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다234553 판결
[부인의소][공2023하,1902]
【판시사항】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 당시 수익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수익자)
[2]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수익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지가 문제 되는지 여부(소극) /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에서 정한 고의부인의 행사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갑이 을에게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부동산을 매도한 후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갑의 파산관재인이 위 매매계약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의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부인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관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을이 부동산 매수 후 취한 행동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은 매매계약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사정만으로는 을의 선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데도, 을의 선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에 따르면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하여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를 부인할 수 있다. 다만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가 행위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부인할 수 없으나, 그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2]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는 수익자의 선의 여부만이 문제 되고 수익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법리는 사해행위취소소송과 실질을 같이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에서 정한 고의부인의 행사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3] 갑이 을에게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부동산을 매도한 후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갑의 파산관재인이 위 매매계약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의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부인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갑과 을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가 을의 광고를 통하여 알게 된 관계인 점,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및 이를 뒷받침하는 거래내역, 을이 부동산 매수 후 취한 행동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은 매매계약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통상 급매물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 매매대금으로 위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들의 피담보채무를 충분히 변제할 수 있었던 점, 위 부동산에는 근저당권 외에 갑이 다른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의심할 아무런 근거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을이 갑으로부터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사정만으로는 을의 선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데도, 을의 선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2]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56637, 56644 판결(공2011하, 2351)
[2]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채무자 ○○○의 파산관재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명준)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3. 4. 19. 선고 2021나790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은 2019. 2. 26. 피고에게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부동산인 인천 미추홀구 (주소 생략) 빌라 (동호수 생략)(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9. 4. 2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은 2019. 9. 19. 인천지방법원 2019하단1001272호로 파산신청(이하 ‘이 사건 파산신청’이라 한다)을 하였고, 2020. 6. 26.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91조 제1호의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 즉 고의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부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하여 채무자회생법상 부인대상 행위이고,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되는데, 피고가 선의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의 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1호에 따르면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하여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를 부인할 수 있다. 다만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가 그 행위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부인할 수 없으나, 그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56637, 56644 판결 등 참조).
한편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그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는 수익자의 선의 여부만이 문제 되고 수익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사해행위취소소송과 실질을 같이하는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1호에서 정한 고의부인의 행사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1) ○○○은 2019. 2.경 생활정보지인 ‘벼룩시장’에서 ‘아파트 싸게 파실 분’ 연락 달라는 광고를 보고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의사를 타진하였다.
2) 당초 ○○○은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85,000,000원에 매도하려고 하였으나 피고는 80,000,000원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고 하여 매매계약이 결렬될 뻔하였으나 ○○○과 피고는 매매대금을 82,000,000원으로 절충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3)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에는 2016. 11. 30.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한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채권최고액 79,800,000원으로 된 근저당권이, 2018. 10. 23.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한 근저당권자 소외 1, 채권최고액 15,000,000원의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고, 위 소외 1을 전세권자로 한 전세금 5,000,000원의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을 뿐, 가압류 등 채무자의 다른 신용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등기는 없었다.
4) ○○○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 피고에게 위 각 근저당권과 전세권의 피담보채무가 합계 77,000,000원 정도 된다며 각 채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에게 이를 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다.
5) ○○○과 피고는 2019. 2. 26.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피고가 공인중개사 보조원이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비치된 매매계약서 서식을 이용하여 당사자 간 직접 거래 형식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다만 위 매매계약서상 매매대금은 82,000,000원이 아닌 110,000,000원으로 기재하였는데 이는 향후 전매 시 부과될 양도소득세나 대출 등을 고려하여 양 당사자 간 합의로 매매대금을 높여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은 “매매대금을 높여 신고한 것에 대하여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며 이를 어기면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피고에게 작성해 주기도 하였다.
6)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계약금 500만 원을 현금으로 ○○○에게 지급하였고, 2019. 4. 26. 나머지 매매대금 77,000,000원 중 대부분을 근저당권 등의 피담보채무를 직접 변제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등록세 1,819,326원을 자신의 비용으로 납부하기도 하였다.
7) ○○○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약 7개월이 경과한 후인 2019. 9. 19. 이 사건 파산신청을 하였다.
8)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뒤 11,730,000원을 들여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하였고, 2019. 11. 11. 소외 2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보증금 30,000,000원, 월 차임 30만 원, 임대차기간 2021. 11. 11.까지로 정하여 임대하기도 하였으며, 이후 소외 2가 이직 등의 문제로 임대차기간 만료 전 이사를 간곡히 요청하여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2020. 7. 8. 소외 3에게 매도하였다.
다. 이와 같이 ○○○과 피고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가 피고의 광고를 통하여 알게 된 관계인 점, ○○○과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및 이를 뒷받침하는 거래내역,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 매수 후 취한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통상 급매물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 매매대금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들의 피담보채무를 충분히 변제할 수 있었던 점, 이 사건 부동산에는 위 근저당권들 외에 ○○○이 다른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의심할 아무런 근거도 없었던 점 등을 두루 고려한다면 피고가 ○○○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선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의 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인권 행사에 있어서 수익자의 악의 추정 번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선수 오경미 서경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