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허생원과 나귀 <메밀꽃 필 무렵>에는 주인공 '허생원'과 함께 그와 정서적으로 융합하는 동물로 '나귀'를 상징적으로 등장시켜 이 소설의 예술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즉, 주인공 '허생원'의 성격이나 작품상의 효과를 위해서, '나귀'의 과거 내력이나 초월적 운명과 함께, 그 형태상의 외모나 행동의 양상까지도 유사하게 설정된 것이 그것이다. 이리하여 양자 사이엔 공통점이 있게 되며, 정서적인 융합까지도 가능했기 때문에 서정적 정감을 더 한층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설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나귀'의 목 뒤 털과 눈곱 낀 젖은 눈은 바로 '허생원'의 모습이요, 암나귀를 보고 발광한 늙은 '나귀'의 행위는 충주집을 찾아간 '허생원'의 행위와 부합되고, 단 한 번의 일로써 강릉집 피마에게 새끼를 보게 한 '나귀'의 운명은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단 하룻밤의 인연에서 동이를 얻게 된 것과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허생원'과 '나귀'의 등식 관계가 단순한 묘사 관계에 머물지 않고, 주제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원초적인 삶과 본능의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합일점을 발견하고, 거기서 인간의 참된 모습을 찾으려는 이 작품의 기본 관념과 일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