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철도공사, 흥전에서 나한정으로 가는 기차 (스위치백 구간)
사진: 이근덕 시인 미인폭포(일명 심포폭포)
파열도 때로는
이리 벅찬 감격일까
생의 한 뼘 둘레서도
자라나는 사랑이듯
물보라
흩날리느니
수정보다 눈부셔라
신라적 유씨 가문
님 구하던 미녀는
세상의 짝 없는 미(美)
하늘을 원망하며
한 송이
붉은 꽃 되어
이 폭포를 덮었다지
그 후론 미인폭포라
이름 되어 남았으니
만 년을 살리자는
하늘의 속셈인 게지
치마폭
닮은 폭포가
오늘따라 유난하다
「미인폭포 - 영동선의 긴 봄날 71」전문
미인폭포는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 심포리에 있는 높이 30m인 아름다운 폭포이다. 일명 심포폭포(深浦暴布)라고도 하며, 태백시 통동(통리)에서 삼척시 가곡면(柯谷面)으로 넘어가는 곳의 오봉산과 백병산 사이에 있다. 폭포는 오십천(五十川) 상류에 해당하며, 하곡이 낮은 지대로 급격히 경사진 곳에 있다. 폭포가 흐르는 좁은 협곡에는 퇴적암 층리가 잘 발달해 있다. 한국판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미인 폭포 주변의 협곡은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된 역암층으로 신생대 초의 심한 단층 작용 속에서 강물에 침식돼 270미터 깊이로 패여 내려갔다.
협곡의 전체적인 색조가 붉은색을 띠는데 이것은 퇴적암들이 강물 속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건조한 기후조건으로 공기 중에서 노출된 채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주로 굵은 자갈로 된 역암과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 진흙으로 굳은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발 7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안개나 구름이 끼는 날이 많으며, 이때 경치가 더욱 아름답고 신비하다. 전설에 의하면 일몰 전과 일출 전에 이 폭포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이요, 찬바람이 불면 흉년을 예측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들은 미인폭포의 유래는, 예전 신라시대에 높은터라는 곳에 유씨라는 성을 가진 미인이 살았는데, 무척 아름다웠으나 혼기를 지나도 마음에 맞는 짝을 찾을 수 없어 비관하여 이 폭포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연대를 알 수 없는 옛적에 폭포 옆 높은터에 사는 한 미녀가 남편을 사별한 후 재혼할 낭군을 찾았다. 그러나 사별한 남편만한 사람이 없어 재혼할 수 없었다.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자기 신세를 비관하여 투신자살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전설로는 미인 폭포 주변에는 100년마다 미인이 태어나는데, 한 번은 미모가 빼어난 여자아이를 부모가 아이의 장래를 걱정하여 암매장 하였더니 폭포 속에서 용마(龍馬)가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진: 김진수, 심포리 건널목이 보이는 풍경
통리에서 가까운 황지(黃池)는 황부자의 집터였다 한다. 지독한 구두쇠인 황영감은 시주 온 스님에게 쇠똥을 퍼담아 주었고, 옆에서 이것을 보던 며느리는 시아버지 몰래 스님에게 쇠똥을 털어내고 쌀을 담아 주었다한다. 스님이 벌을 내리어 이곳 집터자리를 연못으로 만들었기에 그 이름이 황지(黃池)이다. 이곳 연못을 들여다보면 집의 서까래 등 옛날 집의 흔적이 보인다고 어머니께 얘기 들었지만 내가 직접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또 며느리는 통리에서 신리로 들어가는 산등선 꼭대기에 돌이 되어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동네사람들이 그 길로 가면 멀리에 그 바위돌이 보인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나무들이 많이 자라는 바람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기를 업고 있는 아낙네 모습의 바위이다. 황지는 일 천 삼백 리 낙동강의 시원, 발원지이기도 하다.
사진: 이희탁, 선바위산, 멀리 스위치백 구간이 보인다
사진: 김진수, 대바위산
퇴직금이나 연금이 별로 없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철도건널목지기를 퇴직하고 나서는 별로 소득이 없어서 건널목 맞은편에 집을 짓고 그곳에서 밭농사를 조금하면서 연명했다. 그래도 육남매의 자식들을 키우기가 힘들어 봄이면 깊은 산골에서 산나물을 뜯어다가 말려서 나물죽과 나물밥을 해 먹었다. 가을에는 구황식물이었던 도토리를 주워다가 도토리묵도 해 먹고, 또 삶아서 말렸다가 도토리밥도 만들어 먹으면서 한겨울을 나곤 하였다.
그 사이 4.19 혁명이 지나가고, 5.16 혁명이 일어나도 여전히 산골은 가난하고 힘들었다. 그렇게 <영동선>과 함께 사시다가 진달래가 곱게 피던 1968년 4월 19일에 57세를 일기로 아버지는 ‘영동선의 긴 기적’으로 영원히 누우셨다.
긴 겨울
물소리가
깨어나고 있을 무렵
아버진 가랑가랑
삶을 앓아 누우시며
고단한
삶의 종착역
다가가고 있었다
봄날도
한창이던
사월도 중순 무렵
간이역 불빛 같던
희미한 한 생애가
영동선
긴 철로 위에
기적(汽笛)으로 누우셨다
「영동선에 잠들다 - 영동선의 긴 봄날 77」전문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일수록 겉으로 보이는 물면보다 안으로 더 많은 깊은 흐름을 간직하듯이,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행간을 흐르는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내 고향 오십천 물굽이가 마침내 바다로 흘러 동해 바다가 되듯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큰 이야기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영동선의 긴 봄날>이란 연작시를 썼다.
적은 양이지만 만주이민의 이야기, 산골우체부의 이야기, 영동선의 이야기, 도탄굴의 이야기, 강삭철도 이야기 등 사실적인 경험을 토대로 시를 썼다. 훗날 역사의 자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심포리,통리 사이의 강삭철도는 이미 사라져 아주 약간의 흔적만 있고, 지그재그 철로인 스위치백 철로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아쉬운 풍경이다. 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그 흔적과 유물들은 남아야 한다. 우리가 애써 보존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거쳐 온 길,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이곳과 이곳에 관련된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고향의 옛 추억이 잠겨있는 이곳이 영동선에서 제외된다고 하여 많이 아쉽고 안타까왔는데 강원도와 한국철도공사와 강원랜드에서 이곳을 관광지로 추진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여겨진다. 반복되는 역사의 흥망성쇠를 이곳에서 다시 볼 수 있을 테니까…….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제1부: 내가 타고 온 기차 중>에서
* 아래는 『영동선의 긴 봄날』에 대한 김진선 강원도지사님의 축사이다. 출판사에서 일방적
으로 싣지 않은 바람에 안 실린 시집도 있고, 실린 시집도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귀한 글을
소개한다.
사진: 이희탁(삼척문화위원)
<영동선의 긴 봄날 서문>
'영동선의 긴 봄날'출간을 축하하며
김진선 강원도지사
평소 우리 시조문단에 많은 공헌을 하고 계시는 宇玄 김민정 선생의 네 번째 시조집 ‘영동
선의 긴 봄날’의 간행을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이 태어난 강원도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애착을 작품집 전반에 고루 싣고 있어 책장을 펼치며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영동선은 우리 강원도민들에게는 애환이 서려있는 역사적 현장이며 삶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만 하더라도 과거 학창시절 이 철도를 이용해 귀향과 상경을 반복했으니 저자가 걸어간
길 역시 제게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철로변 주변의 풍경은 불현듯 제 자신을 수십
년 전의 풍경으로 이끌어 가 잠시나마 고향의 따뜻한 풍경에 도취되는 행복한 순간도 맛보았습
니다.
‘영동선의 긴 봄날’은 저자자신의 말처럼 일반서정 시조집과는 구별되는 서사시조집입니
다. 어느 때보다도 우리들 자신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아쉬워지는 요즘 宇玄선생의 작품은 자
라나는 세대들에게 뿌리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영
동선의 산증인으로 사셨던 작가의 선친을 기리는 곡진한 효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육적인 면
에서도 귀중한 자료가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이미 문단에서 중견작가로 활동하시는 선생이 이번 작품집 발간을 계기로 한국문학을 대표
할 수 있는 시조작가로 대성하시기를 바라며 거듭 시조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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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는 덤입니다. 김연아 축하시!
첫댓글 영동선에 관한 시조 조금 관심있게 읽으셨나요? 2월 조금 한가하여 영동선에 관한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려드렸습니다. 이제 조금 바빠질 것 같아 자주 들르지 못하겠군요. 늘 철도를 사랑하고 계신 여러분을 존경한답니다. 시간이 나면, 그리고 좋은 사진이 있으면 다시 들려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항상 좋은 시와 사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들리지 못하신다니깐 아쉽군요...
네, 좋은 사진 작품 많이 남기셔요. 보는 사람들의 기쁨을 위하여...
(--)(__)
감사합니다!
오늘 김연아가 다시 한 번 감동을 주네요. 작년에 국방일보에 해설과 함께 실었던 작품이 있어 올립니다. 우승하리라 확신했지만, 우승하니까 정말로 기쁘네요.
그럼요!!! 김연아가 어떤 선수인데요 ^^
오늘 본 김연아 갈라쇼도 너무나 우아하네요. 역시 퀸 다워요.
좋은 시와 풍경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너무 기네요.
성격 급한 사람은 그걍 넘길 듯...........
그렇군요. 할 수 없죠. 성격이 급한 사람은 못 보고 가시는 거고...
뭐 글쓰시는분에게 이정도 글이 길다고 하면 ㅎ 그냥 웃으시겠네요 ㅎㅎ 잘 읽어보시면 많은 것을 배울수 있으니.. 성격급한건 둘째치고 관심이 중요한거겠죠 ㅎ 성질급한 저도 다 읽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 되셔요! 오랜만에 들어와 봅니다.