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빈집은 골똘했다 균열이 진행된 문과 문틀의 소문은 예민한 풋잠을 잔다 경첩에서 가끔 끊어질 듯 들리는 울음소리 습기 있는 날은 유난히 들떠 삐걱거리는 소리가 잦았다 아픔이란 대부분 문 안의 일이어서 닫힐 때보다 열릴 때 더 선명해진다 어떤 날은 근처 동물원을 탈출한 곰과 사슴이 숨어들기도 했다 열지도 그렇다고 닫지도 못하는 난감한 문 오갈 곳 없이 질주하던 소리들이 문틈에 끼어 어슬렁거렸다 턱까지 차오르던 숨결은 턱 앞에서 꿈결처럼 흘렀다 곰은 가을을 지나 겨울잠을 꼬박 눈뜨고 이듬해 봄까지 서성였다 문은, 어느 쪽에서든 불안의 영역이다 그늘을 압축한 기둥들은 감정이 풍부했다 장마철엔 집이 퉁퉁 붓기도 해 햇살을 찾아 출혈과 지형이 옮겨 다녔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집 오직 경첩에만 득실거리는 소리들 이 생에선 극구, 여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