절여 놓으면 봄이 지나면 맛이 달라진다. 가지를 찢어 그 젓갈에 넣으면 시고 짠맛이 섞여 달고 담백하다. 이내 먹어보니 역시 절로 즐거워지며 좋은 맛이 이내 곱절로 아우러진다. 산과 바다의 진귀한 맛(산해진미)이다.(和塩置甕缸 經春味不改 剝茄棲其醢 甜淡和酸醎 單喫亦自佳 兼之美乃倍 山珍與海腴)”
옛날에는 갯가 사람들이 굴을 따서 항아리에다 젓갈을 담았다. 울안밭(남새밭)에서 기른 가지를 찢어 굴젓갈에 넣으면, 시고 짠맛이 섞여 달고, 담백한 두 가지 맛이 참으로 오묘하고 맛있다. 생강과 계피를 더해도 되나 없어도 그만이다.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나 모두 쉬이 얻을 수 있고 창자와 위가 편안하고 삶아 먹어도 그만이었다.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는 굴젓이 겨울 내내 최고의 입맛 돋우는 반찬이었다. 중국 왕개(王愷)는 산모의 젖을 먹인 돼지구이를 즐긴다지만, 이 맛을 어찌 알겠는가? 요리의 대가인 역아(易牙)도 가지굴젓의 음식을 모를 만큼 맛나고 좋은 맛(珍佳味)이다.
◯ 해산물을 절대 날로 먹지 않는 서구인이 유일하게 생(生)으로 즐기는 어패류가 바로 굴이다. 굴은 아무 때나 먹는 것은 곤란하다. 영국에선 ‘단어에 R자가 없는 달엔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굴의 산란기(5월~8월)엔 되도록 굴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이 시기의 굴은 살이 적고 맛이 떨어지며 상하기 쉽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베내루핀)가 잔류할 수 있어서다. 가을, 겨울에 채취한 굴이 봄, 여름의 굴보다 좋다고 여긴 것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조상은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일본인은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않는다. 굴 철 때가 되면 탱글탱글 싱싱한 굴이 입맛을 자극한다. 굴은 초고추장에 콕 찍어먹어야 제맛이지만 굴전, 굴무침, 굴국, 굴밥 등 그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자연산 굴은 돌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성장이 늦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입을 닫고 먹이 활동을 멈춘다. 그러나 양식 굴은 다르다. 깊은 바다에 심어둔다.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 금방 자란다. 11월이면 이미 채취가 가능한 크기로 자라 있다. 그리고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나는 굴은 타우린과 글리코겐 등 영양이 풍부해 1년 가운데 그 맛이 가장 뛰어나다.
◯ 굴밥은 쌀에 굴을 섞어 지은 밥이고, 굴은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생활인들이 쉽게 채집할 수 있었던 식량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굴은 오늘까지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식품으로 애용되어 왔다.
고려시대의 가요인 〈청산별곡(靑山別曲)〉 중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海草〕 구조개(굴과 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라는 구절은, 굴이 당시 서민들에게 접근하기 쉬웠던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조선조 중엽에 허균(許筠)이 쓴 ≪도문대작 屠門大嚼≫에 동해에서 나는 큰 굴을 둥근굴〔輪花〕이라고 하여 맛이 달다고 하였으며, 함경도 고원과 문천에서 나는 굴은 매우 크나 맛은 서해 것만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굴을 먹는 방법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대개 날로 먹었고, 굴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즉, 조선시대의 음식관계를 다룬 ≪음식디미방≫·≪규합총서 閨閤叢書≫·≪증보산림경제 增補山林經濟≫ 등에는 굴을 날로 먹는 방법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 굴밥에 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요록(要錄)≫에는 굴로 죽을 끓인 석화죽법(石花粥法)이 기록되어 있어 굴로도 밥을 지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요즈음에는 별식으로 즐겨 먹고 있다. 굴밥은 먼저 쌀을 씻어 안쳐 한소끔 끓을 때 생굴을 넣어 뜸을 들인다. 쌀밥에는 없는 철·구리·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가 풍부하여 영양적으로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