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발발하기 전,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러시아는 부품 공급에 어려움이 있어 생산을 중단시키고 공장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롤렉스, 마이크로소프트(MS), 맥도날드, 스타벅스, 아디다스, 유니클로, 프라다, 도요타, 제너럴모터스, LG, 삼성전자 등 수많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사업을 철수하면서, 온전한 기업의 가치를 돌려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기업에 자산 매각 가격의 최소 10%를 기부할 것을 강요하며, 철수 기업에 시장가치의 50%를 인하할 때만 자산 매각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부과했습니다.
말이 50% 인하지.... 사실상 러시아가 지정해주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이러한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모르고 러시아 공장에 4100억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공장이 가동 중지되면서 현대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다른 글로벌 기업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자 현대차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결국 버티다 못한 현대차는 지분가치가 2873억3700만원에 달하는 러시아 공장을 고작 14만원에 러시아에 매각하기로 하였습니다.
현대차는 혹시나 몰라, 매각을 하면서 2년 뒤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계약에 추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바이백'은 매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할 때 언제든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조항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이백을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러시아 마음대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공장 중지로 인해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었고, 가동 중단으로 인한 빈자리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연스레 현대와 기아의 점유율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추후 러시아 시장에 다시 진입한다 하더라도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러시아는 현대차의 공장을 올해 중반부터 다시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야말로 현대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이러한 모습은 계속 현재 진행형입니다.
값 싸게 인수한 공장들을 이용하여, 브랜드만 살짝 바꿔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인수한 공장을 군수용품 생산을 위해 동원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러시아가 철수하는 기업들의 자본을 싸게 사들여 전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푸틴은 어떻게 서방의 보이콧을 대박으로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값싸게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을 얻기는 했지만, 기업들이 제공하던 서비스나 노하우는 예전과 같지 않음으로써 러시아 자국민들의 생활과 만족감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