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품 入假의 법을 파함
두 번째로는 공관으로부터 가관으로 들어가서 법을 두루 다 파하는 것인데 네 가지가 있다. 처음은 가관에 들어가는 것의 뜻이고, 두 번째는 가관에 들어가는 인연을 밝히고, 세 번째는 입가관을 밝히고, 네 번째는 가관에 들어가는 위계를 밝힌다.
(1) 가관에 들어가는 뜻
가관에 들어가는 것의 뜻이라는 것은 스스로 단지 공관으로부터 가관을 들어가는 것과, 스스로 공은 공이 아님을 알고서 공을 파하고 가에 들어가는 것이 있다. 대저 二乘의 智斷은 역시 똑같이 진여를 증득하는 것이지만 大悲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보살이라고 이름 하지 않는다.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모든 법의 진실의 法相은 二乘들도 역시 모두 증득한다. 그러나 이름 하여 부처님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만일 自行을 논한다면, 공관에 들어간다는 것도 有分[그것으로 전부라는 뜻임. 分限 또는 分齊가 있다는 말임]이다. 만약 반대로 化物[중생교화]을 논한다면 가관을 나온다는 것은 없는 것으로서, 보살은 가관으로부터 공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스스로 박착[縛著; 번뇌집착]을 파하는 것이니 범부와 같지 않는 것이며, 공관으로부터 가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남의 박착을 파하는 것이니 二乘과는 같지 않는 것이다. 有에 처하고 있어도 오염되지 않으며, 法眼이 약을 아니 慈悲로 병에 머문다. 博愛[널리 사랑함]에 한도가 없으며 겸하여 중생을 구제함에 倦怠[게으르거나 고달픔]가 없으니 마음 쓰임이 자유자재하다. 훌륭하고도 교묘한 방편이 마치 공중에 나무를 심는 것과도 같고, 또한 우러러 공중으로 화살을 쏘면 䒷[ 오늬 괄. 즉 화살의 시위에 끼게 되어 있는 부분]과 괄이 서로 버티어서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도 같다. 만일 공중에 주한다면[공중을 겸히 설하고 있는 말임], 바로 중생에 있어서는 영영 이익이 없는 것이다. 뜻[志]이 利他에 있는 것이 바로 入假[假觀에 들어감]의 뜻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