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기묘한 상변화 결빙(freezing, 結氷)
2010년 꽁꽁 얼어버린 한강 천호대교 부근. <출처: 연합뉴스>
‘도깨비 강 건너기’라는 말이 있다. 도대체 도깨비 강 건너기가 무엇인가? 얼음판이 느닷없이 솟아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이나 저수지의 얼음판 위에서 얼음덩어리들이 갑자기 솟아오른다. 그러면 마치 X자 모양의 바리케이드를 친 것처럼 긴 얼음장벽이 만들어진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현상을 ‘용갈이’라 불렀다. 마치 용이 땅을 간 것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충남 합덕지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곤 했다. 주민들은 용이 밭갈이를 한 방향이 남북으로 되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고 했다. 이같은 ‘도깨비 강 건너기’ 현상은 물의 결빙으로 만들어지는 기묘한 현상이다.
결빙이란?
결빙이란 물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서 어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액체상태의 물이 고체상태의 얼음으로 상(phase)이 변한다. 기상관측에서는 관측소 증발계의 물이 얼면 결빙으로 정의한다. 결빙의 강도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부서지는 정도가 첫 번째다. 손으로 쳐도 갈라지지 않는 정도가 두 번째다. 가장 강한 단계인 세 번째가 얼음 면이 부풀어 오를 정도일 때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겨울축제가 안전 하려면 얼음이 40cm이상 얼어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결빙은 물의 상태나 위치에 따라 결빙온도가 달라진다. 지면에 괸 물이나 물그릇 안에 들어있는 물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쉽게 결빙이 된다. 그러나 강의 경우에는 물의 흐름이나 대류현상으로 쉽게 얼지 않는다. 바닷물의 경우에는 밀도가 높아 어는 온도가 더 낮아진다. 통상 물의 결빙온도는 영하 0℃다. 그러나 바닷물의 경우는 통상 영하 1.9℃이다. 얼음결빙핵에 따라 결빙온도가 변하기도 한다. 물의 결빙을 돕는 것을 결빙핵(freezing nucleus, 結氷核)이라 한다. 자연 결빙핵에는 박테리아, 점토 등과 같은 광물입자들이 있다. 인공 결빙핵에는 요오드화은, 요오드화납 등이 있다. 결빙핵의 종류에 따라 얼음결정이 형성되는 온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강이나 호수의 결빙이다. 그 다음이 노면결빙이다. 그리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항공기의 표면에 물이 얼어붙는 결빙(항공기착빙 airplane icing)이 있다. 바다를 운행하는 선박에도 선체에 물이 결빙(선체착빙, ship icing)된다. 둘 다 안전운행에 위험요소가 된다. 결빙을 2회에 걸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글에서는 강•호수 결빙과 도로결빙, 다음에 항공기와 선체 결빙을 다루겠다.
강과 호수의 결빙
한강 결빙
한강 결빙의 기준인 한강대교 부근에서 결빙이 시작된 한강. <출처: 연합뉴스>
강이나 호수의 결빙에 있어 가장 상징성이 뛰어난 곳이 한강이다. 예전에는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한강이 결빙되면 비로소 혹한이 찾아온 것으로 여겼다. 한강의 결빙은 얼음의 두께와는 상관없다. 얼음으로 인하여 수면이 완전히 덮여서 물속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강 결빙을 결정하는 지점은 한강대교 부근이다. 한강대교의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로 상류 쪽으로 100m 부근의 남북 간 띠 모양의 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기상청은 1906년부터 한강의 결빙상태를 관측하고 있다. 이 지점이 결빙 관측의 기준이 된 것은 당시 노량진 나루가 중요 나루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측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었다. 기상학적인 이유로는 한강대교 아래는 유속이 빠르다. 그러기에 얼음이 쉽게 얼지 않는다. 따라서 한강대교에 결빙이 관측되면 한강 대부분에서 얼음을 관측할 수 있다. 해빙은 결빙된 수면이 녹아 어느 일부분이라도 노출된 상태를 말한다. 결빙 시작일과 마지막 해빙일 사이에는 몇 번의 결빙과 해빙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강 결빙 평년값은 1월 13일이고 해빙 평년값은 1월 30일이다. 평균적으로 17일 정도 결빙이 있다는 말이다.
기상청의 한강결빙 관측지점인 한강대교 부근 <출처: 기상청>
호수나 만(灣)의 결빙
전쟁의 역사를 보면 바다나 호수의 결빙으로 승패가 결정된 적도 있었다. 1657년 스웨덴과 전쟁을 벌인 덴마크는 후퇴하여 지금의 코펜하겐에서 스웨덴과 대치했다. 스웨덴은 해군력이 약해 더 이상 진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강력한 한파가 내려오면서 코펜하겐 앞바다가 결빙된 것이다. 스웨던 군은 결빙된 바다위로 약 일만 명의 병력으로 진격해 덴마크를 공격했다. 물론 덴마크가 패배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1809년 겨울에 러시아군은 얼음으로 꽁꽁 결빙된 보스니아 만을 건넜다. 설마 바다가 얼어 건너오리라 예상 못했던 스웨덴은 대패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올버니(Albany)강이 얼어 만들어진 얼음길을 달리는 대형 트럭들. <출처: (cc) Rev40 at wikimedia.org>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얼음두께와 대기온도의 상관관계 <출처: 케이웨더>
호수나 만(灣)의 결빙은 전쟁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영향도 준다. 우리나라 경기도와 강원도의 내면호수에서 매년 겨울이면 축제가 열린다. 가평 자라섬 씽씽 축제, 화천의 산천어 축제, 홍천 홍천강 꽁꽁축제, 평창 송어 축제 등이다. 겨울축제의 관건은 얼음의 결빙두께다. 최소한 40센티미터 이상 결빙되어야 안전이 보장된다. 아래 그림은 얼음을 통과할 수 있는 차량과 얼음두께다. 10톤 이상인 차량이 얼음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40센티미터 이상의 얼음두께가 있어야 한다. 헬리콥터가 얼음 위에 앉기 위해 필요한 얼음두께는 가벼운 헬기(500MD기종)는 15cm면 되지만, 무거운 헬기(치누크 등)은 52cm이상이 필요하다.
도로 결빙
교통사고 유발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된 차량 <출처: 연합뉴스>
겨울철 도로 노면 조건은 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눈으로 인해 도로 노면은 적설과 결빙이 발생한다. 도로 결빙은 교통사고나 교통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시립대 홍현기씨의 분석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겨울철 교통사고는 약 15만 건이다. 이 중 노면 상태가 적설 또는 결빙인 경우가 7% 정도였다. 도로결빙 사고가 위험한 것은 비슷하게 미끄러운 적설도로보다 치사율이 1.6배 가량 높다는 점이다. 또 결빙도로가 위험한 것은 적설 노면에 비해 운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아울러 다른 노면 상태보다 마찰계수가 가장 낮다. 제동거리가 급격하게 길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도 빈발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온다.
결빙 노면 사고는 주로 06~10시에 많이 발생하였다.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이라 도로노면이 결빙이 쉽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출근시간이 겹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형태별로 보면 교량 위에서 사고발생이 많다. 이것은 일반 도로노면보다 표면 온도가 낮아 결빙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노면 조건에 따른 사고비율이다. 결빙 노면의 사고율이 0.53으로 겨울철 건조 노면에 비해 사고율이 약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면마찰계수와 사고율의 관계 <출처: 도로노면 결빙 사고 원인 분석”, 서울시립대 대학원 교통공학과 홍현기, 2014>
도로결빙 감시 및 방지 기술
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에서는 도로결빙을 방지하는 기술이 오래전부터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미시시피 주에서는 액체 분사 방식의 결빙방지 장치를 미시시피 교량에 설치했다. 그 이후 사고가 약 70%정도 감소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교량에도 액체 분사 결빙방지 장치를 설치했다. 이후 매년 평균 14건 발생하던 교통사고가 사라졌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기술로는 분사형 시스템을 이용한 융설방식과 전열선을 이용한 융설방식으로 사고예방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로 자동 염수 살포기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도로열선도 설치되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자동 염수 살포기. 서울남산1호터널 부근에 설치된 자동 염수 살포기. <출처: 연합뉴스>
미국, 독일, 핀란드, 스위스,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26개국은 지속적으로 도로상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노면 상태 관측 시스템에서 측정되는 정보는 노면 감시자료로 활용된다, 물론 데이터베이스로도 구축되어 노면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기술 중에 결빙 위험 구간 예측 기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빙 확률을 정량화하여 위험 구간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일부 개발되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도움은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지형 및 기후 조건에 적합한 센서 및 융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디지털화된 것은 아니지만 행정자치부와 경찰청은 2014년 12월부터 교통사고 결빙구간 등 도로 위험상황 예보를 서비스 한다.
겨울철 도로 결빙시 방어적인 운전자세가 필요하다. 결빙도로에서는 출발시 2단으로 하면 부드럽게 출발한다. 자동변속기에 2단 표시가 없는 경우 홀드 혹은 윈터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앞차 바퀴 자국을 따르며, 차간거리는 평소의 2~3배로 한다. 코너에서는 미리 속도를 줄이고 진입해야 하며, 좌회전 및 유턴 차선에 진입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급가속·감속은 금물이며 핸들 조작도 급하게 하면 차량이 통제력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 겨울용 타이어, 스노체인 등의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빙판길 운전이 어려운 후륜구동 차량은 장비를 더욱 잘 갖출 필요가 있다.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면, 최소한 스프레이 체인(스노 스프레이)이라도 트렁크에 넣고 다니는 것이 좋다.
차가 빙판길을 올라가지 못해 차를 밀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폭설로 빙판길이 된 도로상에서 스노체인을 채우는 운전자들. <출처: 연합뉴스>
빙판길 낙상 사고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어린 아이가 결빙된 노면에서 낙상을 해 죽는다. 그런데 얼음판에서 미끄러져 죽을 수 있을까? ‘정말 그렇다’이다. 2012년 겨울은 폭설과 한파가 극심했던 겨울이었다. 평년의 다섯 배가 넘는 사람들이 낙상사고를 당했다. 이 중 노인 낙상으로 인한 사망률은 65세 이상 전체 사망의 2.2%에 달했다. 손상으로 인한 사망의 17.7%나 된다. 그러니까 노인들의 경우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 다음으로 높을 정도로 빙판길에 의한 사망자수가 높다.
빙판길에서는 낙상 사고가 나기 쉽다. 특히 노인들의 낙상사고는 더욱 위험하다. <출처: 연합뉴스>
정말 길이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낙상사고가 많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보자. 2012년 12월14일 오전 6시30분부터 비가 내렸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비가 바로 길에 얼어붙었다. 이 날 총 365건의 낙상사고가 있었다고 서울시소방재난본부가 밝혔다. 이것은 서울에 처음 눈이 쌓인 2012년 12월 5일부터 13일 자정까지 접수된 낙상사고 715건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은 오전 8~9시로 113건이었다. 다음으로는 오전 7~8시 92건, 오전 9~10시 60건, 오전 10~11시 21건순이었다. 오후 들어서는 시간 당 10건 전후로 대폭 줄었다. 출근시간 전후로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의학통계를 보니 65세 이상 노인 1/3이 매년 한 번 이상 낙상한다고 한다. 노인들은 왜 자주 낙상을 입을까? 의학적으로 보면 나이가 들면 하체 근력 및 평형유지 기능이 약화된다. 아울러 조정 능력도 감소한다. 다리 힘이 약해져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운동 감각이 저하된다는 거다. 이럴 경우 반사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근육 약화로 균형 유지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경우에는 낙상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낙상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같은 신경병증, 류머티스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관절 운동 장애 등에 의해 더 쉽게 일어난다. 노인들의 경우 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혈압약 등은 균형감각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능이 많이 떨어진 노인들이 빙판길 낙상의 주 환자가 되는 것이다.
낙상 사고 예방
빙판길에는 평소보다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굽이 낮고, 잘 미끄러지지 않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출처: 연합뉴스>
노인들이 빙판길 사고를 줄이거나 막는 방법, 그리고 손상을 덜 입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빙판길이 있을 때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외출하게 될 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당연히 굽이 낮고, 눈길에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지팡이 등의 보행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호패드를 착용해 충격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겨울철 빙판길 낙상사고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몸을 따뜻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새벽에도 춥지 않도록 집안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몸이 뻣뻣해지는 아침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권한다. 신체 근력과 균형 감각을 향상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해 주면 낙상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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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