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8
"순경님, 우리 수업을 교양 필수로 할 수 없어요? 사범대 학생들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디지털교육> 마지막 시간에 일부 학생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디지털 활용에 방점을 둔 수업이 아니어서 마음 한편으로 학생들에게 미안함이 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안도감이 들었다.
비판적 사고와 문해력을 강조하며 디지털 시대를 맞아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학생들은 매주 읽고 논의했다.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성을 조금씩 깨달았다. 비판적 사고로 세상과 교육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교직 수업을 제공했는데 학생들은 인생관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래 마지막 토론글을 쓴 학생 덕분에 다른 학생들도 우리 수업에 대해 한번 더 생각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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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학 수업에 이어 2번째로 순경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사실은 들을 계획은 없었는데 막학기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교직 수업을 찾아 다녔다. 교육공학 때는 순경님의 수업 방식이 충격적이었을 뿐더러, 친한 친구들과 함께 들으니 모르는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순경님의 개인적인 주관이 강하게 느껴져 부담스러운 수업이었어서, 솔직히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이번 학기를 되돌아 보자면, 내가 느꼈던 모든 단점들이 장점으로 치환된 수업이었다. '디지털 교육'이라는 '분야' 중심적인 어휘에서 벗어나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처럼,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고 디지털 교구와 교육에 있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수업에 애정이 생겨 집중하다 보니, 어쩌면 교육공학 때 내가 느꼈었던 부담감은 사실은 부담감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의 태도 자체가 방어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번 학기에는 순경님과 여러 학우분들 덕분에 "와!"하고 놀랐던 경험도 많고, 어딜 가든, 무엇을 보든 비판적인 시각으로 최소 2가지 이상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흥미로운 습관도 생겼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한 학기 동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매주 쓰는 성찰일지와 토론은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봐도 얼마나 흥미로울까, 대학 생활 때 나는 이런 생각을 가졌었구나 생각을 하니 추억을 위한 '솔직한 일기'를 쓰는 느낌으로 기분 좋게 썼다. 디지털 교육이 필수 교직이 됐지만, 필수 교직이 아니더라도 나는 후배들에게 순경님의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온전히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다. 자기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학생들이 있고, 자주 이클래스를 들러 소통하시는 교수님이 계신다. 이런 교직 수업은 우리 학교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자부심도 느껴지는 것 같다. 필수 교양이 되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1학기 때 폭풍 같던 교육 실습을 지나며 개강 전까지도 동아리 일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한 집단을 이끄는 자리는 '리더십'이라는 자질 말고도 지녀야 할 것들이 많았다. 힘든 와중에 책도 많이 읽었고 필사도 했다.
그렇게 사람에 지쳐 있는 상태로 듣게 된 이 수업에서 여러 학우 분들과, 순경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자체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어디든지 녹아있는 '권력의 불균형'까지도. 마지막 학기를 보내지만 다른 시험 준비로 졸업을 유예할 예정이다. 순경님과 학우 분들, 학교에서 뵈면 반갑게 인사해요! 다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