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보다는 훨씬 포근해졌지만, 눈 쌓인 산과 들이 아직도 찬 계절임을 말해주고 있는 날. 두리, 광규님과 함께 남한산성길에 올랐습니다. '산수초등카페' 개설 1주년 행사장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요.
두리와 광규님은 산수초등카페지기 병만님과 중학교 동창친구로서, 나는 산수초등학교 초임 교장이셨던 아버지의 딸이라는 명분으로 카페 모임에 참석할 자격을 얻었답니다.
남한산성 내에 한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효숙님의 '산성각'이 집합지였는데,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산성각도 궁금했지만 남한산성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컸습니다. 어찌 하다보니 역사의 장소이기도 했던 그곳을 이제껏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남한산성은 생각보다 넓고 번화했습니다. 알고보니 남한산성이 우리 나라 최대의 산성이고, 자연 경관이 뛰어나 등산객을 중심으로 한 방문객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곳이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한옥 형태의 음식점들도 즐비했습니다. 산성을 답사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간적인 면에서나 차림새면에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뜻한 봄날의 산행을 기약하며 '산성각'을 찾아 들었습니다.
튼실한 아름드리 기둥과 석가래, 높은 천장, 집안 가득한 향긋하고 은은한 나무향...... 마치 고관대작댁에 들어선 듯하여 한동안 집안을 두리번거렸고, 오랫 동안 떠나 있던 옛 집에 돌아온 양 온 몸에 푸근함이 가득 차 올랐습니다.
이미 도착한 회원들과 '경축 : 산수초등학교 2회 동창회 카페개설 1주년 기념 행사' 플랜카드를 내걸고, 몇 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핸드폰에선 출발을 알리거나 근거리에 다가왔음을 알리는 회원들의 들뜬 목소리가 줄지어 들려오더군요.
혼자 오기 주저주저하던 서울의 마실꾼과 비슷한 낯설음에서 벗어나 보려는듯 서로의 어깨가 닿도록 모여 앉은 충주댁들 모습이 마치 충주호에 떠있는 오리떼 같았답니다. 그러나 들어오는 사람 하나하나와 어색한 눈인사를 나눈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누가 철새인지, 누가 텃새인지 둥지가 따로 없게 되었지요.
등교길에 만나는 친구인 양, 소풍길 떠나는 배낭 맨 어린 애들인 양,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지고 웃음소리가 문밖을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마법에 걸려 버린 20여 명의 어른들은 시간도 잊고, 나이도 잊은 채 영원히 기억될 추억의 성을 쌓고 있었답니다.
언제까지나 요정 같은 맑음과 순수함이 영원하길 기원하며......
첫댓글 산수초와 인연이 있는것은 산수초 졸업생 친구(여 중학동창 )와 아주 가까운 면도 있지만 산수초등 교정을 여러번 가 보았다는데 있지요.아담하구 정겨운 학교 였어요.운동회 날이면 마을 어른들까지 전부 모여서 즐기구요(애구~내가 시방 뭔소리?.ㅎㅎ 뭘 안다구..ㅎㅎ) 지금은 군 부대가 들어서 교정이 없어졌지만..
인심도 좋구 사람들도 선하고..그래서 그런지 산수회원님들이 낮설지가 않아요.
글 읽으면서 넑 나간 사람 처럼 앉아 있었읍니다. 그날을 떠올리면서 ... 충주님들께서 같이 자리 해주셔서 더욱더 빛이 났읍니다. 고마웠읍니다. 따뜻한 봄날 언제 한번 시간을 내보세요.
효숙님~그날 수고많으셨죠? 내외분의 첫인상이 넘 좋으셨어요..담에 저두 꼭 다시한번 가볼참입니다...^^
저 역시두 마니망설이다 참석하게된모임이었지만 도착해서는 진짜 오길잘했다는 생각이 가득햇답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들과 마치동창인듯 편안함을 느끼게해주시던 산수님들의 따뜻함이 아직까정두 잊혀지질않네요... ^^
네에 그래요 마실꾼님은 가까우니까 수일내로 시간 한번 만들어 보자구요.전 주중에 내면 더 좋은데 되실런지 ㅎㅎㅎ
봉당님 두리님 마실꾼님 정말 오셔서 잼있는시간이 되었다니 정말감사합니다 ~~지는 급한일이 생겨서 참석은못했지만 충주님들께서 즐겁게 보내셨다니 다행입니다 지두 담에는 절대루 불참하지않을꺼구만유 ~~~
네~그러셔요.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