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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강남에 있는 모 마트에서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는 청년입니다.
예전에는 근사하게 양복도 입고 실내에서 하는 일을 했지만 주.야가 바뀌는 생활에 몸이 지치고 하여 관두고
예전에 잠시 일했던 마트에서 배달을 하고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생수며, 쌀, 수박을 들고 날라야하는일이 고되긴 하지만 주간에 일하고 야간에 쉰다는건
행복한것이더군요 마트는 오래되서 그런지 단골도 많고 가까운곳에서 살다가 멀리 대치동이나 논현동까지 이사간
분들이 배달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쨌든 장사는 몇년전보다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게 전에는 배달사원들 밥먹을때 교대로 12시부터 한시가지 한시부터 두시까지 먹었는데 이제는
12시되면 죄다 밥을 동시에 먹으러가야하고 밥먹고나서 한시까지 쉬는게 아니라 밥먹고 그냥 바로 배달일
가야하는 정도로 바빠요 그리고 배달이 밀리면 12시30분에 밥을 먹기도 하고요
장사가 잘되면 직원이 늘어나야하는데 어떻게된게 배달사원은 그대로더라구요
-_-;
사장님은 뭘 생각하는건지...-_-;;
어쨌든 하루 일과는
배달일은 8시40~9시 사이에 출근하면 가게에 들여놨던 오토바이를 바깥으로 빼고 바닥 청소하고
그날그날 팔아야할 청과-과일,야채-를 내립니다. 트럭에서 물건내리고 진열대별로 떨궈주고나면
본격적인 배달업무가 시작이죠
근처에 아파트가 많고 빌라들도 많은데 근처 큰 아파트단지는 오토바이가 단지내부로 들어갈수 없어서
아파트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물건을 직접 들고 단지를 가로질러 가거나 해야합니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죠 요즘같은 폭염에는 삼다x 두박스 들고 열걸음 가기도 힘듭니다.
이런 날씨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다는건 정말 지옥불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오토바이 헬멧쓰는건 당연한일이고 퀵배달 하는 분들은 장갑에 헬멧에 보호대까지 다 하고 달리지만
저희가 보기엔 그 분들이 엄청 대단한거고 저희는 그런거 쓸 엄두조차 못냅니다.
당연히 써야하는거지만 덥고 힘들다는 핑계를 대는거죠 게다가 가게 상무나 사장도
"더운데 헬멧 쓰지마라....대신에 좀 천천히 달리라"....고합니다.
오히려 배달원들이 안쓰려고하면 쓰라고 강제를 해야하는게 사장이고 상무인데 그 반대로 돌아갑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뭐 저희는 덥고..귀찮으니 안쓰겠다....상무나 사장은
"머...천천히 달리면 괜찮다니까.."..
하며 유야무야 넘어가는거죠 사실, 저도 헬멧을 쓰긴했는데 가게안에 비치된 헬멧 상태가 너무 개판이라
쓸 엄두도 안나더라구요 -압축 스티로폼하고 헬멧 뚜껑하고 분리, 윈드쉴드 파손-....새거 사줄 생각도 안함
며칠전 뉴스를 보니 오토바이 폭주..어쩌구 하면서 기사가 나오더군요
나름 제 생계와 관련있다보니 관심있게 지켜봤는데요
뭐 댓글들이 대부분 비난 일색이더군요
네, 죄송합니다.
저도 그 뉴스에 나온 사람들하고 똑같습니다.
차선위반, 신호위반, 역주행, 인도주행, 과속, 깜박이 안켜고 막 들이대기 끼어들기...
아마 벌금만 내라고하면 제 한달치 월급 죄다 벌금으로 쏟아부어도 모자랄꺼에요
뭐 저희가 잘했단 소리가 아닙니다.
저희에게 면죄부를 달라거나 그러는거 절대아닙니다.
잘못한건 잘못한거고 나쁜건 나쁜거니까요
차모는 분들은 안바빠서 신호지킬꺼 다 지키고 교통법규준수하면서 운전하시겠습니까....그분들도
맘같아선 그냥 브레이크 안밟고 악셀레이터 신나게 밟으면서 교통체증없이 달리고싶으시죠
그런데 왜 배달족들은 그리 험하게 달리느냐....이거를 한번 되짚어볼려고합니다.
보통 마트에는 피크타임이 있습니다.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까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가 절정인데요 이때는 배달물량이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1인당 4집씩 돌아다녀서 3명이 출발해도 갔다오면 나간 물량만큼 물건이 쏟아져나오죠
전화로 주문하는 분, 직접와서 이것저것 사서 배달해달라는분....등등
물건도 가지가집니다.
정육, 세제, 생수, 과일, 과자, 술(이건 올림픽 개막하고나서 배달량이 급격히 늘었어요).....
경우에따라선 우선순위로 배달해야할것도있고-아이스크림같은거-
깨지면 안되는거-계란, 수박-도 있어서 배달할곳은 많은데 과속방지턱에 윽, 하는순간 깨지면 고객한테
불만에 반품들어오면 말짱 헛일이라..걷는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배달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계란같은건 배달 안된다고 직접 들고가야한다고 하는데 사장은 별로 조치를 안해줍니다.)
뭐 맥주병이나 소주병은 무겁기도 하지만 깨지면 다른 상품들에게까지 위험하므로 절대 주의를 요하지요
경우에따라선 시원하게 보관된걸 가져오라고 해서 무더운 날씨에 뜨뜻한 맥주가 되지않도록 신속배달을
해줘야하는경우도 많은지라 이래저래 죽을맛입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보자면
배달 오토바이들이 폭주나 난폭운전 불법으로 막 들이대는게 사실은 그게 좋아서 그렇게 달리는게 아닙니다.
저희도 사람입니다. 사고나면 무섭죠 항상 골목길 달릴때 갑자기 튀어나올 어린이들이나
이어폰 꽂고 정신없이 다니는 사람들, 스마트폰들고 걸어가면서 작은 화면속 응시하는 학생들.....
보면 하루에도 몇번식 심장이 철렁합니다. 그리고 강남지역은 일방통행로가 많습니다.
그래서 골목하나 차이로 번지수가 바뀌는데 만약 일방통행로 표시대로 배달하면 5분이면 끝낼 거리를
10분이 넘게 걸리는겁니다. 그러면 다른 동료들과 배달시킨 사람들한테 항의전화가 장난아니죠
가게에서 전화옵니다. "어디냐...왜 빨리 안갖다주냐.."..
심지어 배달하러 갔는데 "너무 늦게왔다". 며 항의하는 분도 계시고요....(그렇게 바쁘시면 어제 주문하시던가요....)
라는 말이 혀끝에서 맴돌지만 그저 참고 "죄송합니다. 주문이 많이 밀려서요..".
라고 할뿐이지요
하루는 제가 4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고있는데 제 옆을 지나가던 동료형이
"어이구야...밤샌다 밤새....오토바이가 뭔 신호를 지키냐".
하고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제가 발끈해서 내 질렀습니다.
"사고나면 형이 책임질꺼요?".
그랬더니 자기도 할말은 없는지 상무한테 이르더군요
그런데 상무가 오더니
"야야...XX이가 니한테 머라한거는 바쁠때는 마 좀 인도도올라가고 해야지 니혼자
규칙지키고 다 하면 다른 사람 바쁜데 일 못하잖아...배달 밀리면 다른 사람들 고생하는데 그거 생각해야지".
이러더군요
아니, 어떻게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수있는건지......
사고나면 상무님이 책임질것도 아니고....사실 오토바이타면서 크고작은 사고 몇건있었어요 뭐 무릎까지고
하는거요 그때마다 상무님이 그러더군요 "야야..좀 조심해서 타라"..
내가 조심해서 안타서 사고난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럼 상무님이 생수 2리터짜리 6팩 4박스 싣고, 그 뒤에
커다란 비닐봉지에 든 10kg 넘는 짐꾸러미에, 수박큰거 하나, 쌀 20kg짜리 싣고 비탈길, 급커브길 내려가보세요
중심잡기가 어디 쉬운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운행 규칙준수하고 싶어도 저혼자만 그렇게하면 저만 바보가 되고 가게 업무효율을
떨어트리는 나쁜놈이 되더군요 사실 이거때문에 상무하고도 마찰이 좀 많았습니다.
저는 예전에 사장이 헬멧안사주던 시절에 헬멧하고 프로텍트 자켓 다 제돈으로 사서 입고다녔거든요
그 시절에 사장이 했던 말 아직 기억하는게있어요
"야..니 안덥나...? 그거 입고 어찌일하노......."...
그래서 제가 그랬죠
"목숨이 하나밖에 없어서 죽기는 싫거든요".
물론, 그때라고 제가 일일히 규칙 지키고 배달한건 아니었습니다.
제 목숨은 중하고 남의 목숨은 안중해서 헬멧에 프로텍트 자켓가지 지돈으로 사서 입고다닐놈이 인도주행하고
폭주하고 다니냐며 저를 욕하실분도 있을줄 압니다. 죄송합니다.
변명하거나 핑계대지 않겠습니다. 그저 제가 나쁜놈입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쁜놈은 나쁜놈이고 나쁜짓한건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저희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배달족들이 폭주를 할수밖에 없는건 그만큼 고객님들의 요구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빨리갖다달라...급하다...왜 안오냐....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빌라에 생수두박스에 수박들고 깨지지않게 한걸음한걸음 올라가야하는 상황.....
배달시키는 분들이야 집에서 편하게 전화로 "여기 어디어딘데요...수박하나하고요 생수두통하고요.....쌀한가마니요~"
이렇게 시킬지 모르지만 배달하는 사람들은 죽어납니다. 게다가 빨리빨리...라는 말은 빼지도않아요
물론, 저도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배달하는 분들에게 고맙단 말은 빼지 않습니다.
게다가 폭우내리고 하는데 도로 미끄럽고 시야도 가려서 힘든데 배달 빨리안온다고..늦게온다고 하는분들..
정말 밉습니다. 물론, 고객이니까 주문하는게 정상이고 갖다주는게 당연한거지만 배달료 한푼 안내고
방에서 있으면서 왜일케 늦게오냐.....넘 늦었다...이런말로 빈정거리는데 저희 속상합니다.
가끔 경찰차들이 저희 붙잡을때 있어요
가장큰건 뭐 딱봐도 그거죠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거나...헬멧안쓰는거 이런걸로 잡는데
가볍게 주의정도만 줍니다. 그분들도 뭐 우리 사정을 몰라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직무유기라기보다는
배달족들이 빨리달릴수밖에 없는 사정을 안다고 하며 가볍게 주의정도만 주는데요
저희들이 결코 잘한건아닙니다.
다만 왜 배달족들이 차사이에 끼어들기하고 신호대기할때 정지선에서 대기안하고 반대차선까지 막 넘어가고 인도
로 낑겨들었다 차도로 갔다...비상등켜고 막달리는지 그 이유라는게 배달부들이 좋아서 즐거워서
타인에게 공포를 주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고싶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그렇게 요구를하니까 그 요구에 맞춰주고 그 욕망에 충실하다는 나름의 항변입니다.
배달이 바쁠땐요....밥먹을 시간조차 없어요
막노동을 해본분들 알겠지만 막노동할때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12시되면 밥먹고 1시까진 그늘에서 쉬잖아요
(아...물론, 막노동도 안그런 케이스 있는거알죠 콘크리트 타설할땐 점심제끼는 경우도 많아요...저 나름 막노동
오래했음)
배달일은 그런거 없어요 심지어 배달이 없는데도 한시까지 쉬지도 못해요 정오되서 밥먹으러 가는것도 눈치가
보이고 툭하면 12시20분 30분에 밥먹으러가고 그나마도 20분내로밥먹고 담배한대피고 바로 배달....
소화도 안될지경입니다.
근데 상무왈
"야...배달바쁘면 밥먹는것도 좀 늦어지고 그런거지....머...밥먹고 쉬는게 중요하나....".
이럽니다.
아니, 먹고살자고 하는일인데 밥먹고 쉬는 그 한시간도 이해를 못하는게 말이되냔말이죠....
일이 바쁘면 사람을 더 채용해서 교대로 밥을 먹게 하면 업무 공백이 없을텐데...왜 몇년전볻
장사는 잘되고 바쁜데 사람을 더 쓸생각을 안하는지......
상무한테 이 얘기 듣고났더니 순간 열이 확 올라오면서
이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게 아니고 기계로 보는구나...싶어서 더 일을 하고 싶은 의지가 사라지더군요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성실하게 일하는데...가끔씩 배달가면 어떤분들은 고생많다고 시원한 음료수나
그런거 주는분도 계시고해서 그걸로 기운내고 일하는데 맥이 탁 풀리더군요
게다가 중식 제공도 안되서 제가 돈내고사먹어야하고요.....4일에 한번꼴로 마감할때까지 야근인데요
저녁식사 시간도 없어요 왜냐하면 앞에서 말했다시피 저녁 퇴근시간부터 7시정도까지가 피크타임이라
저녁먹을 시간이 없어요 그 시간에 저녁먹겠다고 빠지면 배달부 3명인데 2명갖고 돌리기엔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녁밥은 아예 8시쯤에나 먹거나 그래요
평소에 야근없을땐 퇴근시간이 저녁 8시30분은 기본이고요 왜냐하면
배달을 8시까지 접수를 받는데요 웃긴게 배달하러가는시간 오는시간 계산하면 적어도 가게에서
7시40분까지만 접수를 받아주고 그 이후로는 배달접수를 끊어줘야하는데 8시 때론 8시20분에 배달접수를
받는겁니다. 그러다보니....가까운 근처 배달갔다와서 8시10분쯤 퇴근할려는데 갑자기
"야아~저기 배달하나있는데 좀 갔다와라....".
상무님 도대체 저는 퇴근시간이 언제인가요....집에가면 9시 씻고 밥먹고 하면 10시..피곤해서 누워자면
다음날 출근.....게다가 주말에도 일하고...공휴일에도 일하고.....
매장에서 4년째 일하는 형한테 휴가랍시고 준게 본인 정규 휴무인 일요일 포함해서 3일...일,월,화
주더군요 (그 형은 일요일에 원래 고정으로 쉼)
세상에....기가막혀서......
제가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열악해진 근무환경과 바쁜와중에도 시설개선 하나도 안하는 사장땜에 빡쳐서
그만둔다고 얘기했어요
역시나 몇년전에 제가 어릴땐 패기충만해서 이런것쯤이야 견딜수있다...고 덤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싸게부려먹는 그런 수준이었네요
목숨걸고 도로를 달리고 땡볕에 혹한에 고생해도 임금은 달라지는게 없고 고작해야 음료수나 하나 주면서
"수고했데이~"
이러는 상무도 가식적이고....직원들보다 늦게출근해서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배달현실을 모른채 그냥 말로만 떠드는 사장도 한심하고.....하루에 11시간씩 주6일....때로는 오바타임해도
식대도 안주고 초과근무 수당도 없는 주 70시간에 가까운 엄청난 노동강도....
왜 배달부를 조선족을 쓰는지 알거같더군요
그리고 왜 사람들이 배달일을 꺼리는지도 알꺼같구요
사장님은 직원들이 어떻게하면 이곳에서 오래 일하게 충성을 다해서 일하게 할까...라는 생각보다
어떻게하면 인건비 아껴서 최대한 일을 시켜먹을가....이 궁리만 하는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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