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움은 더 큰 채움이다.”라는 주제로 법문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비움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 없어지는 것,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치 방 안의 물건을 치워서 텅 빈 방을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비움, 즉 공(空)은 그런 공허함이나 결핍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과 자비와 지혜가 꽃 피울 수 있는 가장 풍요로운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마치 하늘이 비어있기에 해와 달과 별들이 빛날 수 있고, 공간이 비어있기에 우리가 숨 쉬고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야심경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말합니다.
모양이 있는 모든 것(色)이 곧 공(空)이요, 공이 곧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는 우리가 보이는 현상 세계에 집착하여 그 속에서 영원한 행복과 안정을 찾으려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실체가 없이 인연 따라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들일 뿐입니다.
그 실체 없음, 그 공(空)한 본성을 보지 못하고 그것들을 실체 있다고 고집할 때, 우리는 끝없는 집착과 번뇌와 고통의 굴레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고 비어있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 즉 광대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마음을 수많은 생각과 욕망, 걱정, 원한, 후회, 비교, 질투로 가득 채워버렸습니다. 마치 맑은 물을 담아둔 그릇에 수많은 진흙과 오염물을 퍼붓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본래 마음이 그렇게 맑고 넓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그 오염된 것들이 바로 나라고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수행의 과정은 바로 이 그릇 속의 더러운 오염물들을 걷어내고, 본래의 맑은 물, 즉 본래의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작업입니다. 그것이 바로 비움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비워야 할까요?
첫째는, 생각의 비움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그 생각들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우리는 그 생각들이 진리인 양 믿고 그것에 휘둘려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나는 부족해”, “나는 안 될 놈이야”,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다 틀렸어”라는 이런 생각들은 사실 현실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선명상에서 우리가 연습했듯이, 그 생각들을 붙잡지 말고 놓아주어야 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에 휘말려드는 것은 선택입니다.
생각을 비우는 것은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둘째는, 욕망의 비움입니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본적인 욕구도 일종의 욕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욕망이 끝없이 확장되어, 내가 가진 것만으로는 절대 충분할 수 없고, 반드시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소유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마실수록 더욱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욕망을 비운다는 것은 모든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성을 세우는 것입니다.
“꼭 이것이 없으면 안 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불필요한 욕망 하나를 비울 때마다, 우리 마음은 오히려 더 큰 평안과 만족감으로 채워집니다.
셋째는, 자기중심의 비움입니다.
우리의 모든 고통은 나라는 존재, 내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욕을 들어야 한다.”, “내가 더 잘나야 한다.”,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라는 이 아집이야말로 우리를 옥죄고 괴롭히는 가장 큰 장애입니다.
이 거대한 나라는 덩어리를 조금씩 내려놓고 비워낼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와 자비심이 생깁니다.
나를 비움으로써 오히려 나와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더 큰 채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아의 지혜입니다.
이러한 비움의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의지해오던 것, 우리가 나라고 믿어왔던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마치 발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것과 같아서, 빼내는 순간은 아프지만 그 후에야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견디고 비울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지혜로움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마치 구름이 걷히면 맑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이, 모든 집착과 번뇌의 구름을 비워낼 때, 우리의 본래면목인 깨끗하고 광대한 마음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가르치셨습니다.
“만물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기고, 인연으로 말미암아 사라진다.”
이 법칙을 깨달은 사람은 집착하지 않으며, 비움을 알고, 그래서 모든 순간에 평안하다고요.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무엇인가를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잠시 이 세상을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도, 재산도, 명예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결국은 인연 따라 만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바로 가장 지혜로운 삶의 자세입니다.
금강경의 유명한 게송이 우리에게 주는 위대한 가르침을 떠올려 봅니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의 인연 따라 생긴 모든 현상은 꿈같고, 환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도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꿈과 같이 실체가 없다는 이 가르침은 우리를 절망하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실체 없음, 그 공(空)함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이 꿈 같은 人生을 두려움 없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더 이상 무엇인가에 매여 괴로워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우 여러분, 비움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비움이 결핍이 아님을, 오히려 가장 큰 풍요로움으로 가는 길임을 믿어보십시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오늘 하루, 불필요한 걱정 한 가지를 내려놓아 보세요.
화를 내고 싶을 때 한 번의 심호흡으로 그 감정을 비워보세요.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자괴감을,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아 보세요.
그렇게 작은 비움이 쌓여갈 때,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맑고 고요한 공간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 공간에는 자비의 꽃이 피어나고, 지혜의 빛이 비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채움입니다.
비움은 소멸이 아니라, 변혁입니다.
옛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부처님의 맑고 광대한 마음과 같이 비울 때, 우리는 이미 그 안에 삼천대천세계를 다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 한마음이 곧 부처요, 법이요, 선장(禪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하셨습니다.
머무름이 없고, 집착이 없을 때, 비워진 자리에서 보리심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즉, 비움은 곧 새로운 채움, 더 큰 채움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채우려 합니다.
재물을 채우고, 명예를 채우고, 관계를 채우며, 심지어는 불안한 마음마저 무언가로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 채움은 만족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갈증과 무거움을 안겨줍니다.
빈 그릇이 있어야 밥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가득 차 있는 그릇은 더 이상 아무것도 담을 수 없듯, 우리 마음도 먼저 비워야만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법구경에서는 “마음을 깨끗이 한 이는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것입니다.
욕심, 분노, 어리석음을 비워낼 때 그 자리에 지혜와 자비, 평화가 들어옵니다.
욕심을 비우면 만족이 채워지고, 분노를 비우면 자비가 채워지며, 집착을 비우면 자유가 채워집니다.
그래서 비움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더 큰 채움을 가능케 하는 조건입니다. 마치 숨을 내쉴 때야 비로소 새로운 숨을 들이쉴 수 있듯, 비워야 새로운 삶이 들어옵니다. 분노를 내쉴 때 사랑이 들어오고, 걱정을 내쉴 때 평화가 들어옵니다. 비움과 채움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입니다.
유마경에는 “마음이 청정하면 곧 불국토가 청정하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청정해지면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곧 불국토로 변합니다.
비움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첫걸음입니다. 삶의 자리마다 비움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서로의 고집을 비우면 이해와 사랑이 채워집니다.
직장에서, 경쟁심을 비우면 협력이 채워지고, 공동체 속에서, 내가 중심이라는 생각을 비우면 화합이 채워집니다.
우리 수행의 자리에서도 비움이 필요합니다.
기도도, 독송도, 참선도 집착으로 변하면 수행이 아니라 형식이 됩니다.
“나는 오래 기도했다.”는 교만을 비우고, 오롯이 부처님께 귀의할 때 진정한 수행의 채움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비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텅 빈 마음은 허무가 아니라, 지혜와 자비로 가득 찰 준비가 된 그릇입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 하루는 작은 것 하나라도 비워보시길 바랍니다.
걱정 한 줌, 불만 한 마디, 집착 하나를 내려놓을 때 그 자리에 새로운 기쁨이 들어옵니다. 비움은 곧 채움이며, 내려놓음은 곧 얻음입니다.
“작은 그릇은 가득 차기 쉽지만, 큰 그릇은 늘 비어 있어도 넉넉하다”는 선어록의 말씀처럼, 우리의 마음이 작은 그릇이 아니라 큰 그릇이 되기를, 그리하여 늘 비어 있으되 자비와 지혜로 가득하길 발원합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도 고요히 함께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흔들림 없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뿌리내려, 삶의 모든 순간이 지혜와 자비로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기도 한 번 드리겠습니다.
모두 합장을 하시고 따라서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에게 미소와 자비의 마음을 비추게 하옵소서.
모든 걱정과 집착은 부처님께 바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현재에 살게 하옵소서."
이상으로 오늘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늘도 법문 감사합니다~
편안한밤되세요_()_
부처님 법문 고맙습니다.
마음에 새겨 행 하겠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