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지고개~스무네미고개 총 29km
맥없이 끊긴 판개울 건너 갑비고차로..
구르지고개4.3(90)원적산3(50)아나지고개1.7(30)천마산2.6(45)중구봉1.2(20)장맹이고개1.4(35)계양산3.3(60)꽃뫼8.8(100)할매산9(100)
가현산2.1(40)스무네미고개
*산행거리표 보는 법
1.지명의 표시 중 ▲는 확인한 삼각점, △는 삼각점이 없거나 확인하지 못한 봉우리, △°는 비껴 지나는 봉우리, ≡≡는 포장 국도, ===는 포장 지방도, ――는 포장 임도, --는 비포장 임도 또는 소로나 등산로를 뜻한다.
2.화살표 위의 숫자는 도상거리(km)를, ( )에는 실제 산행시간을 표시했다. 이 산행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한 평균속도를 기준으로 했으며, 날씨와 인원수, 대원들의 몸 상태, 짐의 무게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3.화살표 아래의 알파벳은 구간 등산로의 상태를 나타낸다. A는 가장 좋은 상태, B는 좋은 상태, C는 길이 거의 없는 상태, D는 위험한 길을 뜻한다. 이 등산로의 상태 역시 계절과 날씨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산행길잡이>
>> 계양산 정점으로 동서 가르는 인천 마루금
인천에 접어들면서 미약해졌던 산줄기는 계양산(395m)을 잠시 일으키며 인천을 빠져나간다. 여섯 번째 구간은 구르지고개를 출발해 경인고속국도 서인천나들목을 건너 천마산과 징맹이고개, 계양산, 꽃뫼, 신공항고속국도를 거치고 할매산, 가현산을 넘어 스무네미고개까지 지도상 29km. 전통시대 부평도호부의 영역에 해당하는 이번 구간은 능선의 동쪽으로는 부평도호부의 마장면(효성동)과 부내면(계산동)이, 서쪽으로는 석곶면(가정동)과 모월곶면(연희,백석동)이 자리하고 있다.
계양산을 정점으로 동서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6구간 산줄기는 마루금 곳곳에서 서해의 광활한 간척지와 멀리 영종대교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지를 제공한다. 산줄기는 위치상 인천의 중앙부를 관통하면서 인천 시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어 등산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 구간과 마찬가지로 마루금 곳곳에 군부대가 유난히 많다. 원적산에서 중구봉으로 가는 길은 마루금 오른쪽 사면이 군부대 사격훈련 대상지기 때문에 가급적 오전 이른 시간 산행을 피한다. 식수는 여섯 번 정도 지나게 되는 도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6구간 총 도상거리는 29km, GPS로 확인한 실 주행거리는 35km 조금 넘는다. 지도를 펼쳐놓고 미터기로 잰 거리는 오르내림이 많은 실제 산행거리보다 짧다. 6구간 산행은 검단지구 마전동 구간 외에는 길 찾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겨울철 산행임을 감안, 이틀에 걸쳐 산행해야 하는 거리이다.
*길 찾기 주의할 곳
아나지고개에서 천마산(226m) 오름길 들머리는 한신빌리지에서 이어지는 육교에서 도로변을 따라 하나아파트 입구를 지나 주유소 옆 절개지를 따라 오르고, 4차선 도로인 98번 지방도 백석동에선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언덕으로 오른 뒤 잠시 내려섰다 공장 사이로 난 길을 따른다.
또 할매산에서 마전동 천주교묘지로 이어지는 능선과 문고개 구간을 유의한다. 당하지구~검단우회도로간 도로가 가로놓여 있어 할매산 정상에서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넌 뒤 철재 고물상 오른쪽으로 아파트를 두고 천주교묘지 능선을 따른다. 이후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완정초등학교 옆으로 내려서면 문고개다. 검단사거리에서 완정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검단신도시 개발로 이미 대단위 아파트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이어지는 검단고등학교 부근의 아파트 건설부지 펜스를 가로질러 낮은 구릉을 올라선 뒤 검단고교 앞 횡단보도로 내려선다. 이미 마루금의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마루금은 영진아파트 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기점으로 가현산으로 이어진다.
*교통과 기점
출발지점인 구르지고개는 국철 1호선 백운역, 도착지점인 스무네미고개(금곡동 버스종점)와 인천과 김포를 연결하는 98번 4차선도로 백석동은 인천버스 7번을 이용한다. 중간지점인 징맹이고개는 부평역에서 계산동과 검단지구를 오가는 1번 버스를 이용한다.
<종주르포>
산은 언제나 정상을 뜻하지 않는다. 산경원리에서 산의 개념은 산자락에 위치한 들판까지를 포함해 하나의 이름으로 인식한다. 산을 역사와 문화를 창조한 모태로 믿어온 선조들 때문만이 아니라 모든 산줄기는 물줄기와 생활, 언어를 가름하고, 결국 크고 작은 산과 길고 짧은 산줄기가 우리를 낳고, 살게 하고, 때로는 편안한 쉴 자리를 제공해왔다. 이렇듯 모든 일이 우리 문화의 원형을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시작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면 당연히 그 중심에는 우리의 산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 구간 도착점인 구르지고개 아래 토속음식점 ‘밤나무집’에 집결한 종주팀 4명은 간단한 구간 설명을 마치고 들머리를 찾아 나섰다.
갑비고차(甲比古次)를 향해
십정동에서 화랑농장으로 이어지는 옛길로 한국전쟁 이후 생선장수와 소금장수들이 많이 넘었다는 구르지고개. 임도인 이곳을 출발해 20여분 지나 인천 가좌동에서 부평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장고개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지도상의 지명조차도 잘못 표기되거나 명확치 않은 곳이 많았다. 인천만 해도 철마산이 세 개나 되니 산봉우리마다 올바른 지명을 찾아주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철마산을 남북으로 나누어버린 한일초교 앞 도로 넘어 산 정상엔 주민들이 원적산(211m)이라고 쓰여진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주민들의 우리 산 사랑을 잠시 뒤로 미룬 채 철마정에 오르니 경인고속국도 서인천나들목이 눈에 들어온다. 가정동 한신빌리지 놀이터를 지나 육교를 건너니 아나지고개다. 천마산 골짜기 물이 급류로 청천내를 이루어 동쪽으로 흘러갔는데 이곳에 기러기 떼가 많이 앉으니 '기러기가 내려온 못' 이라고 하여 '안하지'라 불린 못이 있었다 한다. 규장각에 보존된 부평부 지도에는 이 고개가 '구십현'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조선의 이태조가 새 도읍지를 물색할 때 골짜기가 백 개라야 하는데, 이 '안하지' 골짜기가 구십 번째가 되므로 '구십현'이라 불렀다고 하며, 한때 세미를 서울 경창으로 운반할 때 이 '안하지고개'를 통과하였는데, 이 고개에 주막이 있어 주모의 이름이 안아지여서 이 주모 이름을 따서 '안아지'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육교 아래 도로변을 따라 가면 하나아파트 입구 알림판이 보이고 주유소를 지나 절개지 등로를 들머리로 오른다. 송전탑을 지나면 낯선 문구의 표지기가 눈에 들어온다. '한남정맥을 넘어 갑비고차로.' 갑비고차는 강화의 옛 지명이다. 한남정맥 마루금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끄트머리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올라서면 천마의 말발굽 자욱이 있는 마제석과 천마의 전설이 서린 천마산(226m) 정상이다.
정상에는 초소가 있고 서해의 광활한 간척지와 멀리 영종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는 안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효성동 뒷산인 중구봉까지 마루금이 곡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고려시대 불교행사인 중구절(9월 9일) 의식을 치루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구봉을 내려서 길마재와 돌탑을 지나면 인천에서 가장 높고 긴 고갯길로, 백제시대부터 공촌동 일대의 소금을 서울로 실어 나르던 통로로 활용되던 징맹이고개(경명현)다. 징맹이고개란 매를 징발한다는 징매에서 나온 말로 고려 중엽 매사냥이 성행하던 시절 매방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얻은 지명이다. 계양산 오름길인 가파른 절개지 사면을 눈 앞에 두고 종주팀은 잠시 휴식을 갖고 다시 등산화 끈을 고쳐 맨다. 한남정맥 종주가 우리가 사는 땅의 등줄기를 밟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면 당연히 능선의 마루금을 놓치지 않는 데 그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할 수는 없는 노릇, 300미터 가량 우회해 올라간다. 산성의 흔적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중심성지 알림판 위로 급경사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을 지나고 대동여지도에 안남산으로 기록되어 있는 계양산(395m) 정상에 선다.
흉물스런 군부대 중계소 철탑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정상엔 나무의자 등으로 쉼터를 만들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맘때부터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계양산이다. 인천 생태계의 보고이자 인천의 상징인 계양산은 위치상으로도 인천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고, 정상에 오르면 한강과 서해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매주 1만여명의 등산객이 찾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계양산은 인천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와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바로 그 계양산에 골프장 건설이 인천시와 롯데그룹에 의해 추진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십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계양산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에게 의해 번번이 저지당했지만 땅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건설뿐 아니라 관할구청인 계양구청, 그리고 인천시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 심각성이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천시민의 80퍼센트 이상은 골프장 건설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지만, 골프장 건설 계획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계양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개발제한구역인데다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비교적 숲이 우거져 있다. 다시 헬기장으로 되돌아 나와 북서쪽으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작은장리고개를 지나 꽃뫼길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이름만큼이나 호젓한 능선길이다.
소개전투사격장 앞을 지나 133미터 높이의 작은 봉우리인 꽃뫼를 넘어서면 산행의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이 종주팀을 가로막는 공항고속도로와 굴포천방수로와 맞닥뜨린다. 게다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가 올 3월 개통해 지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어렵지 않게 가로지르던 구간이지만 지금은 횡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회를 위해 절개지 등로를 타고 내려와 목상교 아래를 지나 임시가교인 목상가교를 건넌다. 이 다리를 통해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하는 2단계 굴포천방수로 건설 공사차량이 쉴새없이 현장으로 드나들고 있었다.
굴포천방수로에서 물을 건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미술시간에 그리던 산이나 '무슨 무슨 산의 정기를 받아∼'로 시작하는 교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교육도 결국 산의 정기를 받고, 산을 표현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100여년 전 일본 지질학자인 '고토분지로'가 산줄기가 아닌 지질구조선을 근거로 내놓은 산맥의 개념을 제대로 걸러내지도 않은 채 사용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우리 고유의 산경원리를 현지에서 확인하고 분명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번 종주의 의미지만, 거대한 규모의 굴포천방수로를 건너니 조금 맥이 빠진다. 그야말로 판개울이다.
이 사업은 지난 1988년 다시 시작한 경인운하사업으로 서울 행주대교와 상습 홍수피해구역인 인천 시천동까지 18킬로미터를 폭 100미터 수로로 연결하는 초대형 치수 사업인데, 경제성 논란으로 방수로 사업으로 전환됐으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고 흉물로 방치돼 오는 등 부침을 거듭하다 굴포천 유역의 항구적인 치수대책사업으로 바꾸어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 침수 피해를 완전 해소하기 위한 사업으로 오는 2008년까지 끝낼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맥없이 끊어진 마루금을 잇기 위해 도로를 따라 한참을 돌아가는 길이다. 둑실마을 입구 알림판을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들머리를 다시 잡는다. 이 마을은 조선 선조 때 부평도호부사 심신겸이 퇴임 후 이곳 황무지에 낙향하여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개간을 하는데, 의로서 합동 단결하자는 깃발을 만들어 꽂고 농경에 힘써 마을 이름도 그 뜻을 담아 '둑실'이라 했다고 한다. 산실은 각개전투교장을 지나 철조망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서면 인천과 김포를 연결하는 4차선도로에 닿는다.
한진고등학교 언덕을 넘어 도당굿을 벌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도당재를 기점으로 낮은 언덕을 올라서면 백석마을 뒷산인 골막산이다. 산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낮은 해발 105미터 높이다. 능선을 내려서면 수도권매립지와 연결된 쓰레기도로가 종주팀을 가로막는다. 골프연습장과 이어진 이 고개는 종알거리며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종알고개.
골프연습장 왼쪽 절개지를 치고 올라가면 완만한 능선길이다. 곧바로 21번 철탑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언덕을 다시 오르면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할매산 정상. 할매산에서 마전동 천주교묘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당하지구∼검단우회도로간 도로가 가로놓여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철재 고물상 오른쪽으로 아파트를 두고 천주교묘지 능선을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 내려서면 검단사거리에서 완정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임진왜란 때 성문 노릇을 했다는 문고개를 만난다.
이곳에도 4차선 도로가 지난다. 550만평의 검단신도시 예정지지만 이미 대단위 아파트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검단고등학교 부근의 낮은 구릉을 지나 방아지고개에는 각종 공사로 마루금의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남아 있는 현대아파트 뒤편 미약한 능선마저도 도로개설을 위해 굴삭기로 파헤치고 있다. 영진아파트 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가로질러 궁도장인 현무정을 올라서니 서낭당고개로 이어지는 한적한 능선이다.
가현산 줄기 빼어난 경치 자랑
능선의 형태는 다양하다. 작은 계곡의 합수점을 향해 곧장 떨어지며 짧게 끝나버리는 지능이 있는가 하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수백 킬로미터의 대능선도 있다. 그러나 사라진 능선을 찾아나서는 일은 대능선보다 작고 볼품없는 지능이기 때문에 더 소중해 보인다.
서낭당고개에서 작은 가현산이라고도 불리는 사자봉산으로 오르는 능선은 제법 가파르다. 이제야 이번 구간에서 가장 빼어난 조망권을 자랑하는 가현산 줄기에 발을 들여놓은 셈. 가현산은 안성 칠현산에서 김포 문수산에 이르는 192킬로미터의 한남정맥 후반부 구간 중 마을 사람들의 산사랑이 가장 끈끈하게 배어 있는 곳이다. 20여년 전부터 가현산사랑회 등을 중심으로 산 정상에 제단과 쉼터, 안내판 등을 설치하며 산을 가꾸어 왔다. 종주팀은 묘각사 입구를 지나 가현산 팔각정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모처럼 산행의 여유를 즐긴다.
필봉산을 거쳐 대포리와 구래동을 잇는 스무네미고개는 4차선 도로가 지난다. 중앙 분리대가 설치된 고갯마루에는 대전차방어벽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동물이동통로로 이용될 수 있으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텐데, 이번 6구간에서 만난 여섯 번째 도로의 모습이다.
버릇처럼 지도를 펼쳐 마지막 7구간까지의 거리를 감안해 이곳을 6구간 도착지점으로 한다. 이제 한 구간 남았다.
첫댓글 자료를 올려줘 참고가 많이되네 , 매번 수고가 많으시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