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금정 뉴타운…15개 구역 중 순탄한 곳이 없다서·금사 재개발 지지부진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2016.05.15 19:00
- 2007년 재정비구역 지정 뒤 표류
- 갈등 탓 주민 50% 동의 못받은
- 부곡·회동 8개 구역은 지정 해제
- 남은 7곳도 조합 설립 1곳뿐
- 도로 등 인프라 부족해 분양 부담
- 2년 동안 나서는 시공사 없어
- 제2센텀·뉴스테이로 돌파구 기대
2007년 부산 금정구 일대에 대규모로 지정됐던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서·금사·부곡·회동동 일대 총 15개 구역이던 재정비촉진구역은 이미 8개 구역이 지정에서 해제돼 이제 7곳만 남았다. 해제 이유는 50% 이상의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조차 세우지 못해서다. 남은 7개 구역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이 중 유일하게 조합 설립을 마친 6구역도 약 2년 동안 시공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제2 센텀시티 조성과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 등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5일 부산 금정구 서동 금정여고에서 내려다 본 서금사 뉴타운 전경.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했지만 개발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15개 구역으로 출발했으나 일부가 뉴타운에서 해제되고 지금은 7개 구역만 남았다. 서정빈 기자■지정할 땐 언제고 이제는 해제
부산시는 2007년 5월 이 일대 152만㎡를 15개 구역으로 나눠 서·금사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했다. 2009년에는 재정비촉진계획이 고시돼 총 4개 동에 2만6000여 세대 대규모 뉴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2011년까지 A(1·3)·5·6·10구역이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특히 6구역은 2014년 6월 조합 설립도 마쳤다. 해당 지역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를 받으면 추진위, 75%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구역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뉴타운 지정 4년이 지난 2011년까지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자 정부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지정 해제를 추진했다. 이 법에 따라 2014년 1월까지 추진위를 설립하지 못한 7, 8, 9, 11, 12, 13, 14, 15구역은 뉴타운 사업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부곡·회동동은 사업에서 빠지게 됐고, 서·금사동 일대 72만2309㎡ 지역만 남게 됐다. 세대 수도 애초 2만6910세대에서 1만3859세대로 반 토막이 났다.
현재 서·금사지구에서 존치 구역(뉴타운 추진 계획이 없으나 주거환경 개선 목적과 지정 구역과의 연결성 때문에 해제하지 않은 구역)인 2, 4구역을 제외하면 실제 뉴타운 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A(1·3), 5, 6, 10구역 등 5곳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도시·주거환경법을 한 차례 더 개정했다. 이 때문에 이미 조합이 설립된 6구역을 제외한 3개 구역도 2020년 3월 1일까지 추진위에서 조합 전환을 못 할 경우 자동으로 해제된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
정부가 2007년 서·금사·부곡·회동동 일대를 뉴타운으로 지정했을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지역은 1960년대 정책 이주 촌으로 도로가 좁고 건물이 노후돼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기본적으로 덩어리가 너무 크다. 수천 세대를 일반 분양해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약 2년 전 조합을 설립했지만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6구역도 마찬가지다. 6구역은 10만여 ㎡ 면적에 약 2800세대의 규모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6구역 조합은 이 가운데 800여 세대는 원주민이 재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2000세대는 일반 분양을 통해 팔아야 한다는 소리다.
인프라가 좋은 곳은 일반 분양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일대는 도로가 좁고 낙후된 이미지 탓에 일반 분양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금정구는 도로 인프라를 개선할 목적으로 뉴타운 지역을 가로지르는 서동로 확장 사업을 추진했다. 뉴타운교에서 금사사거리까지 2.2㎞ 구간의 도로를 약 3300억 원을 들여 폭을 넓히는 공사였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예산 문제로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제2센텀·뉴스테이에 마지막 희망
낙후된 서·금사 지역의 개발을 원하는 주민에게 '제2 센텀시티' 조성 추진 소식은 뜻밖에 낭보였다. 제2 센텀시티는 부산시가 해운대구 반여·반송동 일원 208만㎡에 1조 5300억 원을 투입해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지정계획 승인도 받았다.
조합과 추진위는 제2 센텀이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서·금사 지역 뉴타운 사업도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지역이 반여동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배후 주거단지로 주목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6구역 조합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부담스러운 일반분양이 아니라 임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6구역 조합 김정기 업무이사는 "제2 센텀이 조성되면 이 지역에도 주택 임차 수요가 늘 게 된다"며 "여기에 뉴스테이를 통해 미분양 리스크를 해결한다면 힘들었던 뉴타운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서·금사 재정비촉진사업 추진 경과
2007년 5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15개 구역)
2009년 5월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
2010년 3월
서동로 확장 실시설계 용역
2010~11년
A(1·3)·5·6·10구역 추진위 승인
2014년 6월
6구역 조합 승인
2015년 1월
정부, 서동로 확장 예산 지원 중단
2015년 3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8개 구역 해제)
2016년 4월
국토부, 제2 센텀 지정계획 승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