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 :
설빔을 한자음으로 세장歲粧 또는 세비음歲庇蔭이라 한다. 여기 세歲는 새해를 의미하는 말이며 비음은 한자 옥편에 따르면, 차양이나 나무 그늘이 비와 이슬을 막아주듯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감싸서 보호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뜻이 어떻게 옷과 관련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설빔은 설과 비음이란 말이 합쳐진 말이다. 원래 비음은 사전적인 해석과 달리 명절이나 잔치 때 새 옷으로 치장하는 일을 일컫는 말인데, 이 ‘설비음’이 줄어서 설빔이 되었다고 한다. 곧 설빔은 설날에 새 옷을 차려입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그 뜻이 점차 변화되어 명절에 입는 새 옷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국을 비롯하여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정조正朝에는 신년하례를 하는 등 각별하게 보냈으니 새 옷을 입거나 또는 입던 옷을 깨끗하게 다듬어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장, 곧 설빔이란 용어는 후대에 붙여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설빔하면 우선 여자들이 입는 색깔 고운 한복이 연상된다. 예전에는 설빔을 비롯하여 일상의 옷은 모두 집에서 장만했다. 설빔은 한해가 시작되는 설날에 입는 옷이라 그 준비도 각별했다. 주부들은 밤을 새워 옷감을 짜고 바느질을 해서 섣달그믐 무렵이면 설빔 준비를 끝낸다. 설날은 정월로, 계절상 봄이지만 아직 겨울 날씨여서 겨울 옷감을 쓴다. 상류층에서는 비단을, 서민들은 무명에 물감을 들여 만들었을 것이다. 설날 아침이면 이렇게 만든 설빔을 갖춰 입고 조상 차례를 지낸다. 근대사회 들어 ‘비단 저고리에 뉴똥 치마’는 여자 설빔의 대표가 되기도 하였다.
설빔으로 남자 어른은 바지와 저고리, 두루마기, 여자 어른은 치마와 저고리 그리고 두루마기를 준비한다. 남자들은 덧저고리, 여자들은 배자를 함께 하기도 한다. 젊은 여자들은 노랑저고리 또는 녹색저고리에 붉은 치마와 같이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 호사를 했다. 여자 어린이들의 색동저고리는 설빔을 대표하는 옷이었다. 색동은 음양오행과도 관련되어 길상吉祥을 상징한다. 그래서 각별하게 신성성을 지녀야 하는 혼례복이라든가 아이의 돌복, 무복巫服과 같은 의례복에서는 색동을 쓴다. 설빔도 일종의 의례복이어서 벽사辟邪의 의미도 담고 있다. 설빔은 저고리와 바지 또는 치마뿐 아니라 버선, 그리고 신발에 이르기까지 일습을 갖춘다.
근대 이후 만들어진 노래 중 윤극영尹克榮(1903~ 1988)이 1924년에 작사·작곡한 <까치 까치설날은> 동요는 설빔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특징 및 의의
설빔은 설 명절을 맞아 입는 명절복이면서 일상의 옷과 구별되는, 신성한 의례복이다. 따라서 설빔이라는 의례복은 길상을 상징하면서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묵은해를 소거하고 경건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