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14
천자문131
동봉
0445갑옷 갑甲
0446장막 장帳
0447대할 대對
0448기둥 영楹
(정전곁에 병사문은 열려있는데)
-기둥에는 장막들이 아름다워라-
0445갑옷 갑甲
첫째 천간 갑甲으로도
친압할 압甲으로도 새깁니다
친압하다는 말은 그림씨形容詞로서
버릇없이 너무 지나치게 친한 것입니다
어근은 '친할 친親 익숙할 압狎'이지요
친압하다고 표현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갑옷 갑甲 자로 새깁니다
갑옷
몸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
딱지
껍질
첫째/으뜸/우두머리
손톱
아무개某甲
첫째 천간
갑질하다
싹트다 따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껍질이 있는 씨앗이 새롭게 싹이 트면서
아직은 씨앗 껍질을 뒤집어 쓴 모양입니다
씨앗이 싹 틀 때 싹이 먼저 돋고
이어서 잔뿌리가 뻗기 시작합니다
이 갑甲 자를 거꾸로 놓고 보면
씨앗의 껍질에서 돋아난 여린 새싹 모습이
완벽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불교의 천도의식문 가운데
<구병시식문救病施食文>이 있습니다
<전시식문奠施食文>
<관음시식문觀音施食文>
<화엄시식문華嚴施食文>과 더불어
너무나 잘 알려진 시식문입니다
'구병시식문'은 글자 그대로 아픈 이를 위해
차, 과일, 떡, 나물, 메, 물, 전, 과자 등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7마리 말과 짚을 썰고 흰콩 섞은 여물과
금전 은전 등 동전을 준비한 뒤
남귀男鬼, 여귀女鬼와 책주귀신責主鬼神
곧 빚쟁이 귀신을 초대하여 모십니다
그리고 시식단 한가운데
초면귀왕 비증보살마하살을 모신 뒤
배고픈 신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의식문입니다
이 때 초면귀왕焦面鬼王은 누구며
비증보살悲增菩薩이 누구입니까
중생을 구제하려 불 속에도 뛰어들어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기에 초면귀왕이며
자비가 워낙 크기에 비증보살마하살입니다
다른 이름은 동진同塵보살인데
화광동진和光同塵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정성을 다해 배불리 대접하는 만큼
환자에게 묵은 빚이나 원한 관계가 있다면
다 풀어버리고 어서 떠나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 이 <구병시식문>에
동방의 갑을신甲乙神이 등장합니다
동방갑을청색신東方甲乙靑色神
남방병정적색신南方丙丁赤色神
서방경신백색신西方庚辛白色神
북방임계흑색신北方壬癸黑色神
중방무기황색신中方戊己黃色神
오방신五方神들을 낱낱이 다 청합니다
이 오방신들 가운데
동방은 갑甲의 신과 을乙의 신입니다
갑과 을에 해당하는 신은
오행五行으로는 목木에 속하고
계절은 봄에 속하며
색깔은 파란 색입니다
때는 새벽에 속하고
명절로는 정월 초하루 설에 속하며
행성Planet으로는 목성木星에 속합니다
오성五聲은 부름呼에 속하고
오음五音은 각角에 속하며
오장五臟은 간에 속하고
오부五腑는 쓸개에 속합니다
오체五體는 힘줄筋에 속하고
오지五志로는 노여움에 속하며
손가락은 집게손가락食指에 속하고
오관으로는 눈에 속하며
느낌으로는 시각에 속하고
체액으로는 눈물에 속합니다
맛 중에는 신맛에 속하고
냄새에서는 누린내에 속하며
기운으로는 힘줄 기운이고
영화榮華로는 손톱에 속하며
신령스러운 짐승으로는 청룡에 속하고
가축 중에서는 개에 속하며
벌레 중에는 비늘 벌레에 속합니다
비늘 벌레는 물고기, 곤충, 파충류지요
오곡으로는 모시와 삼苧麻에 속하고
과일 중에는 자두李에 속하며
나물 중에는 부추韭에 속하고
오상五常으로는 인仁에 속합니다
오경五經 중에는《시징詩經》에 속하고
오정五政은 너그러움에 속하며
오기五氣로는 바람에 속합니다
오화五化로는 태어남生에 속하고
오사五祀로는 사립문戶에 속하고
괘상으로는 진괘震卦에 속하고
성수成數로는 팔八에 속하고
오동五動으로는 꽉 움켜쥠握에 속하고
병의 위치로는 목頸項에 속합니다
이들 오행과 관련된 것 중에서
갑甲을 설명하려다 보니
을乙까지 함께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천간天干에서 갑甲과 을乙은
늘 세트로 따라다니는 짝꿍입니다
둘은 커밍아웃Coming-out한 사이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따로 떼어 놓고
하나하나 설명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나는 갑옷 갑甲이라 하면
어문학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갑골甲骨이고, 갑골문자입니다
갑골문은 인殷Yin나라나 저우周zhou나라 때
거북의 등딱지나 짐승의 뼈에 새긴 문자로
오늘날 한자의 시조始祖에 해당합니다
갑골문에서 갑甲은 거북의 등딱지고
골骨은 짐승의 뼈를 가리킵니다
이를 하나로 묶어 갑골문자라 하는데
갑골문자 내용의 대분분이
점복占卜에 관한 기록들입니다
학자들은 곧잘 얘기합니다
"이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이니까
점복을 통해 길흉화복을 점쳤다"고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첨단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점복문화가 아예 자취를 감추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은 과학이고 점복은 점복입니다
과학으로는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점성학이 더욱 성황을 이루고 있다면
내가 잘못 얘기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비록 시작 단계라 하겠지만
앞으로 머잖아 스마트폰의 자리를 넘겨 받을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앞 두고
개발업체 CEO들은 누구에게 묻는지 아십니까
미래예측학자 곧 예언가에게 먼저 묻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한 치 앞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까닭입니다
인간은 시간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두 손이 꽁꽁 묶여 대책이 없습니다
이를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 하지요
자코 반 도마엘이 2009년 9월에 개봉한
과학 영화《미스터 노바디Mr. Nobody》에서
여남은 살의 '니모 노바디'는 말합니다
"1초 뒤 내 운명이 어찌 될지 어떻게 알아?"
아무도 자신의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50년, 30년 뒤가 아닙니다
10년, 5년 뒤도 아닙니다
아니, 하루 이틀 뒤도 아니고
한 시간, 10분, 1분 뒤도 아닙니다
1초 뒤 어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0446장막 장帳
장막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피륙䌿을 여러 쪽으로 잇대어 둘러치는
그런 장막을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군의 막사軍幕나 천막을 얘기할 수도 있고
극장에서 무대를 가렸다 열었다 하는
그런 가림막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상영실에서 빛으로 쏘아줍니다
필름에 담긴 영상을 빔Beam으로
스크린Screen에 쏘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연극이나 창극처럼 즉석공연은
막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 장치가 바뀌어야겠지요
그런데 막이 내려오지 않으면
무대장치를 바꾸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관객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치의 교체를 다 보여주게 될 때
관객은 내용의 연속성에서 끊기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대의 막이
때로 가렸다 열렸다 하는 작업입니다
이 막幕과 막幕 사이를 막간幕間이라 하지요
영어로는 인터미션Intermission인데
어쩌면 인생에서도 필요한 시간일 것입니다
여기 천자문에서 얘기하는 장막은
침실 커튼Curtain입니다
치엔한우띠前漢武帝Qianhanwudi는
중국역사 속에서 가장 뛰어난 우띠입니다
치엔한우띠 리우츠어劉徹 당시에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장수의 대명사
똥팡쑤오東方朔Dongfangshuo가
한우띠를 위해 화려한 커튼을 만듭니다
최상의 보석으로 2개를 만들었는데
갑장甲帳이란 커튼 안쪽에는 신을 모시고
을장乙帳이란 커튼은 침실 커튼이라
한우띠 스스로 사용하게 됩니다
한우띠의 역사에 대한 평가는 접겠습니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며
평론가는 더더욱 아닌 까닭입니다
우띠武帝에는 여러 명이 있습니다
1. 웨이魏Wei ㅡ차오차오曹操CaoCao
2. 꾸앙光Guang ㅡ리우씨우劉秀Liuxiu
3. 따오道Dao ㅡ투어빠꾸이拓跋珪Tuobagui
4. 홍洪Hong ㅡ쭈위앤짱周元璋Zhuyuanzhang
웨이우띠魏武帝 차오차오曹操와
홍우띠洪武帝 쭈위앤짱周元璋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들입니다
꾸앙우띠光武帝 리우씨우劉秀는
치엔한우띠 리우츠어劉徹의 후손이지요
다름 아닌 허우한우띠後漢武帝입니다
장막 장帳 자는 수건 건巾이 부수이고
긴 장長 자가 소릿값입니다
간체자로는 장막 장帐 자가 있고
번체자 휘장 장賬 자와
간체자 휘장 장账 자가 있습니다
비슷한 글자로는 베풀 장張 자가 있습니다
0447대할 대對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얼굴을 맞대고 서로 마주 앉음입니다
혼잣말을 독백獨白이라 하고
두 사람이 얘기 나눔을 대화對話라 하고
또는 대담對談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대할 대對는 '마주 봄'입니다
두 사람을 넘어서면 시선이 바뀝니다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일 수 밖에요
그러기에 고정의 의미 대對가 되지 못합니다
세 사람의 얘기를 정담鼎談이라 하지요
솥은 발이 3개인 까닭입니다
어떤 이는 3사람 얘기도 대담이라 하는데
이는 대對의 뜻을 모르는 까닭입니다
그럼 3사람을 넘어서면 뭐라 하나요?
맞습니다
회담會談입니다
4사람 이상이 모여 얘기를 나눈다면
이는 대담도 아니고 정담도 아닌 회담입니다
대할 대對 자는 마디 촌寸이 부수입니다
위의 업 업业 자가 대칭을 이루지요
가운데 구결자 하丷자도 대칭을 이룹니다
아래 임금 왕王 자는 어떻습니까
역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나요?
본디 부수인 마디 촌寸 자를 빼고
왼쪽의 글자는 종鐘을 걸어두는 종틀입니다
무거운 종을 걸기 위해서는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여기서 '둘'의 뜻 대對가 된 것입니다
0448기둥 영楹
기둥 영楹 자의 부수는 나무 목木이고
찰 영盈 자는 소릿값에 해당합니다
소릿값에 해당하는 찰 영盈 자는
그릇 명皿 자 위에 무엇을 얹었습니까
이문 얻을 고夃 자를 살짝 얹어놓았습니다
이문 얻을 고夃 자를 분석하면
뒤져올 치夂에 공교할 교丂 자입니다
이문이 공교롭게 얻어진 것이고
이 이문이 그릇에 넘치기에 '가득 참'이지요
배흘림 기둥이 생각납니다
굵고 단단한 나무를 깎아 기둥을 세울 때
아래위는 약간 가늘게 깎고
중간은 굵게 깎을 때 힘을 받습니다
이른바 '아치Arch의 법칙' 때문입니다
위아래는 굵은데 가운데가 가늘다면
양쪽이 굵고 가운데가 가는 대들보와 같아
전혀 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글자 한 자 한 자마다
물리학의 법칙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05/28/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