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스럽다
최명애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우즈베케스탄으로 발령이 날 것 같은데 결정에 갈등이 생긴다는 소식이다. 속히 결정해야 할 일이기에 아직 젊으니까 해외에서 생활해 보라고 권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와 시차는 4시간이고 비행시간은 7시간 정도이다. 언어는 영어권이 아니고 러시아말과 우즈베키스탄어를 사용한다 다행히 사람들이 순하고 한국인을 좋게 본다고 하니 마음은 놓인다. 물가는 우리나라의 8분의 1 수준이고 한국인 상점과 식당이 많이 들어와 있어 생필품 구입은 불편이 없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자녀 교육은 국제학교를 통해 영어로 모든 것을 배운다
아들은 회사 일로 4월에 먼저 출국했다. 큰 이삿짐은 한국에서 정리를 하고, 가지고 갈 짐은 포장해서 해외 운송으로 먼저 보냈다. 짐이 도착하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햇다. 아들이 가족들이 살집을 알아보는 동안 손자와 며느리는 한국에 더 머물러야 한다. 회사 일 처리하라 가족을 위한 문제들 해결하랴 낯선 타국에서 일 처리 하느라 힘들 텐데 내색 없이 가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며느리와 손자는 그곳의 학기에 맞추어 8월에 우즈베키스탄으로 간다. 며느리는 서울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등·하원을 시켜가며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말없이 살림살이 정리까지 하는 걸 보니 대견하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로운 곳을 구하여 세를 주고 간다고 했다.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다. 이사한 경험도 없고 집을 사고팔아 본 경험도 없으니….
“어머니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집이 팔렸어요. 서울로 한번 올라오시면 함께 집 구하러 갈까 해요.” 며느리의 전화다. 며느리의 부탁을 받고 바로 서울로 갔다. 마중 나온 며느리와 여기저기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갔다. 맞는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세를 끼고 있는 집은 보여 주지 않는다. 또 관심을 보이면 가격을 올려버린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조급해 온다. 5일째 되는 날, 연락을 받고 갔다. 첫날 포기했던 집이었다.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결정을 하기로 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팍팍한 서울살이를 잘 헤쳐 나가는 모습들이 대단하다. 며느리는 어머니 덕분에 해결했다고 감사하다며 나를 안아준다. 자식이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행복하다.
아들이 휴가를 얻어 식구들을 데리러 한국에 왔다. 모든 서류를 마무리하고 가족들이 함께 간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보내고 집안 뒷정리를 도와주려고 서울로 올라왔다. 떠나는 날 눈물이 나와 아이들을 바로 바라보지를 못했다. 두 녀석을 안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눈이 동그래진다. “잘 가거라 가서 건강히 잘 있다 오너라” 떠나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몇 달간의 바쁜 시간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가는 아들 식구들이 안타깝지만 대견하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아들네 소식을 가끔 sns로 전해 듣는다. 말도 다르고 모든 곳이 어색하고 힘이 들 것이다. 젊으니까 잘 헤쳐 나가리라 본다. 주변 관광지나 놀이시설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차츰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언어는 번역기를 이용해서 잘 헤쳐 나가는 것 같다. 시장이나 마트, 식당 등을 다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추석에는 단골 한식집 사장님의 초대를 받아 명절 음식을 대접받았다고 한다. 갖가지 나물을 담은 비빔밥과 전을 예쁘게 담은 사진도 보내왔다. 소박한 명절 상차림이지만 따뜻한 정을 가슴으로 느꼈으리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음식을 나눠 준 한국식당 사장님이 감사하다.
유치원생 큰손자는 1학년 입학을 하고 작은손자는 유치원에 들어갔다. 둘 다 월반을 한 것이다. 선생님 말씀도 못 알아듣고 아이들 말도 못 알아들으니 큰손자는 한 달 정도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종일 있다 오는데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니 참 안타까웠다.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니 배운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지금은 수업에 참여하여 묻는 말에 대답하고 학교 행사에 어울려서 한국 대표로 태권도 발표 연습도 하며 잘 적응하고 있단다. 4살인 작은 손자는 그냥 한국말을 하면서 놀고 오는데 재미있다고 한다. 얼굴 모양도 다르고 말도 잘 못 알아들어도 밝게 생활하며 적응하는 녀석들이 대견하다.
며느리는 한국 학부모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차도 나누어 마시며 어울리고 있다했다. 다행히도 거기서 1년반 정도 생활한 초, 중, 고 동창을 만났고, 정보도 많이 알려주고 시장도 함께 다닌다니 정말 다행이다. 타국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힘이 든다. 아들은 출장도 잦고 손님맞이도 해야 하고 책임자의 임무까지 맡아서 바쁘게 하루를 보낸단다. 언어가 자유롭지는 않지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현지 직원이 있어 함께 해 나간다고 한다. 그래도 한국어처럼 유창하지 않으니, 신경이 많이 쓰일 거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곳에서 적응하는 아들 식구들이 대견하다. 주로 카톡으로 대화하고 사진으로 아이들 소식을 알고 있다. 영상통화로 한 번씩 얼굴을 본다.
힘은 들겠지만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잘 적응하며 새로운 언어와 문화 익히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도전하고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면 보람있는 나날이 될거라 믿는다. 오늘도 어린 손자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지혜롭게 잘 자라기를 기도 한다.
첫댓글 젊은 세대는 그들 나름데로 멋있게 살아가겠지요~우리도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요^^
이국생활을 적응해나가는 모습에 인상깊었습니다 잘헤쳐나가리라 생각됩니다
젊은 날 고생은 사서 하기도 합니다. 즐거운 일이 될 겁니다. 늘 기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