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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
생물학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 하나는 생물이 어떻게 지구 상에 생겨났는가 하는 점이다. -테일러(Gordon Rallray Taylor)'-
지구상에는 크기가 2천 분의 1mm 되는 작은 세균으로부터 높이 100m가 넘는 레드우드(redwood) 나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생물이 있다. 흰긴수염고래는 몸의 길이가 30m나 되며, 현재 지구 상에서 몸무게가 가장 큰 동물에 속한다. 또 가장 커다란 '식물'은 미국 워싱턴 주 땅속에서 서식하는 균류의 일종인데, 이들은 대략 6km의 지면을 덮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보면,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 어떻게, 어디로부터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기원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본 장에서 우리는 지구 상에 어떻게 생명이 시작되었는지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애초에 단백질이나 DNA와 같이 복잡한 생물분자들이 생성될 수 있는 어떤 원시 메커니즘이 존재하기란 극히 어려웠을 것이므로, 아무리 단순한 세포라 할지라도 우연히 저절로 생겨났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역사적으로 본 신념의 변천
고대(古代)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무생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생물들이 저절로 생겨났다는 생각에는 거의 의문을 갖지 않았었다. 이나 벼룩이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생겨나고, 진흙 속에서 개구리가 나오고, 수많은 종류의 조류(나 작은 동물 등이 연못의 물에서 발생되고, 안개 속에서 나방들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고, 과일이나 식물의 상처에서 벌레들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관찰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촌충과 같은 여러 기생충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서 저절로 생겨난다고 생각하였다. 화학의 선구자인 헬몬트(Joannes van Helmont, 1579~1644)는 바질(basil)이라는 향초(香草)가 으깨져 있는 벽돌 틈새에서 전갈이 발생되는 것을 관찰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는 또한 쥐가 만들어지는 성분도 제조했다고 하였다." 만일 우리가 밀을 그릇에 담고 헌 담요로 싸서 다락방이나 헛간에 두면 그곳에서 결국 쥐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와 같은 실험을 지금도 해 보면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똑같은 결과를 놓고 옛날 사람들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그 실험은 자연발생설의 개념을 넣어 주는 많은 실험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관찰이 여러 번 반복됨에 따라 자연발생설에 대한 확신이 더해졌다. 만약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사과에서 벌레가 생기고 진흙에서 개구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과학이 되었고, 자연발생설을 의심하는 것 자체는 더욱 이상한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었고, 17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열띤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중요한 실험을 한 사람은 이탈리아 아레쪼(Arezzo)라는 도시의 내과 의사 레디(Francesco Redi, 1626~1697)였다." 사람들은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가 부패한 고기에서 생긴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 레디는 뱀, 비둘기, 물고기, 양, 개구리, 사슴, 개, 토끼, 염소, 오리, 거위, 닭, 제비, 사자, 호랑이, 들소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동물의 고기를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그는 실험에서 수많은 종류의 고기를 사용했음에도 생겨난 파리는 똑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또한 사냥꾼들이 여름철에 파리 떼가 고기에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천으로 덮어놓는 것을 보고, 그는 파리 때문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1668년에 몇 개의 그릇 속에 고기를 넣은 후, 일부는 뚜껑을 닫아 놓고, 일부는 뚜껑을 열어 놓았다. 또 그릇을 뚜껑으로 꽉 막아 두는 대신에 고운 거즈를 덮어서 공기가 통하게 하는 실험도 하였다. 그릇에 넣어 둔 고기는 모두 썩었지만, 구더기는 뚜껑을 열어 놓아 파리가 드나들던 그릇에만 생기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고기에서 구더기가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파리가 그곳에 산란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레디의 이러한 실험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도 2세기 동안에 걸쳐서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어떤 실험에서는 두 반대 의견이 뒤섞인 결과를 나타내 보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똑같은 결과를 놓고도 연구자들의 의도와 선입견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쪽으로 해석과 결론을 끌어내기도 하였다. 그래서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자연발생설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형편이었다." 또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기생충이 어떻게 숙주 의 몸속에서 생겨나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에 왜 기생충이 만들어졌겠는가, 기생충은 하나님의 창조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애초에는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형태가 퇴화되어 이러한 기생생물이 되었다는 오늘날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자연발생설은 프랑스의 유명한 과학자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에 의해서 치명타를 얻어맞았다. 그는 미생물을 연구하면서부터 신랄한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공기는 자유롭게 통과시키지만 먼지는 걸러 내는 주둥이가 휘어진 특별한 플라스크를 사용할 경우에도 자연발생이 성립되는지를 실험하였다. 그는 물과 유기물을 함유한 배지(배양액)를 플라스크 속에 담고, 생명체의 발생을 막기 위하여 가열하고, 공기접촉은 자유로운 상태로 하고 계속 관찰하였다. 그러면서 "나의 이 실험으로 인해서 자연발생설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리라."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파스퇴르의 말은 빗나갔고, 일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생물학 교과서에는 자연발생설에 대항한 화려한 투쟁의 역사를 묘사하면서, 파스퇴르의 실험을 과학의 위대한 승리의 본보기로 언급하고 있다. 교과서에서처럼 화려하게는 보였지만, 어떻든 파스퇴르가 열띤 논쟁에서 승리하던 그 당시의 사람들의 마음속 한편에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생명체가 우연히 지구 상에 생겨났을 것이라는 진화의 개념이 이미 상당히 파고들어 있었다. 이러한 두 논쟁은 정말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파스퇴르나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이 행한 정밀한 실험을 통해서 생명은 오직 생명으로부터만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 준 반면에, 진화론자들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탄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진화에 대한 문제점은 아주 심각하다. 초창기의 자연발생설은 생명체가 죽은 유기물질로부터 생겨난다는 견해였으나(이형생식), 진화론자들은 생명체가 간단한 무기물질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자연발생). 1871년 다윈(Charles Darwin)은 "따뜻한 작은 연못'에서 단백질이 형성되고, 이것이 더욱 복잡한 변화를 겪고 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조심스럽게 후자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 자연발생설에 대한 중요한 단계는 1924년 러시아의 유명한 생화학자 오파린(A.I.Oparin, 1894~1980)에 의해 정립되었는데, 그는 단순한 무기물이나 유기물에서 점점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만들고, 그것이 여러 변화를 거쳐 나중에는 어떻게 간단한 원시생물이 되는가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것을 지지하는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고기 국물과 같은 유기물이 풍부한 물질로부터 과거 어느 한 시기에 생명체가 탄생되었다는 이론이 아주 중요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과학자들은 때때로 이러한 과정을 화학적 진화라고 불렀다.
수십 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생화학자나 분자생물학자들은 복잡한 분자구조와 고밀도의 생화학 구조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복잡한 생화학 물질들은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연발생설에 대한 중요한 반대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간단한 생물 분자들(생물 단량체)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들은 너무나 복잡하다. 몇 가지 단순한 유기분자들이 단백질이나 핵산(DNA)과 같은 복잡한 생물 중합체(biopolymer)를 형성한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지만, 이들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복잡하고 신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간단한 생물 단량체(biomonomer)들이 수백 내지 수천 개가 모여서 생물 중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즉, 단량체인 아미노산이 생물 중합체인 단백질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미노산의 종류만도 기본적으로 20개 종류로 나눌 수 있으므로 간단한 단백질 분자만 하더라도 이러한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들이 수백 개가 한데 어우러져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생물 중합체인 핵산은 수백만 개의 뉴클레오티드(nucleotides)라고 하는 단량체들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 유기물인데, 그 구조는 대단히 복잡하다. 뉴클레오티드는 그저 간단히 3가지 물질인 당(糖), 인산, 염기(基)로 구성되어 있다고 간단히 줄여서 말하지만, 염기는 다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당(糖), 인산, 염기(基) 3가지 물질이 각각 한 분자씩 연결된 것이 뉴클레오티드이고, 이 뉴클레오티드가 또 수없이 연결된 것이 핵
SA TSSTASSA-T>SSCGSSGCS뉴클레오티드(핵산의 기본 단위)
<그림 4.1> DNA 구조의 개요 왼쪽 그림은 이중나선 구조에 관한 설명. 뉴클레오티드는 P(안산)와 S(당)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A, T, G, C 염기 중 하나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이 각각의 세포에 존재한다. A는 아데닌, T는 티민, G는 구아닌, C는 시토신을 나타낸다. 또한 S는 당읍, P는 인산을 나타낸다. 2개의 나선은 염기와 염기 사이에 형성된 수소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오른쪽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음.).
산이다<그림 4.1 참고>, 생물 자체의 기본적인 유전 정보나 대사 정보들은 여러 종류의 핵산 염기서열에 암호화되어 있다. 또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고 있는 당(糖)에는 보통 디옥시리보오스와 리보오스 두 종류가 있는데, 핵산이 어떤 당(糖)으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핵산을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acid, DNA)과 리보핵산(ribonucleicacid, RNA)으로 구분한다.
1953년에 밀러(Stanley Miller)는 생물 단량체의 합성에 관한 유명한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많은 교과서에서 생명의 자연발생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계로써 이러한 실험 과정을 예외 없이 인용하고 있다. 밀러는 노벨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교의 유리(Harold Urey) 교수의 실험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일부 과학자들이 원시지구 상태에서 처음으로 생명체가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설 조건과 똑같은 조건하에서 아미노산을 합성하였다. 그의 실험은 밀폐된 화학용기 안에 메탄, 수소, 암모니아, 수증기 가스를 혼합한 후, 전기방전을 시키는 것이었는데, 수없는 반복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험방법을 개선하여 성공한 것이었다. 그 후로 단백질이나 핵산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많은 생물 단량체들이 이러한 실험을 통해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많은 생물 단량체를 합성한다. 또 이 같은 실험은 원시지구에 생명체가 우연히 생겨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의문점이 내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알칼리성 환경에서 아미노산이 만들어지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상태는 당(糖)이 합성되기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된다." 그러면서도 이 두 물질은 살아 있는 생명체들에게는 동시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아미노산의 조성에 있어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구성 원자의 개수와 종류가 같은 아미노산이라 할지라도 원자의 배열 상태에 따라서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분자가 편광면에서 회전되느냐에 따라 L형(Levorotary)과 D형(dextrorotary)으로 분류한다. 이 두 형태는 마치 사람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거울에 비친 형상을 이루는 거울상 이성체이다<그림 4.2 참고>, 생명체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은 예외 없이 거의 L형의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으나, 실험실에서는 L형과 D형이 동일한 양으로 합성된다. 원시적으로 생성된 혼합물에는 이렇게 L형과 D형이 혼합되어 있는데도 생명체에는 왜 오직 L형으로만 되어 있는 것일까?" 최초에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형성되기 전에 모든 생물계에 공통적인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우연에 의해서 왜 L형만이 선택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많은 이론적 학설이 제안되었는데,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전자기장을 이용하여 순수한
<그림 4.2> 아미노산의 광학적 이성체(L형과 D형). 각각의 문자는 각 원자의 화학기호를 나타낸다. R은 각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다른 기(radical)를 나타낸다. 하나의 형태(L형)는 또 다른 형태(D형)의 3차원적 거울상 이성체임을 주목하라.
한 가지 이성체만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거짓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11) 이러한 거울상(mirror image) 이성체의 문제점이 당(糖)에 대해서도 역시 적용된다.
또 다른 의문점은 분자들이 생성되었을 것으로 상상되는 원시 용액 상태에 대한 증거가 지구의 암석들에서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래전 어느 때에 생명체가 우연히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유기분자들이 풍부한 양이 존재했었다면, 이때의 암석들은 이런 생명체들에 대한 어떤 증거를 제공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풍부한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는 깊은 암석층에서는 이러한 단서를 하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12)
생물학적 중합체로 알려진 복잡한 분자들이 합성되었다고 생각되는 원시 지구의 용액 상태에서 어떻게 생물학적 단량체들이 충분히 농축, 결합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 연구협회(California Research Corporation)의') 홀(Donald Hull)은 NHCHCOOH 구조식을 가진 가장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리신(glycine)을 사용하여 실험한바, 만일 글리신이 원시 대기상태에서 형성되었다면 그중 97%가 해양에 도달되기도 전에 분해되고, 나머지 3%도 해양에서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계산하였다. 또한 그는 아미노산의 최대 농도도 1조분의 1 (=10-12) 몰(M) 이하로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최고 농도에 도달되었다 할지라도 “생명체가 자연히 발생될 수 있을 만큼의 근원 물질은 될 수 없다.”라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아 이보다 더 복잡한 아미노산의 생성은 더욱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원시 용액이 농축되고 보존되는 모형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모형은 매우 특별해서 그렇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고, 수많은 제약(制約)과 우연한 조건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화학적 진화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들을 상세하게 분석하였다.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결과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들의 실험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시약을 선택하고 정밀한 장비를 사용하여 실험실에서 생물학적 단량체를 만드는 작업은 그것이 태초의 지구에서 우연히 생성되는 것과는 서로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고순도 시약을 사용하거나 또는 얻어진 실험 결과를 보정하고 추론하는 등, 몇 가지 요인들을 실험실에서는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겠지만, 이와 똑같은 실험결과를 자연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밀러가 행한 것처럼 생성물을 격리 채취하기 위해서 특별한 트랩을 사용하거나, 또 주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부산물을 고립시키거나 혹은 불필요한 농축액을 제거하거나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러한 실험조작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이전의 혼돈한 상태로부터 우연한 작용으로 생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되기보다는 더욱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창조에 의한 것으로 밖에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실험실 조건이 아닌 자연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으므로, 실험 결과를 보다 높은 이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지, 그 외에 어떤 화학적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생물 분자들(생물 중합체)
교과서에서는 간혹 생물 단량체의 합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생물 중합체의 기원에 관한 언급은 별로 없다. 생물 단량체의 기원 그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이보다 수백 수천 배가 더 복잡한 핵산이나 단백질에 관해서는 더욱 심각하다. 생물 중합체가 적절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생물 단량체의 정확한 서열이 요구된다. 생물 단량체를 정확한 순서대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이상의 복잡함이 따른다. 예를 들어 우리가 다이너마이트 한 상자를 폭발시켜서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를 구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좋은 운송수단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고도로 조합된 복잡한 분자들이 그저 우연히 나타난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모노(Jacques Monod)는 그의 저서 <우연과 필연(Chance and Necessity, 1970)>에서 15) "생물계의 모든 생물들에게는 오직 우연만이 모든 발달의 근원이다. 진화의 밑바닥에는 완전히 자유스럽고도 무계획적인 순수한 우연만이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 생물학의 중심 개념은 이제는 어떤 가능성이 있거나 타당한 많은 가설 중 하나가 아니라, 현재 용납되고 있는 유일한 가설인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생명의 기원과 진화 과정은 우연의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많은 계산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기능성(性)을 가진 복잡한 생물 분자가 우연히 발생될 수 있는 확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작다.
우리가 동전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는 한 번에 앞면과 뒷면 중 어느 한 면만 나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주사위를 던졌을 때도 4가 나올 가능성은 여섯 번 중 한 번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또한 항아리 속에 흰 유리알 999개와 붉은 유리알 한 개가 들어 있을 때, 단번에 붉은 유리알을 집을 가능성은 1/1,000이 된다. 이와 같이 생물 중합체가 정확하게 제자리를 찾아서 올바로 조합될 가능성(확률)은 너무나 작다는 사실이다.
생물은 수천 종류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한 개에서 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긴 사슬 구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생물은 약 20종의 서로 다른 아미노산을 갖고 있으며, 또 아미노산이 정확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슬 구조상 특별히 정해진 자신들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배열은 글씨를 쓰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이 경우 알파벳 문자는 아미노산을 나타내고 100개 또는 그 이상의 문자로 된 문장은 단백질을 나타낸다. 이런 문장과 같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사슬의 순서에 착오가 생길 수도 있고, 때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아미노산 하나가 다른 것과 바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악성빈혈(thalassemia),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cell anemia) 그리고 어떤 종류의 암은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었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16)
우리에게 어떤 특정한 종류의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보자. 그러면 아미노산들이 여기에 맞는 특별한 순서로 배열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종류의 아미노산 중 어떤 하나가 어느 자리에 들어가서 단백질이 합성될 수 있는 방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고 어떤 하나의 단백질에 특정한 아미노산 100개가 필요하다고 보면, 아미노산이 조합될 수 있는 단백질의 종류를 계산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개수보다도 많게 된다." 그러므로 특정한 종류의 한 단백질이 우연히 생길 수 있는 확률(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더구나 그중에 단지 두 개만이 필요하다면 우연히 생길 가능성은 더욱더 낮아지게 된다.') 어떻든 가장 단순한 생명체라도 특별한 종류의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19) 단백질의 아미노산 사슬에 아미노산 100개가 정확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혹시 대치(代)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연구대상이 되는 100군데의 특별한 위치에서는 대치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하나의 단백질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개의 가능성 중에서 딱 하나의 아미노산만이 선택되어야 한다(확률은 약 1/20 인 셈이다). 또한 선택된 아미노산은 반드시 L형이어야 하며(확률은 1/2이다), 반드시 펩티드 결합을 형성해야만 한다(확률은 1/2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보았을 때, 첫 번째 아미노산이 올 수 있는 확률은 1/80이고, 두 번째 아미노산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1/6400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100개의 특별한 아미노산이 단백질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49에다 0을 190개 붙인 것 분의 1(=4.9×10-191)이 된다. 이와 비슷한 다른 계산에서도 그 확률은 이보다 더 낮게 나타난다. 20
이와 같은 문제점은 비단 정확한 서열을 갖고 있고 화학적으로 결합된 아미노산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즉, 생명체가 있기 전, 용액 상태에서 무작위로 생성된 방대한 수효의 유기물 중에서 정확한 종류의 아미노산을 선택해야 된다는 뜻이다. 전기방전을 이용한 밀러의 실험에서는 생체 아미노산 20종보다 더 많은 종류의 아미노산을 생성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21)
공교롭게도 밀러가 아미노산과 다른 생물 단량체들을 합성했다고 발표한 1953년에 왓슨(J. D.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은 나중에 노벨상을 받게된 DNA 구조 발견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22) 그들은 세포의 유전정보가 그 유명한 DNA의 이중 나선구조로 배열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그림 4.1>. 세포는 그 유전정보를 표현하기 위해서 한 개의 아미노산을 암호화할 수 있는 일련의 3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를 필요로 한다. 방대하고도 불가사의한 정보의 운반과 해독 과정을 거쳐서 세포는 단백질 분자를 합성한다. 단순한 세균도 4백만 개 정도의 뉴클레오티드염기로 이루어진 유전정보를 갖고 있으며, 사람과 같은 복잡한 생명체는 30억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다. 또한 양서류나 현화식물(꽃씨식물) 등은 사람이 가진 뉴클레오티드 염기의 10배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세균 중 크기가 가장 작고 독립 개체로 생활하는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는 58만 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482개 정도의 유전자 코드를 가진 셈이다. 23) 고등생물 중에는 아직도 우리가 그 기능을 알지 못하는 DNA들이 많이 있다. 어떤 유전자는 수천 개의 단백질을 생산하게 함으로써 몸뚱이의 구조를 이루거나 효소작용을 하게 되는 등,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효소는 아미노산 합성과 같은 화학반응의 촉매제이고 수백 내지 수천 종류의 다른 화학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물질인데, 한 개의 효소 분자는 1초당 수천 분자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서서히 반응을 나타낸다. 그런 복잡한 효소들은 매우 조직화되어 있으며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구조와 모양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효소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고 하는 주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최근에 몇몇 학자는 생명체가 어떤 종류의 자가복제가 가능한 분자로부터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수백 가지의 대사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복잡하고 정교한 통합된 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지금까지 아미노산의 조합과 단백질의 형성이 저절로는 정말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였는데, 뉴클레오티드가 모여서 DNA가 형성되는 과정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이러한 모든 과정이 우연히 일어날 수 있었을까?
1965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두 차례의 야유회가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일어난 별것 아닌 논쟁이 발단이 되어 새로운 획기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자리에는 네 사람의 수학자와 두 사람의 생물학자가 있었는데, 수학자들이 생물학자들에게 수학의 확률적인 차원에서 볼 때는 진화가 결코 일어날 수 없다면서 의문을 표시하였다. 결국 여러 이야기 끝에 이들은 서로가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여 질문과 반론을 벌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위스타연구소(Wistar Institute)에서 심포지엄까지 열리게 되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생물학자들이었으나 진화개념이 확률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함을 제시한 수학자들도 몇 명 있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대부분의 내용들이 그대로 출판되었는데, 25) 내용은 복잡하지만 읽기에는 지루하지 않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에 대한 도전에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수학자들이 진화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수학자들의 반론에 대하여 타당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이든(Murray Eden) 교수는 이미 연구를 통해서 잘 알려진 Escherichia coli라는 대장균 세포의 핵산 생체고분자(염색체)의 서열대로 유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대장균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1mm 안에 500개의 대장균을 일렬로 나열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은 대장균에도 수많은 유전자가 자신들의 정확한 위치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 유전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우연히 정확한 순서대로 이렇게 잘 배열될 수 있을까? 이든 교수는 사람이 박테리아를 지표에 2cm 두께로 뿌려 놓는다면 우연에 의해 두 개의 유전자가 정확한 자신들의 위치에 놓여 있을 가능성은 50억 년이 걸린다고 계산하였다(이나마도 지구에 생명이 존재했다고 하는 기간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긴 시간이라도 다른 유전자들이 제자리를 찾거나 진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며,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 만큼의 시간은 이보다 몇 백배나 복잡한 다른 생물의 진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 상에서 생명체가 진화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가정했던 그 긴 시간도 이 불가능한 사건을 볼 때 아주 짧은 시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이 중요한 심포지엄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불만을 표출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일부 진화론자들에게는 또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포
진화론에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중 하나는 생물 중합체들이 어떻게 '세포'라 부르는 기능적 단위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다. 세포는 아주 중요한 단위로서 핵산이라는 형태로 유전정보를 간직하며, 또 핵산 근처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 단백질에 작용할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보존하고 있다<그림 4.3, 4.4 참고>. 생물 중합체와 기능적 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진화적 공백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의문점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림 4.3> 전형적인 동물세포의 모습. Raven과 Johnson의 생물학(3판, 1995년 McGraw Hill Co.)에서 발췌
<그림 4.4) RNA를 암호화하는 DNA가닥의 전자현미경 사진 DNA나선을 S로 표시했으며, 작은 가지처럼 보이는 RNA가 나와있고,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체로 보인다(M). DNA(S)의 암호는 각각의 나선(M)을 생성하여 나타내며, 그 가지의 첫 번째에서 시작하여 S를 따라 완성되어 끝날 때까지 길어진다. 많은 특별한 효소분자(단백질)가 이 과정을 완성하는 데 관여한다. 11/1,000mm를 나타낸다(Miller O.L, Beally B.R, Journal of Cellular Physiology 74(2), 1969에 발표된 유전자 사진에서 발췌하였고, Wiley-Liss, Inc 회사의 허락을 얻어 사용하였다.).
점진적 진화에 의해서 세포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세포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세포로서의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포가 단백질이나 DNA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이나 탄수화물과 같은, 성질이 전혀 다른 복잡한 화합물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종류의 정확한 화학물질이 우연히 생겨났다는 것은 믿기 힘들 만큼 비합리적이며, 더욱이 동시에 모든 물질이 한곳에서 생성된 후 세포막에 싸여지고 생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원시시대에 우연히 발생된 어떤 원시적인 세포형태를 원시세포(protocell)라고 부른다. 오파린(Oparin)은26) 커다란 분자들이 함께 결합하여 농도가 짙은 액상의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라고 부르는 구형체되면 세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덩어리가
또한 화학자 폭스(Sidney Fox)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미노산이 잘 결합되어 결국 미세구형체(微細體, microsphere)의 덩어리가 되었다고 하였다. 세포를 이러한 식으로 보는 것은 세포를 너무나 간단하게 생각하고 잘못 이해한 것이다. 28) 지금까지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믿고 있는 데이(William Day)와 같은 학자도 코아세르베이트와 미세 구형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이것은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엉터리"라고 비난하였다.29)
이것은 원시세포(protocell)와 진짜 세포를 피상적인 차원에서 동일시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두 세포는 크기가 작다는 사실과 유기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이 유사할 뿐이다. 살아 있는 세포는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로써 통합된 화학작용을 수행하는 아주 경이로운 조직이다. 두 분자생물학자는 거대 분자들로부터 세포가 형성된다는 것에 대하여 '이것은 검증될 수 있는 가설의 범위를 초월한 획기적인 비약'이라고 표현하였고, '이 분야에서는 모든 것이 추측에 불과하다.' 라고 하면서 어떠한 사실도 지구에서 세포가 저절로 발생되었다는 가설에 대한 근거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고 일축하였다. 300 생명이라는 것은 정말 독특한 것이다.
모로위츠(Harold J. Morowitz)는 열역학(원자들과 분자들 사이의 에너지 관계)계산을 통하여 유기분자들이 Escherichia coli 대장균과 같은 가장 간단한 미생물로 자연발생될 확률은 1천억 분의 1정도(=10-10")이고, 가장 작은 생물체인 직경 0.0002mm의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는 50억 분의 1(=10-5x10")로 나타났다. 아무리 계산해도 확률이 이보다 더 높게 나오지 않는다. 3 이와 같은 수많은 계산은 생명이 얼마나 복잡하며 또한 생명 자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가능성이 하나도 없음을 말해 준다. 3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월드(George Wald)는 궁지에 처한 진화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누구든지 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한다면 생물의 자연발생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한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자연발생을 믿는다.”32)
아무리 단순한 생물체라도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생물체가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생명체의 구성 성분끼리는 상호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핵산(DNA)으로부터 유전정보를 해독하여 단백질로 구성된 하나의 생성물을33) 만들기까지는 적어도 70종이상, 많게는 200여 종 이상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3) 이러한 각각의 특별한 단백질이 없으면 이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또한 핵산을 합성하기 위해서도 단백질이 필요하며, 단백질 생성에도 핵산이 꼭 필요하다. 어떻게 이런 상호작용이 처음에 시작될 수 있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RNA의 자가복제 능력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같은 설명으로는 RNA 자체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순한 RNA와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아미노산 합성 과정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환 과정을 몇 개의 분리된 기능적 단위로 나누기는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 발달이라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상호의존적이며, 서로 다른 각 부분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을 이루어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살아 있는 유기체는 단지 화학적 평형상태를 이루는 세포 안에 생물 중합체가 집합되어 있는 그러한 조직이 아니다. 죽은 세포라면 그럴 것이다. 세포안에서 일어나는 수천 가지의 화학변화는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며,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세포의 특징이며 생명 유지의 기본 과정이다. 생명은 대사(代)작용의 모터가 작동됨으로써 시작된다. 생화학자인 제이버(George T. Javor)는 대사가 있다고 해서 생명의 특징을 모두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물의 흐름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였다. 높은 곳에 있는 물통(살아 있고, 비평형 상태)으로부터 다른 물통(죽어 있고, 평형상태)으로 물이 천천히 흐른다고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35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생물의 특징 중 하나는 번식 능력이다. 번식이란 섬세하고 복잡한 세포의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고, 세포의 유전정보에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어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번식의 과정이 우연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30) 창조론자들은 종종 기적을 믿는다고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지적인 설계자의 섭리에 의하지 아니하고 우연히 지구 상에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믿는 것이 더욱 믿기 힘든 기적'이라고 생각된다.
그 밖의 이론들
일반적으로 과학계에서는 생명이 자연히 발생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생명의 자연발생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기 위한 확률과 통계학적 연구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패로 끝나게 됨에 따라 여러 가설만 난무하게 되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6가지 주장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기본 물질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특성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며, 이러한 물질에 의해서 생명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생화학적 예정설(biochemical predestination model)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핵산에 암호화된 것과 같은 복잡한 유전정보가 화학원소들 자체 안에 존재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36)
2. 에너지를 받아 단백질과 핵산의 주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자가생식을 통해서 생명이 발생되었다는 가설이다. 39) 이러한 가설은 별로 도움이 안되며 복잡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100
41)
3. 해양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열수(熱)에 의해서 생명이 기원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러한 환경은 어떤 불리한 조건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어떻든 열(熱)은 섬세한 분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생명이 탄생되려면 매우 제한적이고 특별한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이러한 복잡한 생명체가 열수에 의해서 어떻게 해서 생겨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4. 생명은 애초부터 세포 형태의 구조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황철광과 같은 고체 표면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이다. 2) 황철광은 마그마(용융된 암석)에 의한 열 수용액으로부터 또는 종유석의 성장과 같은 방법으로 형성되며, 그 표면은 규칙적인 미세 결정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결정 표면을 이루는 원자들의 규칙적인 단순 배열 형태가 나중에 복잡한 생물학적 분자의 형태로 변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43)
5. 이와 비슷한 다른 주장으로는 생물의 유전자들이 점토광물질을 매체로 하여 형성되었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은 앞의 설명과 비슷한 결점들을 갖고 있다. 단순한 점토 광물질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고도로 복잡한 단백질이나 핵산의 생성에 기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6. 또 다른 제안으로는 핵산의 하나인 RNA는 그 자체가 효소의 기능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능으로 RNA의 자가복제가 가능하였을 것이며, 이로 인하여 생명이 비롯되었다는 가설이다. 45) 이와 같은 가설은 최근에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옛날의 'RNA' 46) 그리고 효소역할을 하는 RNA 분자를 일컫는 뜻으로 '리보자임(ribozyme)' 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47) 이러한 가설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RNA는 처음에 어떻게 기원되었는가? RNA 성분은 가장 최적의 실험실 조건에서도 만들기 어렵다. 하물며 태초의 지구 상에서 어떻게 스스로 생겨날 수 있었을까? 노벨상 수상자인 생화학자 드뒤브(Christian de Duve)는 RNA world' 라는 개념을 지지하였는데, 그는 RNA 복제에 관해서 "이 문제는 겉보기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옛날에는 말할 것도 없고 고도의 통찰력과 기술력이 지원되는 생명공학으로도 RNA 복제를 촉진시킬 수 있는 RNA 분자를 지금까지도 결코 합성할 수 없었다."라고 언급하였다.49) 더욱이 RNA가 제대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어떤 복잡한 생명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화학적 진화라는 입장에서 보면 생명의 복잡성과 그 기원에 대해서는 문제가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모든 가설은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확신을 줄 만큼 증거를 제시하기가 곤란하다. 노벨상 수상자인 크릭(Francis Crick)은 "나는 언제나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만 논문을 썼는데, 이제부터는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내가 쓴 논문들은 사실무근의 내용을 너무나 추론적으로 쓴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였다. 3) 밀러(Stanley Miller)도 이 분야에 대해서 무성한 추측을 확인해 줄 획기적인 발견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50)
결론
파스퇴르는 생명은 반드시 생명으로부터만 나올 수 있다고 증명하였다. 이러한 발표 이후로 수많은 연구자가 어떻게 하면 생명이 무생물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지 밝혀내려고 수없이 시도하였다. 실험실에서 간단한 생물 단량체의 생성에는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상태가 생물이 출현하기 이전의 지구의 환경과 얼마나 관련 있고, 또 얼마나 비슷한 상태였는가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이다. 농도, 안정성, 거울상 이성체, 원시수프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 부족 등의 문제는 화학적 진화의 시나리오가 거의 불가능한 것임을 말해 준다. 고도로 발달된 생물 중합체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들이 우연하게 저절로 나타났다고 생각하기에는 확률적으로 그 가능성이 너무나 낮다. 아무리 단순한 세포라 할지라도 하나의 세포 속에서도 수백, 수천 종류의 화학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화학적 진화와 관련된 이러한 문제점은 창조론에서는 말끔하게 해결된다. 생명의 기원에 관련된 자료들은 분명히 어떤 주도자(지적 설계자)가 있었고, 그에 의하여 지구 상에 생명체를 창조하는 계획된 창조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개념을 지지한다. 만약 창조주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우리는 화학적 진화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화학적 진화 가설은 현대의 과학지식이나 실험 결과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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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De Duve C. 1995. The beginning of life on earth, American Scientist 83:428-437. 50) Crick, p. 153 (17)
51) Horgan (참고문헌 48b)에 언급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