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나간 6호 태풍 카눈은 그 영향력이 반경 350km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에 상륙도 하기 전에 태풍의 위력은 부산 일대를 강타했다. 새벽 5시경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오전 10시나 되어야 온다는 태풍인데 벌써 나무가 꺾일 듯한 기세로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이 정도라면 예년의 태풍들과 비교했을 때 본 태풍이 상륙하면 보통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태풍들은 태풍이 지나가는 한 두 시간 전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카눈은 6시간 전부터 비를 뿌리고 전조 현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 태풍이 상륙하고 난 이후에는 그렇게 큰 위력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자연 앞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떨고 있다. 다만 무사하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런 태풍이 지날 때면 문명의 발전에 눈이 돌아가다가도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 현상 앞에서도 그러니 그 모든 것의 창조주 앞에서야 과연 어찌해야 하겠는가? 성경에는 하나님의 임재 하심을 경험했던 엘리야의 이야기가 나온다.
(왕상 19:11)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왕상 19:12)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하나님이 지나가시는 광경이 나오는데 그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크고 강한 바람이 바위를 부술 정도로 강한 태풍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고 바람 후에는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무서운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지진 가운데도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진이 지나간 후 엘리야가 하나님을 기다리자 다시 거센 불길이 지진을 따라서 사방을 태우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불후에 아주 미세한 음성이 엘리야의 귀에 들려왔다. 하나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세미한 소리로, 말씀으로 임하셨다. 모세는 구름 가운데 임하신 그 음성을 듣고 이렇게 썼다.
(출 34:5) 여호와께서 구름 가운데에 강림하사 그와 함께 거기 서서 여호와의 이름을 선포하실새 (출 34:6) 여호와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바람과 구름, 지진과 불은 하나님의 현현의 전조 현상들이지만 정작 그분의 출현은 세미한 소리로 임하신다. 우리 인생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거센 바람이 일고 거친 지진처럼 우리 삶을 흔들어대는 시련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거친 길 위를 걸어갈 때도”라는 찬양 가사처럼 우리는 아무리 힘든 시련의 바람 가운데서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
거친 길 위를 걸어갈 때도 험한 산이 앞을 막아도 빛 되신 주님의 두 손이 나를 붙드네 주의 마음이 닿은 내 삶에 저민 슬픔을 씻으시는 주님을 찬양 주 이름을 찬양하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우리 생애의 바람 거세고 험한 시련이 넘나드는 고통의 현장 속에서 귀를 열어 주님의 음성 곧 함께하시는 주님을 찾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뿌리 뽑히지 않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영적인 회복력 있게 하소서. 그런 주님을 오늘도 찬양하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