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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책임연구위원)
필자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면 주변의 어르신들이 간혹 이렇게 묻는다. 그 전동 휠체어와 스마트폰은 모두 국가에서 지급해 준 거냐고. 그리고 자기들끼리 국가에서 지급한 거라고 확신을 하고 장애인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전동 휠체어와 같은 보조 기기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는 고시 금액까지는 전액, 그 외의 일반 국민건강보험 대상자는 고시 금액의 90%까지 보험 급여가 지급되고, 그 이상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전동 휠체어 고시 금액은 2,090,000원이지만, 실제로 대부분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의 가격은 4백만 원 이상이므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50% 이상 본인 부담을 해야 한다. 고시 금액과 보험 급여 비율은 보조 기기마다 다르다. 스마트폰은 물론 본인이 구입한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보장 예산 확보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집회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지적과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반론까지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었다. 왜 이런 집회를 해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07년도에 유엔은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 보장을 위해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장애인권리협약)을 제정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에 그 협약을 비준하였다. 국내 법률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7년에 제정되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구제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법률과는 무관하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장애인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대졸 이상이 37.8%, 고졸이 37.5%로서 고졸 이상의 학력이 전체 인구의 75.3%인 반면, 장애 인구의 경우 58.6%가 중졸 이하의 교육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애인의 교육 수준이 비장애인에 비해 중졸이하는 두 배 높고, 대졸 이상은 1/3에 불과하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육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의 편의 시설이 부족하여 일반 학교 진학이 어려움, 장애인의 공교육 부족으로 인한 대학 진학의 어려움 및 입학 과정에서의 차별,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부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학교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학교가 세워진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은 장애인들이 들어오는 것이 싫다고 반대하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앞을 막는다.
교육에서의 차별 못지않게 장애인 고용에서의 차별 역시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2월 현재 국민 전체의 취업률은 60.1%이지만, 2018년도 장애인 취업률은 37%이고 중증장애인 취업률은 22.1%로서, 장애인 취업률은 비장애인의 62% 수준, 중증장애인의 취업률은 비장애인의 37%에 불과했다. 이처럼 취업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고용 과정의 차별과 학력에서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장애인 인권 보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차별과 폭력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도부터 2017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26,439건 중 장애 차별 진정이 11,425건으로 전체의 43.3%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차별 사유 가운데 장애 차별이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차별 유형별로 보면, 재화와 용역에서의 차별이 59%로서 가장 많고, 괴롭힘(11.1%), 교육(9.7%), 고용(6.2%), 사법·행정 및 참정권(5.0%) 등이다. 재화와 용역에서의 차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보 및 의사소통에서의 차별(15.1%), 시설물의 접근(건물 이용)에서의 차별(12.2%), 이동 및 교통수단 이용에서의 차별(7.1%), 보험·금융에서의 차별(6.3%)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교회 및 그리스도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인 편의 시설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체 편의 시설 설치율은 80.2%(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것을 의미하는 적정 설치율은 74.8%)인 반면, 교회를 포함한 종교 시설의 편의 시설 설치율은 78.1%(적정 설치율은 72.3%)로서 전체 설치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8년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BF)인증 제도’에 의해 2022년 3월 현재까지 10,917건이 인증되었지만, 10,000여 건 가운데 교회가 인증받은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교회가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에 무관심하다는 증거이다.
교회 건물 신축을 하면서도 여전히 계단을 입구에 만들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고,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수련회나 기도회를 간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성경이나 찬송가를 비치하지 않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나 자막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예배당의 의자는 벤치형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는 혼자 제일 앞줄, 또는 제일 뒷줄에 앉아 예배에 참여해야 한다. 강단에는 계단만 있어 휠체어 사용자는 강단에 올라갈 수 없으며, 성찬식 중에도 좁은 통로를 헤치고 강단 앞까지 나아가야 한다. 발달 장애인은 여전히 함께 예배에 참여하지 못하고 따로 예배를 드리게 하며, 발달 장애인의 세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목회자는 수련을 받아 주는 교회가 없어 목사 고시에 응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목사 고시에 합격해도 청빙하는 교회가 없어 스스로 교회를 개척하거나 장애인 대상 목회만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을까? 필자는 성경 말씀을 실내에 당당히 걸어 놓은 음식점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났고, 점심시간이라 바쁘니 다음에 오라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과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을까? 자신의 주택에 세입자로 들어오는 장애인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교회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여러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폭행을 당하고 인권 침해를 당한 사례가 아직도 많다.
이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과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 교회는 장애인의 접근 환경을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며, 교회 안에서 예배, 교육, 친교, 세례와 성찬 등 모든 과정에 장애인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는 장애인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그리스도의 같은 몸에 속한 팔이며 다리인 지체들은 형제와 자매로 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40%의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 가운데 40%가 그리스도인일 수도 있다. 지역에서 장애인 관련 학교나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의 40%가 그리스도인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모든 차별과 혐오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성차별은 장애 여성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며,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장애를 가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멈추어야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중단될 수 있다. 이렇게 장애를 포함한 모든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우리는 소수자와 함께하는 교회, 소수자와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만 한다.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에서 발행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향하여"(2022.4.27)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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