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바시라선사(婆施羅船師)
- 제 2불괴(不壞)회향 선지식 -
(1) 바시라선사를 뵙고 법을 묻다
<1> 가르침에 의지하여 선지식을 찾다
이 때에 선재동자가 누각성을 향하면서 길을 살피니 길이 높고 낮음을 보며,
길이 평탄하고 험함을 보며, 길이 깨끗하고 더러움을 보며,
길이 굽고 곧음을 보며 점점 나아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평탄하기도 하고 험하기도 하며, 깨끗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하며,
굽기도 하고 곧기도 하였다.
하필 걸어가는 도로만 그렇겠는가.
선지식을 찾아가는 그 일이 그렇고 사람들의 삶의 하루하루가 그럴 것이다.
‘내가 마땅히 저 선지식을 친근하리니
선지식은 모든 보살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바라밀다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중생을 거둬 주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법계에 두루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악한 꾀[惡慧]를 제거하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교만을 여의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번뇌를 없애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여러 가지 소견을 버리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갖가지 나쁜 가시를 뽑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일체 지혜의 성에 이르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 되리라.
왜냐하면 선지식에게서 모든 착한 법을 얻은 연고며,
선지식의 힘을 의지하여 일체 지혜의 길을 얻는 연고며,
선지식은 친견하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다.’라고 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점점 걸어갔습니다.
<2> 공경을 나타내고 법을 묻다
이미 저 성에 이르러 그 뱃사공[船師]을 보니 성문 밖 바닷가 언덕 위에 있으면서
백 천의 장사꾼들과 그 외의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큰 바다의 법을 말하며,
부처님의 공덕바다를 방편으로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선재동자가 보고나서
그 앞에 나아가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앞에서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저가 들으니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2) 바시라선사가 법을 설하다
<1> 선재동자의 질문을 부연해석하다
뱃사공이 말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다시 큰 지혜를 내는 원인[因]과
모든 생사의 괴로움을 끊는 원인과
일체 지혜의 보배 섬에 가는 원인과
무너지지 않는 대승(大乘)을 성취하는 원인과
이승(二乘)들이 생사를 두려워하여
고요한 삼매의소용돌이에 머무름을 멀리 여의는 원인과
큰 서원의 수레를 타고 모든 곳에 두루하여
보살의 행을 수행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원인과
보살의 행으로 깨뜨릴 수 없는 일체 지혜를 장엄하는 청정한 도의 원인과
일체 시방의 모든 법을 두루 관찰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원인과
일체 지혜의 바다에 빨리 들어가는 청정한 도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2> 중생을 위하여 닦는 보살의 도
“선남자여, 저는 이 성의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幢旗)의 행을 청정하게 닦았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염부제에 있는 빈궁한 중생들을 보고
그들을 이익 되게 하려고 여러 가지 고행을 닦으며,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하는데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그 마음을 충만하게 합니다.”
]맹자(BC 372~289)가 양혜왕(BC 400~319)을 만나서 한 말 가운데,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보통 사람에게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듯이 비록 진리의
가르침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의식주문제가 해결되어야
진리의 가르침이 마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시 법의 재물을 보시하여 그들을 환희케 하며,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착한 뿌리의 힘을 늘게 하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보리의 원을 청정하게 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견고하게 하고,
능히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합니다.”
모든 중생바다를 거둬주게 하고,
모든 공덕바다를 닦게 하고,
일체 모든 법의 바다를 비추게 하고,
일체 모든 부처님바다를 보게 하고,
일체 지혜의 지혜바다에 들어가게 합니다.
선남자여, 저는 여기에 있어서
이와 같이 생각하고 이와 같이 뜻을 가지고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합니다.”
<3> 바다의 보배를 다 알다
“선남자여, 저는 바다에 있는 모든 보배의 섬과 모든 보배의 처소와 모든 보배의 종류와 모든 보배의 근본을 압니다.”
“저는 모든 보배를 깨끗이 하고, 모든 보배를 연마하고, 모든 보배를 찾아내고, 모든 보배를 만들 줄을 압니다.”
“저는 모든 보배의 그릇과 모든 보배의 쓰임과 모든 보배의 경계와 모든 보배의 광명을 압니다.”
“저는 모든 용궁의 처소와 모든 야차궁전의 처소와 모든 부다(部多)궁전의 처소를 알아서 잘 회피하여 그들의 재난을 면합니다.”
<4> 바다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다
“또한 소용돌이치는 곳과 얕은 곳과 깊은 곳과 파도가
멀고 가까운 것과 물빛이 좋고 나쁜 것들이 여러 가지로
같지 아니한 것을 잘 분별하여 압니다.”
“또 일월성수가 돌아가는 도수와 밤과 낮과 새벽과 신시 때와
시각과 누수(漏水)가 늦고 빠름을 잘 분별하여 압니다.”
“또 배의 철물과 나무가 굳고 연한 것과 기관이 껄끄럽고
미끄러움과 물이 많고 적음과 바람이 순하고 거슬림을 잘 알며,
이와 같은 모두 편안하고 위태로운 것을 분명하게
알고서 갈 만하면 곧 가고 멈추어야 하면 곧 멈춥니다.”
“선남자여, 저는 이와 같은 지혜를 성취하여 항상 일체 중생을 이익 되게 합니다.”
<5> 큰 배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다
“선남자여, 저는 안전한 배로 모든 장사하는 대중들을 태우고 편안한 길을 가게하며,
다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기쁘게 하면서 보배가 있는 섬으로 인도하여
여러 가지 진기한 보물을 주어 다 만족케 한 연후에 그들을 거느리고 염부제로 돌아옵니다.”
“선남자여, 저는 큰 배를 가지고 이와 같이 다니지만 일찍이 한 번도 실수한 일이 없었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내 몸을 보거나 내 법문을 들은 이는 영원히 나고 죽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반드시 일체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며, 반드시 모든 애욕의 바다를 말려버립니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저는 다만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을 얻었으므로
만일 저를 보거나 저의 음성을 듣거나 저와 함께 있거나
저를 생각하는 이는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하지만,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생사의 큰 바다에 잘 다니면서도 일체 모든 번뇌바다에 물들지 않고,
일체 모든 허망한 소견바다를 버리며, 일체 모든 법의 성품바다를 살피고,
능히 네 가지 거둬 주는 법으로 중생바다를 거두어 주며,
이미 일체 지혜의 바다에 잘 머물러서 일체 중생의 애착바다를 능히 소멸시키고,
일체 시간의 바다에 능히 평등하게 있으면서 신통으로 중생바다를 제도하며,
때를 놓치지 않고 중생바다를 조복시킵니다. 그러나 저가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능히 알며 말하겠습니까.”
(4)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락(可樂)이요,
그곳에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무상승(無上勝)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고 슬프게 울면서 선지식을 구하는 마음이 싫어할 줄 모르며 하직하고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